주명수 / 목사, 변호사

국보 274호로 지정된 황자총통이 가짜인 것으로 밝혀져 세인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 황자총통 은 지난 93년에 해군 충무공해전유물발굴단이 남해에서 인양을 하였고 문화재위원회는 이것을 바로 국보로 지정하여 이 황자총통은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었었다. 그런데, 이 국보로 모셔진 황자총통이 가짜라는 것이다. 그것도 감정 잘못으로 국보로 지정된 것이 아니라 해군 관계자와 짜고 각본에 따라 국보로 지정되었다고 하니,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지하에서 웃을 노릇이다. 뒤늦게나마 그것이 가짜라는 것이 밝혀졌기에 다행이지 우리는 평생 가짜를 국보로 모셔 놓고 기뻐할 뻔했다.

이런 웃지 못할 일들을 바라보면서 이 세상에는 가짜가 진짜처럼 행세하며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일이 많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품광고는 번드르하지만 실제 상품은 광고내용에 미치지 못하는 상품은 어떤가. 밖으로 비친 어떤 개인의 인격은 훌륭한데, 가정 내에서나 가까운 사람의 눈에 비친 그의 인격은 훌륭하지 못할 때는 어떤가. 겉으로 보기에는 믿음이 좋은 것 같은데, 경건의 능력이 없는 경우는 어떤가.

곡식과 가라지가 함께 자라고 양과 염소가 함께 자라는 것이 이 세상이다. 종들이 주인에게 와서 말한다. “주여 밭에 좋은 씨를 심지 아니하였습니까? 가라지가 어디서 생겼습니까? 이 가라지를 뽑아 버릴까요?” 주인이 대답하기를 “둘다 추수 때까지 함께 자라게 두어라. 가라지 뽑다가 곡식까지 뽑을라.

추수 때에 다 가려진다.” 곡식과 가라지를 분별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양과 염소는 어떤가. 가까이 가서 보지 않으면 양과 염소도 분별하기가 쉽지 않다. 양과 염소가 함께 이 세상에서 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영원히 함께 자라지는 못한다. 마지막 때에 목자가 양과 염소를 분별하는 것같이 천사가 양과 염소를 분별할 것이다.

우리의 인격, 신앙, 가치 등 모든 것이 외부적으로 과장되거나 과소평가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자. 우리의 인격이 있는 그대로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다. 억지로 훌륭한 인격자로 보이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성장된 인격만큼 외부적으로 보여지고 평가되어야 편안한 것이다. 우리의 인격이 과대평가되거나 과소평가될 때는 괴롭고 평안이 없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큰 믿음을 가진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작은 믿음을 가진 사람이 있다. 작은 믿음을 가진 사람이 믿음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 지나치게 열성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열심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믿음이 적으면 적은 대로, 믿음이 크면 큰 대로 사람에게나 하나님께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다.

예수님께서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을 꾸짖은 이유가  무엇이었나. 그들의 행위를 꾸짖은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면서 다 아는 것처럼 말도 하고 행동도 하였는데, 예수님은 그들의 그와 같은 행동을 외식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꾸짖었던 것이다. 우리의 있는 그대로를 사람 앞에서나 하나님 앞에 보이자.
(월간 <교회와신앙> 1996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