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수 / 목사, 변호사

최근에 이단비판의 명예훼손죄 성립 여부를 가름할 기준이 될 대법원의 판례가 하나 나와 이를 소개합니다.

다수의 정통 그리스도인들과 선량한 국민들로 하여금 이단 사상에 빠져 삶을 왜곡되게 살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외쳐왔던 건전한 이단 비평가들에게 이단 사상을 비평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좋은 지침과 기준점이 되는 판결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 사안의 요지 및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정동섭 대전침례신학대학 교수는 1980년 8월경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고 정통교회로 돌아오기 전에는 약 8여 년간을 기독교 복음침례회 소위 구원파의 일원으로 활동하였습니다. 정 교수는 1977년경 구원파에서 가르치는 교리가 비성경적인 것을 깨닫고 구원파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정 교수는 구원파를 떠난 이후 각종 강연회 및 매스컴을 통해 구원파 교리의 허구성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게 되었고 그렇게 구원파 교리의 이단성을 알리게 되는 과정에서 구원파를 주도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인 유병언 씨의 독일 강연에서의 비신사적 행태에 대하여 언급하게 되었습니다.

정 교수의 위와 같은 구원파 비판의 발언에 대하여 유병언 씨 등은 정 교수를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였던 것입니다. 정 교수는 명예훼손죄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정 교수는 1심에서 자신이 구원파의 교리를 비판하고 유병언 씨의 사생활을 언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같은 발언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이고 어느 개인을 비방할 의도는 없었으므로 무죄라고 항변하였습니다.

우리 형법 제 310조는 사실을 직시하여 어느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하더라도 그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에 의하여 명예훼손 행위가 처벌의 대상에서 면제되기 위해서는 첫째 진실한 사실이어야 하고, 둘째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야 합니다.

1심에서는 위와 같은 정 교수의 항변을 받아 들여 무죄를 선고하였던 것입니다. 위 무죄 판결에 대하여 검찰은 즉시 항소를 제기하였고 사건은 제 2라운드를 맞게 되었습니다.

검찰은 항소를 하면서 정 교수가 위 유병언의 비신사적 행태를 지적한 행위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공소장을 변경하였습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정 교수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훼손을 하였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을 논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정 교수는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사건은 제 3라운드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대법원은 이번에는 정 교수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비록 피고인(정동섭 교수)이 강연이나 기고문 등을 통하여 구원파 목사인 유병언 씨의 행태를 비판하긴 했지만 이는 기독교 신자 등에게 자신이 구원파를 떠나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의 하나였고 당시 사회적으로도 물의를 빚은 구원파를 경계하게 하기 위한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보여진다”고 판시하면서 유죄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되돌려 보냈습니다.

이 판결로 오랫동안 외롭게 투쟁하여 온 정 교수의 구원파 비판 사건도 이제 터널 끝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우리가 이단을 비판함에 있어 이단 교리뿐만 아니라 교주 개인의 사생활을 겸하여 비판을 하게 되는 일이 많은데, 개인의 사생활을 비판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것이 교리를 비판하는 과정의 하나로 행하여지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분명한  기준을 정해주고 있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기억할 일은 이단을 비판할 때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면 안되고 반드시 진실을 적시하여야 됩니다. 앞으로 정통 교단에서 건전하고 정확한 종교적 토론과 비평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많은 양민들로 하여금 거짓 교리를 맹신하지 못하도록 하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6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