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수 / 목사, 변호사


대통령은 신노사(新勞使) 5원칙으로 공동선의 극대화, 참여와 협력, 노사자율과 책임, 교육중  시와 인간 존중, 제도와 의식의 세계화 등을 제시하면서 기존의 노동관계법률 및 제도를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만간 노사개혁위원회가 설치될 전망이고 그 동안 논란되어 왔던 복수노조 및 제 3자 개입을 허용하는 쪽으로 법 개정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 동안 고용주는 고용주대로,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서로간의 상반된 이익을 주장하며 때로는 갈등을 겪는 등 노사관계는 대립과 반목의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번 신노사 5원칙은 이러한 과거 권위주의의 시대에 통용되던 노사관계의 틀을 깨자는 의지가 담겨 있어 국민들이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기억해야 될 것이 있다. 법과 제도가 선진국 수준으로 개혁된다 하더라도 근로 현장에 임하는 사용자와 노동자들의 일과 사람을 대하는 의식이나 마음이 변하지 아니하면 신노사 5원칙에 배어 있는 정신이 살아 움직일 수가 없다. 신노사 5원칙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법과 제도가 아니라 변화된 노사의 의식과 마음이다.

이 신노사 5원칙은 새로운 원칙 같지만 사실은 이미 2천년 전 바울 사도가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주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기록한 현장이 바로 에베소서 6:5~9이다.

“종들아 두려워하고 떨며 성실한 마음으로 육체의 상전에게 순종하기를 그리스도께 하듯 하여 눈가림만 하여 사람을 기쁘게 하는 자처럼 하지 말고 그리스도의 종들처럼 마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행하여 단 마음으로 섬기기를 주께 하듯 하고 사람들에게 하듯 하지 말라 이는 각 사람이 무슨 선을 행하든지 종이나 자유하는 자나 주에게 그대로 받을 줄을 앎이니라 상전들아 너희도 저희에게 이와 같이 하고 공갈을 그치라 이는 저희와 너희의 상전이 하늘에 계시고 그에게는 외모로 사람을 취하는 일이 없는 줄 너희가 앎이니라.”

이에 의하면 종들과 상전들, 현대 용어로는 노사가 서로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위 헌장에 의하면 먼저 종들이 지녀야 할 마음 자세를 말하고, 다음에 상전들이 지녀야 할 마음 자세를 말하고 있는데, 특이한 것은 상전들이 지녀야 할 마음 자세가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고 종들의 마음 자세와 똑같은 자세를 가질 것을 말하고 있다.

9절에는 “상전들아 너희도 저희에게 이와 같이 하고”라고 말하면서 오히려 상전들이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를 한 가지 더 요구하고 있다. 즉, 공갈을 그치라는 것이다. 위 헌장에 나타난 원칙을 성노사(聖勞使) 5원칙이라 부르기로 한다. 그러면 성경에 나타난 성노사 5원칙은 무엇인가.

첫째, 노사는 서로에게 순종하기를 주님에게 순종하듯이 할 것. 둘째, 노사는 서로에게 섬기기를 주님을 섬기는 것처럼 할 것. 셋째, 노사는 자신들이 하는 일이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것이라고 믿을 것. 넷째, 노사는 각자가 행하는 선행에 대해서 하나님께서 보상하여 주신다는 사실을 믿을 것. 다섯째, 사용자는 그들의 상사가 하늘에 계시다는 것을 기억하고 공갈을 그칠 것.

신노사 5원칙을 우리 가운데 정착시키기 위해 성노사 5원칙을 마음 깊이 새기자.
(월간 <교회와신앙> 1996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