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수 / 목사, 변호사

'96애틀랜타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올림픽 기간 동안 우리는 그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최선을 다해 발휘하는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메달권에 진입 못한 선수들을 볼 때는 함께 마음 아파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나라 선수들이 싸우는 장면을 보면서 선뜻 이해할 수 없는 태도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떤 선수들은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하게 되자 마치 죄인이라도 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또 어떤 선수는 금메달을 놓치게 되니까 상대방 선수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고 경기장을 떠나 버렸다. 이런 선수들의 태도를 본 후 현지 관중들은 한국 선수에게는 박수조차 치지 않았다고 한다. 은메달이나 동메달도 얼마나 귀중하고 자랑스러운가. 메달을 놓쳤으면 어떤가.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칭찬 받을 일이 아닌가.

금메달을 놓치게 된 선수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물론 선수들로 하여금 금메달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만든 책임이 그 선수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 사회가 그 동안 얼마나 일등병, 일류병을 앓아 왔는가. 세계 일류가 되자, 이등은 기억되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자라고 외쳐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느 면에서건 세게 일류가 된 곳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사이에 우리는 중요한 것을 놓친 것은 아닐까. 이등, 삼등에도 만족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비록 일등은 하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한 것으로 만족하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성경에도 금메달에만 집착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요한삼서 9절에 디오드레베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성경은 그를  으뜸 되기를 좋아하는 자라고 하였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일등 되기를 좋아하는 자, 금메달만을 집착하는 자라고 할 수 있다. 성경은 디오드레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는 형제들을 영접하는 것을 거절하였다(10절). 그는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방법을 모른다. 그는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다스리고, 조정하여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종이 되어 섬겨줄 줄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 위에 군림하느냐에 달려 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섬기느냐에 있지 않다. 또 디오드레베는 교회 안에서 다른 형제들을 접대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선한 일을 하는 것을 금지시킨다. 그는 자기 자신만이 초점(focus)이 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이 초점을 흐트러뜨리려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참을 수 없다. 그는 인간은 초점이 될 수 없고 오직 예수님만이 초점이 되며 인간은 오직 그 초점 안에만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교회 지도자 가운데서도 이런 사람을 볼 수 있다. 조금만 유명세를 타면 자기가 예수님인양 행세를 한다. 첫째 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성경은 디오드레베를 향하여 하나님을 보지 못한 자(11절)라고 말한다. 그는 하나님을 경험한 자는 으뜸 되기를 좋아하지 아니하고 나중되기를 좋아한다. 은메달에도 만족할 줄 아는 방법을 배우자. 그리고 꼴찌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마음을 갖자.
(월간 <교회와신앙> 1996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