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목사 / 능암교회 담임

작은 소동

지난 주간 우리 동네 온천탕에서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농사만 짓고 그야말로 땅을 파먹는 우리 동네에 온천이 개발되면서 주위에 제법 번듯한 온천장이 들어선 이후에 크고 작은 소동은 늘 있어 왔지만 그 자체가 소리소문없이 묻혀버리고 말았었는데 이번만은 사정이 다른 듯했다.

사건인즉 이렇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느 목사님이 스님들에게 매를 맞았다는 것이다. 작은 목욕탕 안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어느덧 우리 동네에 소문이 펴져나가 모두가 어느 목사님이 스님에게 매를 맞았다는 사실에 흥미로와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더욱 필자를 당황하게 하는 것은 폭력을 휘두른 어느 스님보다는 매를 맞은 목사님에게 더욱 비난의 화살이 거세다는 것이다.

어느 날 이발을 하기 위해 온천탕에 딸린 이발소를 찾은 필자는 이발사 아저씨로부터 얼마 전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내용은 이렇다. 어느 목사님들이 목욕을 오셨는데 뒤따라 몇 분의 스님들이 탕안으로 들어오셨다고 한다. 스님들은 외모만 보고도 한눈에 알 수가 있었기 때문인지 늘 행동에 조심해 하는 모습을 보곤 했었다.

그런데 목사님 일행중의 한 분이 성령의 인도하심인지(?) 그 스님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해야 겠다고 스님에게 다가가면서 일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목사님께서 스님들에게 다가가서 말씀을 증거하기 시작하자 스님들은 농담식으로 받아 넘기며 조금은 곤란해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스님은 몸을 대충 씻고 온탕에 들어가자 이 열심있는 목사님은 온탕에 따라 들어와서 ‘예수 믿고 구원받으라’고 계속 전도를 하였다고 한다. 다시 스님은 냉탕으로 피해가자 그 곳까지 따라가서 ‘예수 믿고 구원받으라’고 전도를 하였다고 한다. 다시 스님들이 사우나에 들어가자 이 목사님은 그 곳까지 따라 들어가서 더욱 열심을 내어 전도를 하였다고 한다.

이 때까지 참고 참았던 어느 스님이 결국 화를 내게 되었고 옆에 있던 물바가지를 들어 목사님의 머리를 후려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옥신각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고, 그 사건은 그냥 그대로 마무리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즉시 작은 온천지구에 소문이 퍼져나갔고 동네에서 사람들의 입담에 오르내리면서 잘잘못에 대한 시시비비를 두고 여러 무성한 이야기들이 오고 가게 되었다.

사람들의 평가는 대체로 이렇다. 물론 폭력을 휘두른 스님도 잘못이지만, 경우가 없는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목사의 행동은 지탄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차라리 그렇게 전도하고 싶었으면 조용한 자리를 마련하든지 아니면 적어도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한 방법을 택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폭력을 휘드른 스님은 이런 이야기까지 했다고 한다. “내가 어린애인 줄 아느냐? 나도 뜻이 있어 어려운 선택을 통해 성직자의 길을 가고 있는데 나의 입장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느냐.” 어찌되었든 대체적인 평가는 용기있는(?) 목사님의 상식없는 행동이 지탄의 대상이 되면서, 기독교인들의 무분별한 행동도 아울러 같은 취급을 받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필자는 착찹한 마음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스님에게 한 번도 말씀을 증거해 보지 못했던 필자로서는 그 목사님의 용기가 한편 부럽기도 하면서 지역선교에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 행위가 안타깝기도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선교의 사명은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지상명령이다. 그래서 우리 신앙의 선배들은 순교의 피를 흘리면서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주의 복음을 증거하는 일에 힘써 왔다.
복음과의 만남을 통한 나의 고백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바로 전도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 전도는 나의 고백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얻게 된 기쁨과 그로 인해 생긴 삶의 변화와 예수와의 관계성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전도에 대한 원칙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방법에 있는 것이다.다시 말해서 그 시대와 문화와 주어진 환경에 따라서 예수님을 알리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도의 대상자가 있을 때 어느 방법을 선택하여 접근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까에 대한 판단 또한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의 활용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때로 기차안이나 공공장소에서 주변의 상황을 무시한 채 공격적인 방법으로 전도를 하는 모습은 사람들의 직·간접적인 표현을 볼 때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때가 많았다는 것이 필자가 받은 대체적인 인상이다. 공격적인 전도방법에 대한 신중한 재고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오히려 그러한 방법보다는 나의 삶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알리는 방법은 어떠할까? 이것은 전도의 생활화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일회적이거나 행사 위주의 전도보다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생활에서 우러나오는 변화된 삶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것은 오히려 더 큰 외침이 되지 않을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 …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 이같이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취게 하여 저희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3∼16). (월간 <교회와신앙> 1997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