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성 박사  /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

  통치자의 통치술은 측량할 수 없는 복잡하고도 신비스러운 인간사를 지혜롭게 풀어 통치 대상자들에게 삶의 즐거움을 제공해 주는 가장 고귀한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이 이러한 어려운 통치술을 터득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삶의 만족과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 염려되어 이 글을 쓴다. 과거에 노 대통령과 비슷한 조건에서 통치자가 되었다가 결국 실패한 두 가지 예를 들고자 한다.

이스라엘의 제4대 왕 르호보암이 왕위에 올랐을 때 그에게 강력히 도전한 세력이 있었다. 그것은 부왕 솔로몬에게 도전한 왕의 부하였던 여로보암이 이끄는 세력이었다. 그는 르호보암왕에게 강력히 요구했다. 그것은 솔로몬왕이 지나치게 사치한 생활과 화려한 성전건축 때문에 국민에게 무거운 세금을 징수해서 국민들의 생활이 어려운 가운데 있으므로 세금을 경감하여 국민들을 빈곤에서 해방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이 요구를 받은 르호보암왕은 원로(노인)들과 의논한 결과 여로보암의 요구를 들어 주는 것이 옳다고 했으나, 르호보암은 부왕보다 더 무거운 탄압정책을 쓰라는 소장파(소년)들의 말을 받아들여 결국 이스라엘은 남북으로 분열되어 그 후 현재까지 헤아릴 수 없는 수치와 패망의 아픔을 계속하고 있다. 원로들의 충언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1960년 4·19후에 세워진 윤보선 대통령의 정부는 너무나도 통치력이 약하여 매일같이 학생들의 데모 때문에 사회가 극도로 혼란하여 국민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 필자는 그때 연세대학교 학생처장으로 있으면서 학생들의 자제를 요구했으나 데모는 계속되었다. 생각다 못해 당시 고려대학교 학생처장이었던 현승종 교수와 의논하여 장면 총리를 면담하기로 했다. 반도호텔 9층의 사무실로 찾아가서 학교질서를 회복하고 학생들을 단속하여 사회를 안정시켜주기를 호소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이 너무도 실망스러웠다. “교수님들, 미안합니다. 학생들이 저희들이 4·19를 일으켜 세워준 정부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요구를 다 들어달라고 합니다. 우리 정부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그 후 데모와 혼란은 계속되었으며 5월에는 남쪽에서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이 일어나리라는 풍문이 들려왔다. 결국 지나친 학생들의 데모는 5·16 군사독재를 초래했고 학생들의 고귀한 희생으로 세워진 민주정권은 1년을 못가서 붕괴하고 말았다. 학생들의 힘을 선용하지 못한 당시의 통치자의 실책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금번에 노무현 씨가 대통령이 된 것은 386세대, NGO세대, 수많은 참여연대 등으로 불려지는 젊은 세대들의 힘의 절대적 활동으로 가능했다고 한다. 그 사실이 금번에 발표된 조각명단을 통하여 밝혀졌다. 필연적 결과요 예측된 일이다. 그러나 이 현실을 안심하고 바라만 보고 있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정치란 인간사의 종합적 치인예술(治人藝術)이다. 정치는 국민과 경제와 권력과 도덕의 종합적 지혜를 활용할 때 꽃피는 정치가 될 수 있다. 플라톤이 지혜인정치(철인정치)를 주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르호보암이 실패한 것은 노인고문단의 건의를 무시하고 젊은 고문단의 말에만 의지하다가 실패했으며, 윤보선 대통령은 학생들의 힘에 밀려 우왕좌왕하다가 군부독재를 자초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러한 전철을 밟을까 걱정스러워 몇 마디 적어보는 바이다. 어리석은 대통령이 되지 말고 지혜로운 통치자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