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목사 / 능암교회 담임

필자는 대만 핵폐기물 반입 저지를 위한 민간사절단의 일원으로 2월 18일부터 2월 22일까지 대만을 다녀왔다. “작은 시골에 묻혀있는 부족한 종에게 하나님께서 엄청난 사명을 맡기셨구나!”하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상황이 악조건이었지만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기독교 대표로 사절단의 일원에 참여하였다.

이미 국내에서도 대만 핵폐기물 북한 반입의 부당성에 대한 여론이 확산일로에 있기는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간절한 기도와 저지를 위한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어서 2회에 걸쳐서 이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첫째로는 대만 핵폐기물 북한 반입의 부당성에 대해서, 그리고 두 번째로는 민간 사절단의 대만 방문 활동기를 소개하려 한다.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하나님 주신 동산…”
일제시대 남궁억 선생의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이 담긴 신앙고백적인 찬송가이다. 이 가사에서 보듯이 하나님께서는 우리 민족에게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선물로 주셨다. 그러면서 이 찬송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로 하여금 이 아름다운 유산을 잘 가꾸어가야 할 시대적 사명을 각인시켜 주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명이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이 핵오염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11일 대만 전력공사와 북한 당국자 간에 대만 내의 핵폐기물을 북한에 매립하기로 비밀 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이것은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한반도를 핵쓰레기장으로 만들겠다는 죄의 행위인 것이다. 그러면 대만 핵폐기물의 북한 반입은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가?

란유섬의 비극이 한반도의 비극으로

대만에는 현재 6개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에 있다. 여기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에 대한 처리가 대만 내에서도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대만 당국은 3천명 가량의 원주민이 사는 란유도라는 섬에 생선 통조림 공장을 건설한다고 속여 핵폐기물을 반입하였다. 그러나 처분장 관리부족으로 3만배럴 이상의 드럼에서 부식과  누출이 시작되었고 급기야 인근 해역과 토양의 망사 등 오염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핵폐기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물론 생선을 먹고 사는 사람들의 암사망이 증가했으며, 기형아의 출생이 50명을 넘어서고 있다. 또한 란유도 내의 학교에서는 저능아반을 따로 개설해야 할 만큼 심각한 돌연변이 현상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방사능 오염으로 인하여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치게 되었고, 국제사회 차원에서도 란유섬 주민들에 대한 인권탄압 문제로 비화되자 대만 정부는 2002년까지 핵폐기물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래서 국내에 5개의 후보지를 정하고 처분장을 물색했지만 자국 국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서 후보자를 확정하지 못했다.
이에 대만 정부는 핵폐기물 해외 이전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러시아, 마샬군도, 북한 등과 협의를 진행하던 중 경제적 어려움을 격고 있는 북한과 이전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른 것이다.

핵오염은 시간문제

대만은 현재 란유도에 저장되어 있는 총 20만톤의 핵폐기물에 대하여 1단계로 6만 배럴, 2단계로 14만 배럴을 2년 내에 북한측에 이전하여 매립하기로 계약을 체결하였다. 1차로 6개월 이내에 북한에 매립하려는 핵폐기물의 6만 배럴은 우리 나라가 핵발전소를 시작한 이후 발생한 핵폐기물과 맞먹는 막대한 양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핵폐기장 건설비용으로 7천6백억원을 잡았고, 건설기간도 보통 5년에서 10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에 비해 1차 처리 비용 600억원은 최소한의 건설비용에도 미치치 못하고 있으며, 핵폐기장 건설기간으로 보더라도 정상적인 건설기간에 상당히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핵폐기물을 일반쓰레기를 처리하듯 아무 곳에 매립하거나 심지어 바다에 쏟아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다. 그러한 경우 방사능 오염은 한반도 전역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실제적으로 북한에서 설정한 핵폐기물 매립지는 황해도 평산지역의 폐광으로 내정되어 있다.
폐광들은 보통 단층이나 파쇄대를 따라 형성되었기 때문에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무계획적으로 계발된 갱도와 채굴 공간 때문에 핵폐기물에 지하수가 침투되리라는 것은 명백한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에  반입되는 핵폐기물은 그대로 폐광에 쌓아 놓는 수준을 면치 못할 것이므로 핵오염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국지전의 가능성으로

북한으로 이전되는 핵폐기물은 해상을 통해서 운반을 하게 된다. 현재 대만은 800톤 규모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운반을 할 경우 총 107번을 왕복해야 한다. 그러할 경우 해일이나 조난사고가 일어나게 되면 심각한 해양 오염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치 않는다. 대만 현지에 제기하는 심각한 문제는 우리 나라 서해상에서 어쩌면 국지전이 발발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대만은 우리 나라보다 월등한 해군력으로 핵폐기물의 북한 이전을 시도할 것이며 우리 나라 입장에서는 당연히 막아야만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에서는 자국으로의 이전 계획이 확고하기 때문에 군사력을 동원하여서라도 이 계획을 실천하려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서해상에서의 국지전의 발발 또한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인도주의적 차원의 해결을

사실 북한 당국도 이러한 심각성을 모를 리가 없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한편으로 저들의 식량난과 경제난의 심각성을 엿볼 수가 있다.
핵발전소의 수명은 30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거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핵폐기물의 방사능 독성은 중저준위 핵폐기물의 경우 3백년, 고준위 핵폐기물의 경우 3만년 이상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한반도에 핵폐기물이 반입되고 오염이 될 경우 사실상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의 회복은 불가능한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냉철하게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먼저 북한 당국도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며 이에 대한 계획을 철회해야 하며, 우리 나라도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식량지원을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할 것이다. 대만 당국도 자국의 실리를 위해서 경제난으로 핵폐기물까지 돈을 받고 수입해야 하는 북한의 상황을 악용하지 말고 이와 같은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은 하나님께서 주신 동산이다. 이제 이 아름다운 땅을 지키고 보존하는 일은 우리의 당연한 사명인 것이다.
정말로 천만 그리스도인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우리의 간절한 기도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다. 이 시대는 우리들의 눈물어린 간절한 기도가 필요한 시대이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7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