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수 사모/ 천성교회

개척교회 시작한 지 2년이 되어 교회의 면모와 부흥이 되고 있던 어느 초가을 날이었습니다. 날씨가 밤엔 쌀쌀했으니까요. 교회 중진 여집사가 다른 교회로 옮긴다는 소식을 귀뜸해 주는 집사님 왈 “한번 심방해 주셔야 되겠네요”라고 했습니다. 그 당시 제일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 소리는 어느 교인이 우리 교회를 떠난다는 소리였습니다. 평신도도 그런데 중진 집사인들…. 얼마나 쇼킹한 소식입니까?

그분은 낮에 직장인이었기에 밤에 찾아가야 했습니다. 좋은 심방 같으면 구역장님 전도사님 모시고 갈 수도 있지만, 달갑지 못한 심방일 때는 죽으나 사나 남편은 부인을 대동하지요. 우리 내외는 그분이 퇴근한 후 저녁까지 다 해 잡수고 치운 다음 느긋하게 시간을 잡아갔습니다. 찾아간 우리도 겸연쩍은 표정이었지만 맞이하는 그분의 얼굴 모습 역시 찬바람이 돌았습니다. 그럴 때 분위기를 부인인 내가 잡아야 하는데 저한테는 전혀 그런 소질이 없어서 그날 분위기는 영 아니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웃기는 소리 한 말씀 드릴까요? 다음에 목회자 부인을 만드실 땐 유머감각, 또 분위기 메이커를 잘 감당할 수 있는 성격, 새벽형(이 3가지는 내가 모자란 것)으로 꼭 만들어 주세요. 그날 밤, 일단은 예배를 감격스럽게 먼저 드렸습니다. 그분은 코를 풀며 눈물지었습니다. 남편은 그의 입을 열기 위해 이런저런 말로 유도했으나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우리의 속을 태웠습니다. 언제나 비교적 직설적 성향인 내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이 밤에 목사 내외가 의미 깊은 심방을 온 것은 집사님이 교회를 옮긴다는 소식을 듣고, 본인의 말씀을 들으러 왔습니다. 본인의 말을 듣고 혹시나 오해가 있으면 풀고 마음을 가볍게 신앙생활을 해야 되잖겠어요?” 라고. 그 직접적인 질문을 듣고서야 그 집사님의 입도 열렸습니다. “사실입니다. 다음 주부터 천성교회를 떠나겠습니다.” 그분도 오락가락하는 성격이 아니고, 비교적 직격탄을 쏘는 스타일이었죠.

여기까지 주고받으면 다음 차례는 왜 옮기느냐의 이유를 밝혀야 되는데 그 이유는 자기가 생각해도 좀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드는지 좀처럼 밝히지 않고, 그저 다른 더 약한 교회 가서 봉사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 굉장히 속 타게 하지요? 개척교회보다 더 봉사할 교회가 어디 있다고 더 약한 교회라는 핑계를 할까요? 남편은 “이유를 알고, 보낼 수 있으면 보내드리지요”라고 비교적 부드럽게 나왔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정말 기가 찬 것은 그렇게 부드럽게 나오는 목사님 면전에 하는 대답이었습니다. “목사님이 보내서 제가 가고, 붙잡는다고 안 가는 저 아닙니다”였습니다. 나와 내 남편과 의견 충돌로 다툴 때도 있지만, 남편이 다른 여자한테 그런 모멸되는 말을 듣는 데는 제가 피가 솟았습니다. 나는 눈물이 핑 도는 것을 꾹 참고, 그분에게 마지막 말을 했습니다. “집사님의 판단을 도우러 온 목사 내외에게 할 표현이 지나치지 않나요? 그래도 한번쯤 ‘죄송합니다. 한참 부흥되는 교회에 목사님의 심려를 끼쳐서’라고…’ 가실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말씀을 주고, 이해를 부탁하는 것이 인간적 도리며, 예의 아니겠습니까?”

나중에 다른 사람을 통해 들었습니다. 그 집사가 우리 교회를 떠난 이유를요. 피아노를 배워 교회에 봉사하고 싶은데 그 피아노 레슨비를 교회에서 주기를 은근히 기대했는데 그런 비슷한 소리를 교육부장, 재정부장에게 비추었으나 아무 응답이 없어, 이 교회에서는 자기가 필요치 않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날 그분이 그 이유를 밝혔고, 목사님께서 그 분에게 레슨비를 준다고 약속했다면 그 분이 교회에 다시 올 수는 있었어도 그후 그런 경우를 다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을까요? 하나님 아버지 그분의 입을 열지 못하고 우리를 오게 한 것도 잘 한 것이고, 그 사건 후 우리는 사적인 감정으로 교회를 떠난다는 분에게 목을 매지 않는 목회를 할 수 있었습니다. 목회 내내 모든 사건은 교훈이었고 훈련이었습니다. 이제까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