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완 / 잠실고등학교 윤리부장 교사

구두장이 할아버지가 있었다. 이 구두장이 할아버지의 간절한 소원은 예수님을 단 한 번만이라도 만나보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수님이 꿈 속에 나타나 내일 너희 집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하셨다. 이 할아버지는 어찌나 기뻤던지 온갖 정성을  들여 음식을 가득 차려놓고 기다렸으나 어찌된 셈인지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예수님은 그 날 저녁 가게문을 닫을 때까지도 오시지 아니 하였다.

단지 거지가 한 번 오고, 또 한 번은 청소부 할아버지가 오고, 저녁 때는 사과장수 할머니가 왔을 뿐이었다. 이 구두장이 할아버지는 그만, 거지와 청소부 할아버지와 사과장수 아주머니에게 예수님을 대접하려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나누어 주고 말았다. 왜냐하면 이들 모두 너무나 불쌍하게 보였고 실제로 추위 때문에 또 배고픔 때문에 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날 밤 예수님께서 꿈 속에 다시 나타나시매 이 구두장이 할아버지는 왜 오시지 않으셨냐고 질문을 한다. 예수님께서는 뜻밖에도 “나는 오늘 너희 집에 세 번이나 갔었는데 세 번 대접을 잘 받았다. 참으로 너는 나를 사랑하는 줄을 알겠다. 네 이웃에 사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을 잘 대접하는 것이 곧 나를 대접한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이 이야기는 톨스토이의 작품 속에 나오는 것으로 마태복음 25장에 언급된 최후의 심판 광경을 생각나게 한다. 최후의 심판 시 의인으로 판결받은 자들에게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또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으며,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고, 감옥에 갇혔을 때에 찾아 주었다”고 칭찬을 하고 있다.

의인들은 오히려 놀라서 언제 이런 일을 당한 주님을 도와 드린 적이 있느냐고 반문을 한다. 이에 심판 주되신 임금님은 “분명히 말하건대,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은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라고 심판의 근거를 밝히고 있다.

이 이야기는 우리 주위에 있는 지극히 작은 자를 대접하며 용기를 복돋우어 주는 것이 곧 주님을 대접하는 것이며, 하나님을 사랑하는 구체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우리가 구제하기를 힘써야 할 이유와 구제로 인한 축복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면,

첫째, 주님이 권면하시기 때문이다(눅 6:38). 나에게는 천주교에 다니는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는 이웃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기를 좋아한다. 나도 몇 가지를 받은 적이 있다. 주로 책이나 그림, 도자기 등이지만,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흐뭇함을 느낀다. 그의 이런 행동을 보고서 사람들은 “그분은 항상 어떤 것을 남에게 나누어 주고자 합니다”라고 칭송한다.

선을 행하고 나누어 주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결코 포기하지 말라. 왜냐하면 그것 역시 하나님을 찬양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찬양이 수직적으로는 하나님께 대한 것이며 수평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것임을 명심하자. 따라서 다른 사람에게 선을 행하고 나누어 주는 것이 역시 하나의 찬송이다. 곤경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 “내가 당신을 도와 드릴게요”라고 말하는 것이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시는 아름다운 찬송인 것이다.

오늘날 우리 크리스천들이 잘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선행이다. 오히려 가톨릭 신자들이 구제 등 선한 일을 많이 하고, 개신교 교인들은 주일 예배, 부흥회나 기도회 등에는 열심을 내지만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고 그들을 돕는 일에는 매우 인색하다. 우리가 교회에 열심히 참석하는 것도 결국은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고, 불우한 이웃들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이다. 그런데도 정작 있어야 할 사랑이나 선행이 없으면 그러한 것은 헛된 것이 되고 만다.

성경에 “또 주린 자에게 네 식물을 나눠 주며 유리하는 빈민을 네 집에 들이며 벗은 자를 보면 입히며 또 네 골육을 피하여 스스로 숨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겠느냐”(사 58:7), “저가 재물을 흩어 빈궁한 자에게 주었으니 그  의가 영원히 있고 그 뿔이 영화로이 들리리로다”(시 112:9), “그는 가난한 자와 궁핍한 자를 신원하고 형통하였나니 이것이 나를 앎이 아니냐 여호와의 말이니라”(렘 22:16). “다만 우리에게 가난한 자들 생각하는 것을 부탁하였으니 이것을 나도 본래 힘써 행하노라”(갈 2:10) 하였다.

둘째, 주님을 아는 자가 마땅히 행할 일이기 때문이다(렘 22:16). 주린 자에게 식물을 주며, 벗은 자에게 옷을 입히며(겔 18:7, 16), 궁핍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는 자요(잠 14:21), 주를 존경하는 자이다(잠 14:31).

셋째, 구제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제사이기 때문이다(히 13:16; 사 58: 6~7). 구제하기를 힘쓴 다비다(행 9:36)와 고넬료(행 10:1~4), 그리고 삭개오(눅 19:8)는 주님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넷째, 구제를 하면 범사에 복을 박기 때문이다(신 15:10; 시 41:1). 제정 러시아 때 있었던 일이다. 황제인 이바노프 3세가 어느 날 밤 허름한 옷을 입고 시찰에 나서 이 집 저 집 돌아 다니며 재워줄 것을 간청하였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거지황제>를 유일하게 반긴 사람은 막 해산한 아내를 둔 가난한 농부였다. 사람 사는 정을 느끼며 하룻밤을 보낸 황제는 다음 날 본래의 모습을 하고 이 농가를 찾아와  깜짝 놀라 벌벌 떠는 농부에게 금 한 자루를 주며 말했다. “나의 친구여, 새로 태어난 아들을 나의 양자로 삼겠소.”

다섯째, 구제를 좋아하는  자는 풍족하여지고, 남을 윤택하게 하는 자는 윤택하여진다(잠 11:24~25). 팔레스틴에는 갈릴리 호수와 사해가 있는데 갈릴리 호수는 헬몬산에서 물을 받아 요단강으로 흘려보내, 이 지방 농토에 물을 공급해 주고 식수를 제공한다. 반면에 사해는 받을 줄은 알아도 흘려 보낼 줄은 몰라 소금기만 많은 죽음의 바다가 되고 말았다. 고여 있는 물은 썩는 것처럼 남에게 받으려고만 하고 줄줄 모르는 사람은 썩는다. 주는 것이 받는 것 보다 복이 있다(행 20:35).

여섯째, 구제를 하고 남에게 베풀면 반드시 돌아온다(전 11:1~2). 미국인 에반스라는 사람이 겪은 실화이다. 어느 날 그는 시골길을 차로 달리다 고장난 차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 사람을 도와 주었다. 도움을 받은 사람이 돈으로 사례를 하려 하자 그는 “다음에 다른 차가 고장난 것을 보면 도와 주라”고 말하고 떠났다. 두 주일 후 그의 아버지가 길을 가던 중 타이어가 펑크나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그 때 어떤 운전수가 수리해 주며 한 말이 “2주일 전 어느 사람의 말대로 하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여호와께 꾸이는 것이니 그 선행을 갚아주시리라”(잠 19:17).

이밖에 구제는 사랑으로 해야 하며(고전 13:3), 성실함으로(롬 12:8), 은밀하게 해야 하고(마 6:2~4), 아끼는 마음을 품지 말고(신 15:10), 힘에 지나도록 자원하여 해야 한다(행 11:29; 고후 8:3~4). “선한 일을 행하고 선한 사업에 부하고 나눠 주기를 좋아하며 동정하는 자가 되게 하라”(딤전 6:18)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구제에 힘쓰지 아니하는 자는 죄를 짓는 자이며(신 15:9; 잠 14:21; 약 4:17) 따라서 구제하지 않는 자의 기도는 응답이 없고(잠 21:13) 하나님의 사랑이 그 속에 거하지 않는다(요일 3:17).

“선한 눈을 가진 자는 복을 받으리니 이는 양식을 가난한 자에게 줌이니라”(잠 22:9).
(월간 <교회와신앙> 1999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