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준 목사/ 선한이웃교회 담임

양파는 껍질을 벗기고 속을 아무리 찾아 보아도 겉과 속이 꼭 같다. 이럴때는 겉만 알아도 속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수박은 다르다. 수박은 잘개 쪼개 보아야 속을 알수 있다. 수박의 겉과 속은 색부터가 다르고 질감이 다르고 형태가 다르다. 이럴때 수박의 겉을 그렸다고 수박이라고 할 수 있겠나 하는 것이 입체파(Cubism) 화가들의 생각이었다.

결국 그들은 앞과 뒤를 같이 그렸고 밖과 안을 같이 그렸다. 이것을 겉과 속을 함께 그릴 수 있는 경지까지 이르렀는데, 그 표현을 통하여 육신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표현하고자 하였다. 그 중 대표적 화가가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스페인)이다.
 
지면에서 한 번 소개되었던 <게르니카(GUERNICA 1937. 프라도미슬관)>를 보면 스페인의 작은 마을 게르니카가 독재자 프랑코의 부탁을 받은 독일의 포격부대에 의해서 인구 7천 여 명이 사망이나 부상당하는 비극을 담았다. 피카소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전쟁의 잔혹함을 표현하였는데, 뒤틀린 인간의 군상들의 모습에서도 도저히 이 비극을 표현할 길이 없어 그는 화면 왼쪽에 마리아가 돌아가신 예수를 안고있는 ‘피에타’를 절규하듯이 그려 놓음으로 그 비극이 얼마나 참혹했는가 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였다.

▲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스페인)의 <우는 여인(Woman Weeping.1937. 런던.개인소장)>.

지금 보고 있는 <우는 여인(Woman Weeping.1937. 런던. 개인소장)>도 게르니카를 그렸던 해에 함께 그려진 그림인데, 이 그림과 함께 <손수건을 들고 있는 여자>도 같은 해에 연작으로 그림으로써 그 당시 상황이 얼마나 가슴 아픈지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운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만으로 운다고 할 것인가? 같은 눈물이라도 그 상태는 매우 다르다. 기뻐서 흐르는 눈물도 있고 또는 그저 괜시리 흐르는 눈물도 있다.

그러나 절규하는 눈물은 그 속의 마음이 찢어지고 터져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저 흐르는 눈물로써는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피카소는 그 속을 해부하기 시작한다. 눈물의 근원지까지 파고 내려가서 정말 울고있는 그 심층을 해부하여 보여 주려고 하는 것이다. 또한 피에타에서 보여지는 가장 극심한 고통, 억울한 피해자들의 아픔을 마리아와 예수님의 아픔에서 인용하여 그 마음의 아픔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결국 입체파가 일구어낸 인간 이해의 놀라운 표현의 심층에는 하나님이 인간을 보시는 그 영안의 세계로 돌아갈 때 온전히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하나님이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 하나님이여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을 주께서 멸시치 아니하시리이다”(시 5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