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문화 창달의 범주는 어떠한가? 다양한 문화의 종류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구속의 효과는 어느 정도의 범주에서 이루어지는가를 묻는 것이다. 그것은 역시 ‘모든 족속’이다. 그들이 처해 있는 영적이고 육적인 정황에 대하여 연민의 정을 느껴 안타까워하고 제자리에 앉아서 발을 동동 구르는 정도의 행동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보다 더욱 적극적인 생각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주동사 앞에 위치하고 있는 ‘poreuqente’가 잘 가르쳐 준다.

 이 용어의 어근은 poreuomai(‘가다’, ‘행하다’)이고, 그 문법적 특징은 제 1 부정과거 능동 분사(남성, 복수, 주격)이다. 부정과거 분사의 특징은 무엇인가. 부정과거 분사는 주동사(제자 만들라)의 시제보다 한 동작 앞서서 발생하는 동작을 의미하므로 “너희는 [먼저] 가라”로 번역해야 한다. 즉, ‘모든 족속을 제자로 만들기 위해서 너희는 [먼저] 그들에게로 가라’는 뜻이다. poreuomai는 ‘가다’ 뿐만 아니라 ‘행하다’라는 뜻도 있으므로 이 용어는 다음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 (모든 족속을 제자 삼기 위하여) 너희는 [먼저 그들을 향해서] 가라.
둘째, (모든 족속을 제자 삼기 위하여) 너희는 [먼저 할 일을] 시행하라.

이 동사가 시사하는 두 가지 의미를 자세히 보자. 첫째는 모든 족속을 제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두 발을 떼어 그들을 향해 찾아 가야한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모든 족속을 제자로 만들기 위하여 먼저 이행하여야 할 일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뿐만 아니라 효율적 선교를 위한 전략 수립과 그것을 뒷받침할 기도 후원과 재정 문제 등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문법적 특징에 근거하여 [먼저]라는 의미를 생각해 볼 때 사람들은 의식주 문제 해결을 통한 행복의 추구가 삶의 방편과 목적이 되어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그것보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義)를 구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요 우선 순위임을 가르치신다(마6:25~34). 의식주 문제는 삶의 수단과 방편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다. 그리하여 [먼저]가 지니는 신학적 의의를 가지고 본문을 이해할 때 poreuomai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겠다.

셋째,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행하든지) 너희는 [먼저] (모든 민족들을 제자 만들기 위하여) 하라(마 6:33; 고전 10:31).

크리스천들에게는 제 1, 2 창조언약의 정신, 즉 문화명령과 지상명령을 온전히 준행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요, 의식주를 비롯하여 직업과 결혼, 재능과 물질 등은 방편에 불과하다는 신앙과 의식이 필요한 것이다. 이와 같이 문화명령과 지상명령 사이에는 기독교 문화창달의 목적과 범주, 그리고 방편이라는 공통점이 내재되어 있다.

세 번째 등장하는 ‘baptizonte’는 baptizw (‘세례 주다’)의 현재 능동 분사(남성, 복수, 주격)이다. 현재 분사는 주동사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동작을 나타내는데 쓰이는 용법이다. 따라서 제자 만드는 것과 세례 주는 것은 동시에 이루어짐을 가리킨다. 여기의 세례는 외적인 모습으로는 물세례를 가리키고 내적으로는 성령세례를 가리키는데 세례는 곧 예수님의 제자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세례 받기까지 인도하는 것이 제자 만드는 길이다.

윤용진 교수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구약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