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반미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좀 지나친 표현일지는 모르나 미국은 한국인에게 있어서 약속의 땅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었다. 지금도 미국의 비자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미국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처럼 생각된다.

해방과 더불어 승전국으로 이 땅에 진입한 미국의 군대, 6.25 참전을 통한 피흘림, 직·간접적으로 제공된 원조물자 등 이 땅의 수많은 세대들이 그 혜택을 누렸다. 어쩌면 미군은 우리의 천군 천사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미국에 대한 “반미”의 소리가 터져나오게 되었으니…. 철없는 사람들의 헛소리가 아닌가 생각될 수도 있고 이념의 극한 논리로 빨갱이들의 소리라고 할 수도 있다.

지금 우리는 이렇게 친미와 반미의 갈등 속에 있다. 그래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혹자는 그래도 반미보다 친미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걱정할 것 없다고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좀더 우리의 입장, 즉 교회의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선은 친미니 반미니 하는 소리를 공공연하게 낼 수 있는 사회의 다양성이 형성되고 있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미국과의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그렇게 되었다. 정말 다양하고 다원화된 사회가 형성되고 그에 따른 주장, 의견 또한 다양하다. 어떤 한 논리나 사상을 가지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게 되었다. 숨겼던 모습을 드러내고 죽였던 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현상은 사회가 보다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증거로서 좀더 긍정적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면서 교회는 이 틈바구니에 끼여 있어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그 틈바구니에서 서로를 당기고 민다면 결국은 그 사이에 서 있는 교회만 상처를 입게 된다. 암울했던 80년대에 교계 어른들의 조찬기도회 때문에 문제가 되고 서로에게 불신을 갖게 했던 일도 있었다.

그러므로 친미와 반미 사이에서 교회는 빠져나와야 한다. 그리고 말씀으로 비추어 보아야 한다. 말씀의 빛 아래에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깨우쳐 주시는 계시적 응답을 들을 수 있고 그것을 말씀에 의지하여 선포할 수 있어야 한다.

과연 교회는 친미의 소리를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반미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인가? 우리는 극단적인 이념의 논리나 감상적 생각이 아니라 정말 오늘을 향해서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교회는 약한 자, 압박받는 자, 가난한 자, 무너진 자의 자리에 서야 한다. 그리고 외쳐야 한다. 예레미야, 미가, 아모스, 하박국처럼….

예레미야는 친바벨론적 메시지로 인해 곤고를 당했다. 차라리 우리에겐 그런 신앙적 소신 있는 메시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