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선기 목사(직장사역연구소 소장) 집에는 주일이면 8가정이 모여서 예배를 드린다. 10시부터 12시까지 예배와 성경공부를 진행한다. 예배에는 유치부와 초등학교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예배 도중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식 설교도 한다.

방목사의 가정교회는 2년 전에 시작되었다. 방 목사가 전에 다녔던 교회에서 알고 지냈던 청년들이 신앙의 방황을 하다가 방목사 가정예배를 참석하면서 가정교회는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음에도 가정교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숫자가 많아졌다.

방목사가 직장사역을 하기 때문에 주중에 모이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정기 모임은 주일에 예배 중심으로 갖는다. 그외 필요에 따라 비정기적인 모임을 갖는다. 두 달에 한번씩은 1박2일 일정으로 기도원에 간다. 토요일에 모여 기도원에서 보내고 주일에 예배를 드린 후 귀가한다.

아이들이 고만고만하고 또 다른 사역이 있어 외부 사역은 아직 없다. 단지 예배와 교제, 그리고 주일에 헌금 전액을 구제와 선교에 사용할 뿐이다. 방목사는 가정교회 모임이 가지는 관계성 중심의 예배와 역동적인 교인들의 삶에 대해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교회 개척이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그 대안 모델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방선기 목사와 같은 가정교회이다. 가정교회는 가정에서 드린다고 해서 가정교회가 아니다. 소그룹 중심의 교회를 두고 가정교회라고 말한다. 단지 장소의 편리성 때문에 가정에서 모이지만 장소는 구애받지 않고 있는 것이 가정교회의 특징이다. <관련 기사 9면>

김인호 목사(추수교회)는 “교회 개척이 건물 위주로 이뤄지는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공동체 중심의 소그룹 교회도 필요한 시기”라며 “교회의 소모적인 부동산 투자는 교회 개척을 어렵게 하지만 소그룹 중심의 교회는 이런 문제는 물론 재정적인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고 말한다. 현대의 새로운 교회 개척 패러다임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 소그룹 중심의 가정교회는 의외로 많다. 송인규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홍인규 교수(천안기독대학교), 장순석 교수(조선대), 최성진 목사(한가족교회), 그리고 익명을 요구한 그 외 여러 가정교회 모델들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건물이나 교회 이름이 없지만 분명히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이들의 기독교 공동체이자 교회이다.

출판사에 종사하면서 가정교회를 꾸려나가고 있는 김아무개 목사는 “교회가 건물중심으로 개척하다 보면 결국 물량원리에 따른 맘몬이즘의 시녀가 된다”며 “대형교회가 하지 못하는 역할을 가정교회가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체된 교회 개척은 물론 올바른 교회론 정립을 가져다 주는 것이 가정교회 목회라고 주장한다.

가정교회를 시작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기존 교회에 대한 고정된 관념이다. 현재 한국교회의 개척은 상가임대나 부지를 사서 교회를 짓는 패턴을 따르고 있다. 그래서 개척을 한다고 하면 어느 지역에 어느 정도의 자본이 동원되는 것이 상례이다.

하지만 가정교회는 이런 규칙에서 벗어난다. 현재 가정교회 사역을 하는 사역자들은 이런틀에서 자유롭다. 그러나 이런 가정교회에 대한 모델 설립을 대부분 주저하고 있다. 최소한 상가임대 건물 정도의 예배당을 갖춰야 교회라고 보는 기존 인식으로 인해 자칫 가정교회를 교회가 아닌 것으로 여기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더구나 적은 숫자의 가정교회가 목회 생계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선뜻 소그룹 중심의 공동체 모임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무턱대고 가정교회를 시작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일이다. 가정교회는 친밀함 때문에 가지는 긍정적 요소도 있지만 작은 공동체가 가지는 부정적 요소를 간과하고 시작하면 큰 코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가족교회 최성진 목사는 “가정교회에 대한 신학적 틀과 소신이 없이 자본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접근하는 것은 무리”라고 경고한다.

홍인규 교수는 “가정교회는 기존교회가 갖지 못한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 지역 중심의 강한 관계성이 교회를 교회답게 한다. 목회자의 올바르고 건강한 교회론만 있다면 가정교회는 얼마든지 세울 수 있다”고 말한다.

가정교회 관계자들은 가정교회가 유일한 대안은 아니지만 현재 답보상태에 있는 한국교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