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선 기자

“요즘엔 산 더덕도 줄기와 잎사귀가 붙은 채로 캐내 와야 사람들이 믿어요.”
민주지산 등산로 입구에서 30년째 나물장사를 해오고 있는 이동지월 할머니(78. 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 한천마을)는 예전 같지 않은 등산객들의 마음 씀씀이가 못마땅하다. 산비탈을 오르내리면서 겨우 캐낸 산더덕이나 취나물이 여간해선 팔리지 않는다. 어쩌다 값을 물어오는 등산객들도 걸핏하면 중국산 같다며 외면하는 바람에 할머니 좌판에는 ‘민주지산에서 채취한 것’이라는 푯말까지 써 붙여야 할 판이다.

동지월 할머니는 18살 때 철원에서 이곳 물한리로 시집을 왔다. 남편을 6·25때 여의고 막걸리와 나물 장사를 하며 2남2녀를 곱게 길렀다. 하지만 장성한 아들 딸들이 모두 도회지로 나가고 또다시 20여 년을 한천마을에서 외롭게 살았다. 그러던 할머니에게 뜻밖의 나들이가 시작된 것은 지난 해 여름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는 줄 몰랐지. 사방에서 불이 번쩍대고 큰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더래요.”

할머니가 신명나게 털어놓는 이야기는 영화 <집으로...>에 출연했던 추억담이다.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초코파이 할머니로 영화에 출연한 뒤 전국에서 아는 사람들이 전화를 걸어왔다. 시사회에 초청돼 극장 무대에 올랐던 일이며 유명 배우들과 일본에까지 함께 갔었던 일은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름? 이름이 어디있어. 동짓달에 났대서 동지월이라고 부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