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설교가 전부는 아니다(계속)

전도도 중요하다. 요즘 전도에 있어서 불신자와의 접촉점을 점점 상실하고 있다. 전도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전도의 소명 앞에 우리 공동체가 어떻게 설 것인가라는 진지한 고민이 없이는 새로운 세대의 목회를 감당할 수 없다. 예배의 갱신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우리가 고수하고 있는 예배는 성경에 기초하기보다 문화와 전통에 기반을 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얼마나 많이 문화와 전통에 매달려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급진적인 변화의 시도가 교회에 어려움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진지하게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예배를 갱신해야 설교도 살아날 수 있다.

그리고 경배와 찬양 운동에 대해 한마디 하고자 한다. 경배와 찬양이 우리 시대에 준 가장 큰 기여가 있다면 성가대가 마치 전유물로 생각하던 찬송을 회중 찬송으로 돌려 줬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경배와 찬양 철학에 의하면 회중 전체가 성가대다.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찬양 인도자들이다. 그들은 온 회중이 하나님께 찬양을 드릴 수 있도록 북돋아 준다. 성도들이 다 함께 찬양을 드릴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은혜를 받았는가? 찬양을 통해 마음이 열리기도 하고 찬양 자체를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고 심리적인 치료를 경험하는 놀라운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문제는 찬양사역을 지나치게 많이 강조한 나머지 말씀 사역을 위축시켰다는 데 있다. 이것은 또 다른 균형의 상실이다.

한번은 경배와 찬양 집회에 참석했다가 한 찬양사역자에게 농담 삼아 말했다. 경배와 찬양 집회에 다시 오고 싶지 않다고. “40, 50분 열심히 찬양하던 성도들이 설교할 때 다 졸더라. 이거 너무한 거 아닌가?”

너무 균형을 잃었다. 찬양이 아주 소중하지만 말씀사역과의 밸런스가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나는 교회에 소속한 찬양사역자들에게도 균형에 대해 많이 강조하고 대화한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찬양이 소중한 것처럼 말씀사역은 우리가 천국가기 전까지 강조해야 할 목회의 초점이다.

성령운동은 교단과 교파를 뛰어넘어 거대한 물결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러한 성령의 터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제도적으로 어떻게 교회가 수용해야 할까, 성령께서 정말 거룩한 역사를 계속 성도들 가운데 행할 수 있도록 어떻게 통로를 만들 수 있을까, 교회 지도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다.

셀목회는 우리 시대 새로운 대안처럼 떠오르고 있다. 셀목회는 한 가지 형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매우 다양할 수가 있다. 교회마다 평신도를 살리고 그들이 리더 의식을 갖고 삶의 한 복판에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복음을 전하는 이러한 사역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것이 설교와 같이 가야 설교가 살 수 있고 목회가 살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요소를 한 데 용해할 수 있는 목회의 비전이다. 목회의 제 요소들이 잘 돼도, 아무리 목회자의 설교가 좋아도, 교회가 미래가 없으면 안 된다. 성도들이 ‘이 교회 오니까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교회 안에서 오래 버틸 수 없게 된다. 교회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모든 공동체는 라이프 사이클을 갖고 있다. 탄생기가 있고, 성장기, 성숙기, 침체기가 있다. 성장하다가는 양적으로도 자라지 못하고 질적으로도 성숙하지 못하는 침체기가 온다. 침체기가 지나면 어느 순간 사망해 버릴 수가 있다. 지상의 교회는 영원할 수가 없다. 우주적 교회, 영원한 교회는 문자적으로 영원하지만 지상의 교회는 사망기에 들어설 수 있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 교회가 침체기에 들어섰을 때 우리가 무엇으로 이 침체를 벗어날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무엇으로 새롭게 할 수 있을까? “새로워집시다, 회개합시다!”는 구호만 갖고는 안 된다. 회개의 강조는 중요하지만 회개와 함께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 비전이 보여야 침체했던 교회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목회를 뒷받침하는 여러 요소와 비전들이 살아 움직일 때 거기서 설교, 말씀사역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설교만으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진지하게 목회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할 때 설교도, 설교다워질 수 있다. 그 얘기를 하고 싶다.

그래도 설교가 가장 중요하다
이제 설교가 제일 중요하다는 말로 넘어가야겠다. 성경적으로도 그렇다. 성경에 나타난 위대한 영적 대각성의 한 복판, 핵심 속에는 항상 말씀의 선포가 있었다. 이것이 변할 수 없는 성경적 패턴이다. 예수님도 자신의 공생애를 이사야서의 말씀을 읽고 낭독하고 선포하심으로서 공적 생애를 여셨다. 초대교회가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우선순위, 사도행전 6장에 보면 구제 문제와 관련해서 교회가 복잡해졌다. 그 문제를 돌파했던 돌파구의 우선순위는 사도들이 말씀에 전무하는 것이었다. 사도들은 구제를 위해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평신도 지도자를 뽑고 자신들은 말씀과 기도로 돌아왔다. 우선순위를 바로 찾았다. 문자 그대로 전세계를 바꾸는 사역에 쓰임을 받은 바울사도의 핵심 사역도 말씀의 선포였다. 사도행전 17장을 보자. 2, 3, 4절을 보면 바울 사역의 전형적 특성이 성경 강론임을 알 수 있다. 바울은 유대인이었기 때문에 유대인의 회당에 들어가서 성경을 갖고 강론했다. 3절에 보면 뜻을 풀었다. 성경을 읽어놓고 자기 하고 싶은 소리 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제목설교를 한 것이 아니라 뜻을 풀었다는 것이다.

바울의 설교는 강해설교적 특성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바울은 여기서 끝내지 않고 그리스도가 해를 받고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야 함을 증명했다. 그의 설교는 철저하게 그리스도가 중심이었다. 예수님이 중심이 된 것이다. 개혁 전통에서는 구속사적 설교라고 한다. 그리스도가 중심이 된 설교였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갖고 왔는가? 적지 않은 무리가 설득을 받고 제자들의 공동체에 합류했다. 회심이 일어난 것이다. 전도적 설교를 했다는 얘기다. 강해설교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회심을 권유할 수 있는, 복음전도적 설교가 바울의 설교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강해적이었고, 그리스도 중심적이었고, 전도적이었다. 전도의 결과를 얻는 설교였다.

이것이 데살로니가에서 보인 유일한 경우가 아니라 바울이 어디로 가든지 보였던 사역의 패턴이었다. 바울에게 있어서도 양보할 수 없는 사역이 바로 설교였기 때문이다.
교회사적 영적 부흥운동의 사례를 보면 말씀이 언제나 핵심에 위치했다. 이렇듯 기본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말씀에 대한 기본이 없이 부흥을 경험한 역사적 사례는 없다. 조나단 에드워즈의 유명한 설교도 영적 각성의 촉진제가 됐다.

우리의 목회사역에 있어서도 설교는 참으로 중요하다. 설교는 목회의 방향을 제시한다. 교육이 지적인 이해를 돕고, 한사람의 신앙을 바로 세우는 데 도움을 준다면 설교의 가장 큰 기능은 공동체의 방향을 세워주는 데 있다. 또한 설교는 교회 방문자들에게 교회의 첫 인상을 제공한다. 아마 교회 처음 오는 사람들은 교회의 여러 가지 모습을 관찰하고자 할 것이다. 안내자의 첫 인상, 성가대의 모습, 교회 건물, 그러나 가장 강력한 인상을 받고 돌아가는 것은 설교에서다. 사람들은 설교에 대한 기대를 갖고 교회로 온다.

지구촌교회는 11년밖에 되지 않았다. 나는 모든 개척 목사님들이 갖고 있는 동일한 상황을 안고 개척을 시작했다. 경기도 수지에, 아파트가 하나도 없었을 때부터 개척했다. 처음에는 나와 개척하려고 한 사람들과 함께 사역지를 찾았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강당을 빌려서 시작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강당이 있는 학교가 별로 없었고 어쩌다 있으면 안 빌려 주거나 다른 교회가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 방법이 없었다. 돈도 없었다. 그러다 선경스마트의 카세트 테이프를 만드는 공장의 5층에 200명 정도가 들어가는 조그만 강당을 빌릴 수 있었다. 거기서 강당을 빌려서 집회를 시작하게 됐다.

여름철에는 카세트 테이프를 만드는 공장이라 화공약품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강당이 5층인데 엘리베이터도 없었다. 많은 사람이 걸어 올라가야 했다. 선풍기도 없었다. 우리 사정을 얘기하니까 공장에서 하나를 줬는데 큰 소음이 나는 대형 선풍기였다. 개척하던 그 시절을 잊을 수 없다. 개척 5년이 지나고 나서 개척 시절을 되돌아보며 좌담회를 가졌던 적이 있다. 그 때 이렇게 말하는 성도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공장을 5층을 걸어올라가면 생각나는 것이 딱 하나밖에 없었다. ‘이번주가 마지막이다!’ 그런데 올라가서 시설도 제대로 안 돼 있고 성가대도 없고, 요란한 선풍기 속에서 그래도 말씀의 은혜를 받고 5층을 내려갈 때면 ‘다음 주에 한 번 더 나와봐야지’라며 속아서 나왔다.”

그 때 그 성도에게 교회가 무슨 인상을 줬을까? 건물, 성가대, 아무것도 없을 때 말씀이 그 영혼을 붙든 것이다. 내가 당시에 매달린 것은 말씀과 비전, 두 가지 밖에 없었다. 교회의 미래를 계속해서 보여줬다. 하나의 교회를 보태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한 교회를 통해 성도들이 행복해하고 민족이 달라지는 데 기여할 교회를 꿈꾸며 이 교회를 시작했다며 교회의 비전과 메시지로 사람들을 붙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