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선 기자

속리산과 덕유산으로 이어지는 소백산맥의 허리춤에 추풍령이 있다. 추풍령의 서부 능선은 경상북도 구미의 금오산으로 계속되고 그 동쪽에는 민주지산(1,242m)이 솟아 있다. 민주지산의 북쪽 계곡을 따라 굽이쳐 흐르는 30리 물길이 물한계곡이다. 계곡 물이 유난히 차갑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행정구역상 충청북도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에 속한다.

옥천을 지나 황간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빠져 나오면 곧바로 49번 국도에 접어들 수 있는데 그 49번 국도를 따라 얼추 20여 분 남쪽으로 달리면 임산 삼거리에 다다른다.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5분쯤 더 달리면 하도 대교가 나타나고 그 즈음에서부터 길 오른편에 초강천이 흐른다. 그 초강천의 발원지이자 민주지산의 북쪽 계곡이 바로 물한계곡이다.

하도 대교에서 헐목까지 5km쯤 되는 초강천 하류에서는 누치나 갈겨니 같은 민물고기들이 잘 잡힌다. 군데군데 낚시꾼들이 파라솔로 햇볕을 가린 채 세월을 낚는 모습이 낭만적이다. 초강천을 거슬러 오를수록 호도나무와 밤나무들이 냇가에 많아 지고 계곡은 점점 좁아진다. 하지만 정작 가족단위의 피서객들이 몰리는 곳은 물한감리교회에서부터 황룡사까지 2km 남짓한 물길이다. 이따금씩 바위산을 감돌아 나가면서 계곡 물은 수영하기 적당한 연못을 만들어 냈고 피서객들은 그 곳에서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힌다. 특히 계곡의 상류는 울창한 활엽수림에 뒤덮혀 있어 발 담그기 좋은 그늘이 많다.

주차장에서 5분쯤 걸어 올라가면 이번에는 황룡사라는 아담한 절이 하나 보인다. 절은 30년 전에 지었다는데 돌부처상과 석탑 두 개가 대웅전의 처마곡선과 잘 어울린다. 황룡사를 왼편에 두고 조붓한 등산로에 오르면 머지 않아 시원한 폭포소리를 듣게 되는데 옥소폭포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수량이 풍부해서 그 물보라가 볼 만하고 가슴속까지 서늘해지는 냉기가 주변에 가득하다.

한편 민주지산은 우리나라 등산객들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산이다. 민주지산에서 삼도봉과 석기봉으로 이어지는 삼각능선은 사시사철 색다른 맛을 풍겨서 해마다 3만명 이상의 등산객을 불러들인다. 특히 충청북도와 경상북도, 그리고 전라북도까지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삼도봉 정상(1,174m)에는 삼도화합 기념탑이 있고 매년 10월에 기념행사가 열린다. 삼도봉은 민주지산의 동쪽 3km 지점에 솟아있는 봉우리로 그 남쪽은 전라북도 무주, 동쪽은 경상북도 김천과 맞닿아 있다. 옥소폭포와 삼마재를 지나 삼도봉에 올랐다가 석기봉과 민주지산을 돌아 함수정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수단으로는 경부선 열차 또는 고속버스를 타고 충청북도 영동에서 내리면 된다. 영동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황간을 거쳐 물한리 계곡 주차장까지 시내버스가 하루 5차례 운행한다. 차비는 2천원, 소요시간은 한 시간 정도.
 승용차로는 경부고속도로 황간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좋다. 49번 국도로 바꿔 탄 뒤 노천삼거리 우회전, 임산 삼거리 우회전, 하도대교, 안흥목, 물한계곡 주차장 순으로 운행하면 된다. 전라도 쪽에서는 24번 국도나 30번 국도를 이용해서 일단 무주읍으로 접근해야 빠르다. 무주읍 삼거리에서 기곡 방향으로 차머리를 돌려 청량삼거리 좌회전, 조동, 고자, 하도대교, 물한리 순으로 운행하면 된다.

⊙ 주변에 가볼 만한 곳
영화 <집으로...>에서 할머니가 살았던 지통마 마을이 물한계곡 근처에 있다. 상촌의 고반대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8km쯤 운행하면 궁촌 저수지가 나온다. 궁촌교를 넘어 새막골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촬영장이 나오는데 지통마 마을은 황학산의 7부 능선에 자리잡은 산촌으로 흙벽돌 굴피 집과 토종벌통 등을 볼 수 있다.
황간 서북방 2km 지점에 있는 월유봉과 그 주변의 경치가 아름답다. 한천 8경이라 불리우는 이곳은 깎아지른 듯한 바위절벽 밑으로 석천계곡의 맑은 물이 흐르는데 산양벽과 용연대 청학굴 등의 인기가 높다.

경부고속도로의 중간지점(서울기점 214km)에 추풍령 휴게소가 있다. 추풍령 휴게소는 고속도로 양편에 나란히 지어져 있는데 육교를 만들어 양쪽 휴게소를 넘나들게 했다. 상행성 휴게소 뒤편에는 1970년에 건립한 고속도로 준공 기념탑이 있고 잔디마당도 넓다. 하행선 휴게소에는 타조와 꽃사슴 등을 구경할 수 있는 동물장이 있고 제법 운치있는 산책로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