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택 목사(예장합신 이단사이비대책위원)

지난 2001년 3월 1일 기독교 연합회관에서 기독교 평신도 301인이 "평신도 3.1 선언문"을 채택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것은 기독교 시민연대가 작성하고 참여단체 대표에서 수정을 거친 후에 발표된 것인데 많은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선언문 서두에 보면 "民族的 尊嚴性의 회복과 國權의 自主獨立을 위해, 하늘의 함성으로 압박의 땅을 뒤흔들었던 先覺者들과 民衆들의 나라사랑을 오늘에 되새기고자 한다..... 믿음의 선조들이 감연히 감당했던 자기 犧牲的 십자가의 결단을 소중히 여긴다"고 과거 우리 신앙의 선배들의 투철한 신앙정신을 되살려 혼탁한 이 시대를 새롭게 하자고 다짐하고 있다.

 이러한 평신도 선언에 대하여 수많은 신자들이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선언으로 인하여 평신도가 크게 각성하는 계기가 되고 한국교회와 정부를 향하여 역사적인 행동지침들을 제시하므로서 지탄받는 지도자들에게 도전을 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논평하기도 한다.

 한국교회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하고 교회가 새롭게 태어나는 놀라운 시도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무튼 평신도들이 모여서 교회의 갱신과 개혁을 부르짖고 각성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교회에 있어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된다.

 평신도 선언문이 주로 강조하고 있는 내용은 지금까지 교회의 치부로서 드러난 문제들에 대한 개혁이 주를 이룬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담임목사직의 세습문제와 교회재정의 불투명한 운영, 그리고 일부교회와 목회자들의 윤리적인 일탈과 위선적 신앙과 부정 부패를 척결하고 정화하자는 것이다.

 둘째 한국 장로교회의 전통적인 관습 즉 종신제 장로직을 임기제 장로직으로 변환하고 한번 장로가 되면 종신토록 당회원으로서 교회의 실권을 잡는 것을 금하기 위하여 윤번제나 임시제로 당회를 바꾸자는 것이며 여성과 청년들의 의사결정권을 반영하게 하고 여성에 관한 차별적인 교회헌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교회 안의 민주화를 천명하는 것이다.

 셋째 목회자 중심의 교권주의적인 교회활동이나 연합운동을 평신도가 참여할 수 있는 공동체적인 활동으로 만들어가고 그래서 진정한 교회 연합과 부흥이 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교회에 드려진 헌금은 하나님께 드려진 것이므로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운용하고 헌금을 바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다섯째 목회자를 비롯하여 모든 평신도들이 자신의 내면의 변화와 영적성숙에 매진하여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에서 탈피하여 진정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주님의 형상을 닮은 사람들로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며 역사의 주체가 되자는 것이다.

 3.1 평신도 선언이 나오기 오래 전부터 한국교회는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교회갱신과 개혁을 부르짖어 왔다. 그러나 교회개혁은 구호만 많았지 실제로 개혁이 진행된 것이 아니라 후퇴한 느낌을 준다. 한국교회에 영향을 미치는 대형교회와 존경을 받던 목회자들로부터 서서히 잘못된 문제가 드러나고 사회적으로까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교회의 문제는 목회자의 문제였고 개혁의 대상이 목회자가 된 셈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당회장 /조용기 목사)에서 조직된 교사모(교회사랑모임)는 교회재정의 투명한 운용을 부르짖는 사람들인데 결국은 대상이 당회장이요 목회자인 조용기 목사와 그 주변이다. 충현교회(당회장/김성관 목사)에서 만들어진 충사모(충현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목회자의 잘못된 세습문제와 원칙없는 교회운영을 비판하고 있는데 결국 대상은 목회자요 당회장이다. 또 광림교회(당회장/김선도목사)의 광평연(광림사랑평신도연합)도 목회자 세습문제와 불투명한 재정운용을 비판하고 있는데 대상이 목회자이다

 과연 비판을 받을 만큼 어두운 구석이 많다는 말인가? 아니면 '왕따' 당한 것에 대한 교회 쿠테타인가? 시간이 가면서 전모가 드러나고 밝혀지겠지만 세상의 빛으로서 교회가 어두운 그늘이 있어야 되겠는가? 교회는 마귀의 세력을 향하여 싸우는 주님의 몸인데 지체들끼리 싸운다는 것은 싸움의 대상을 잃고 있는 것이며 스스로 분쟁한다면 망하는 길밖에 다른 길이 없지 않은가? 

 평신도 선언을 볼 때 교회개혁의 일차적인 대상이 목회자라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거론된 모든 문제가 목회자와 관련이 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목회자로 문제가 생겼다면 목회자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 아닌가? 한국교회가 타락하고 세속화된 책임은 누가 먼저 책임을 져야 하는가? 두말할 것도 없이 교회의 지도자들이다.

 예레미야 선지자가 오늘 이 시대의 한국교회의 상황을 본다면 어떻게 말할까? 상상해 본다. 그 시대의 종교지도자들과 오늘 이 시대의 목회자들이 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되어서다. 예루살렘과 택한 백성들의 멸망을 지켜보아야 했던 예레미아 선지자 그는 이렇게 울부짖는다.

 "여호와께서 분을 발하시며 맹렬한 노를 쏟으심이여 시온에 불을 피우사 그 지대를 사르셨도다. 대적과 원수가 예루살렘 성문으로 들어갈 줄은 세상 열왕과 천하 모든 백성이 믿지 못하였도다. 그 선지자들의 죄와 제사장들의 죄악을 인함이니 저희가 성음 중에서 의인의 피를 흘렸도다. 저희가 거리에서 소경같이 방황함이여 그 옷이 피에 더러웠으므로 사람이 만질 수 없도다. 사람이 저희에게 외쳐 이르기를 부정하다 가라 가라 가라 만지지 말라 하였음이여 저희가 도망하여 방황할 때에 이방인이 이르기를 저희가 다시는 여기 거하지 못하리라 하였도다. 여호와께서 노하여 흩으시고 다시 권고치 아니하시리니 저희가 제사장들을 높이지 아니하였으며 장로들을 대접지 아니하였음이로다"(예레미야 애가 4:11-16)

하나님의 성 예루살렘이 하나님의 진노로 멸망하게 되고 대적의 발에 짓밟히게 된 것은 종교지도자 곧 선지자와 제사장들의 죄악임을 증거하고 있다.

 말라기 선지자도 그 시대를 향하여 거짓된 예배, 타락한 예배의 책임을 종교지도자인 제사장들에게서 찾고 있음을 본다. 지도자의 타락이 곧 모든 백성에게 오염되는 것을 성경은 증언한다. 따라서 한국교회의 세속화와 타락의 원인과 책임을 묻는다면 누구에게 먼저 물어야 할까? 목회자가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평신도 연합이 교회 개혁을 외치며 각성을 부르짖는데 있어 그 이면에 목회자가 교회 개혁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으니 탄식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평신도 선언이 주는 의미는 교회개혁이 곧 목회자들로부터 시작되어야 함을 알리는 신호요 이 신호가 올랐다는 것은 교회지도자인 목회자들의 타락을 말하는 것이니 이 어찌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있겠는가?

 한미준의 교회분석
 한미준(한국 교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 지난 98년 한국교회 전반에 걸쳐서 한국 갤럽에 조사의뢰를 한 적이 있다. 그 조사에 의하면 한국교회는 지나친 양적 팽창주의로 교파가 분열되고 개교회주의가 심하며 기복주의 신앙으로 많은 신자들이 잘못된 신앙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으며 개신교의 종교 이탈율이 다른 종교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나서 교회의 역할이 약화되었음을 나타내었다. 사회를 향한 영향력이 소수의 의인으로서 빛과 소금의 역할보다는 양적 규모로서 거대한 힘으로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왜곡된 모습도 드러났다.

  그리고 교회가 본질적인 영혼구원과 영적변화와 성숙, 그리고 구제와 봉사 같은 것을 위한 것보다는 교회건물을 대형화하고 수양관, 기도원 등을 짓는데 또 음향시설과 각종 기자재 같은 비본질적인 것들을 위하여 헌금들이 많이 쓰여지고 있어서 교회의 정체성을 찾는데 심각한 위기가 있음을 보여 주었다.

 혹자의 고뇌 섞인 글을 보면 "우리는 매일 우편물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매일 오는 우편물 중에 유난히 보고 싶지 않는 우편물이 있다. 그것은 <00교회 00목사입니다>로 시작하면서 교회 건축 때문에 많은 빚을 지게 되었는데 도와 달라는 편지이다. 하나같이 공통된 점은 무리하게 교회건축을 시작하여서 빚만 남게 되었고 그 빚으로 인하여 고통 가운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러한 분들에게 묻고 싶다. 무엇을 위하여 목회하느냐고 ... 이런 사람들이 다시 목회를 시작한 들 하나님의 나라가 바로 세워지겠는가? 목회는 교회를 짓는 것이 목회가 아니다. 땅에 씨앗을 뿌리면 처음에는 싹이요 다음에는 이삭이요 다음에는 이삭에 충실한 곡식이라고 한 것처럼 하나님께서 이루어주시는 만큼 이루어 나가는 것이 진정한 목회다"라고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또한 신앙생활과 현실과의 괴리가 큰 것도 심각한 문제로 제기가 되었다. 신자들은 말씀을 따라 세상에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고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어야 하는데 교회 안에서는 신앙인 행세를 하면서 교회 밖에서는 비신앙적 행동들을 하고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들은 개신교의 영적 위상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적하고 있는 것은 기도와 말씀 그리고 성경공부는 차고 넘치는데 그것이 삶까지 연결되지 않고 살아있는 능력으로 나타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일방적인 말씀선포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그 말씀을 붙들고 고민하며 씨름하는 가운데 바른 삶을 찾아나가는데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습관적인 예배, 형식화된 신앙행위가 되었다는 것이다.

 평신도 3.1 선언이나 한미준의 교회분석이나 한국교회의 방향과 흐름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이제 목회자들의 각성과 회개운동이 일어나야 되리라고 생각된다.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고 가슴을 치며 회개할 때가 왔다고 생각된다. 누가 누구를 정죄하며 누가 누구를 비판하겠는가?  신자는 사람 앞에서 사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목전에(in the sight of God) 사는 사람이다. 아무리 사람에게 인정을 받은 사람이라도 큰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세우지 않는다면 그 목회자는 타락할 수밖에 없다. 평신도들이 목회자들을 질타하며 교회개혁의 대상으로 첫손가락을 꼽지 않도록 목회자들이 먼저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된다.

 예레미야가 피로 더러워진 제사장들과 선지자들이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지탄의 대상이요 비난의 대상이 되어 사람들에게 쫓겨다니며 방황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은 교회지도자로서 목회자들이 그 위상을 잃었을 때에 올 수 있는 비참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아마 수많은 목회자들이 세상이 바라보는 눈길을 의식하며 지내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