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홍선   대전 다모아침례교회 협동목사, 성바협 지도목사

◆ 마귀의 반란과 우주창조?

김기동 신학에 있어 천사가 언제 어디에서 하나님께 도전했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김기동은 하나님에 대한 천사의 반역적 사건의 근거를 이사야 14:12∼14에 두고 있다.
 “너 아침의 아들 계명성이여…네가 네 마음에 이르기를 내가 하늘에 올라 하나님의 뭇별 위에 나의 보좌를 높이리라. 내가 북극 집회의 산 위에 좌정하리라. 가장 높은 자와 비기리라 하도다”(사 14:12∼14). 또한, 두로 왕의 반역을 설명하고 있는 에스겔 28:15∼17도 김기동에게 중요한 성경 구절이다.

천사 루시엘이 자신을 하나님과 비교하며 자기가 하나님과 같이 되려고 하였는데 이는 하나님에 대한 도전이라는 것이다. 정의하자면, 천사의 반역은 우주 안에 있는 에덴 동산에서가 아니라 우주를 만들기 전 하늘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김기동은 나아가 “하나님은 반역한 천사를 가두기 위한 감옥으로써 우주를 만들고, 그 우주 위에 ‘하나님의 신이 수면 위에 운행’(창 1:2)하도록 한 것”이라고 하며, 교도소 주변에 무장한 교도관이 경비를 서는 것에 비유해 설명하였다. 김기동은 이 같은 자신의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창세기 1:2의 “하나님의 신이 수면 위에 운행하시도다”와 유다서 1:6의 “영원한 결박”을 동의어로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서 김기동이 말하는 천사의 반란은, ‘우주 내의 반란’이 아닌 ‘신들의 하늘’에서 일으킨 반란을 뜻하는 것이다. 그는 “우주는 감옥과 같은 음부이지 결코 천국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한다.

김기동은 이 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자신의 논리의 타당성을 주장하였다. “우주가 천국이라면 하나님이 왜 이 우주의 체질을 녹게 하겠는가?” 그는 또 “창세기 1장에 보면 왜 둘째 날을 창조하시고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말을 하시지 않았겠는가? 마귀를 가두는 궁창을 만들고 좋았더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도 말한다.

그것은 마치 대통령이 교도소를 만들고 준공식을 하지 않은 것과 같은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다(김기동 직강, 베뢰아아카데미 제20기 제34강 및 베뢰아아카데미 사범반 제1기 제11강, 1991. 5. 20; 김기동 저, <하나님의 의도>).

사실 정통신학에서도 천사의 타락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천사의 타락 시기를 우주 창조 이전으로 보더라도 우주를 천사를 가두기 위한 감옥으로 이해하지는 않는다. 단지 타락한 천사의 마각이 에덴 동산에서 나타났던 것으로 보고 있을 뿐이다. 또한 우주 창조와 동시에 천사가 타락했던 것으로 보는 경우도 있으나 우주를 교도소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김기동 신학의 허구성을 증명하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 가야 할 점이 있다. 하늘에서 반란한 천사를 무슨 법에 의해서 이 우주에 가두어 놓고 심판했는가 하는 점이다. 김기동의 말대로 하면 아무런 법도 없이 하나님께서 마귀를 감옥에 가두신 것이다. 이것은 공의로우신 하나님께서 불법적인 처사를 하셨다는 말이 된다. 로마서 5:13은 “죄가 율법이 있기 전에도 세상에 있었으나 율법이 없을 때에는 죄를 죄로 여기지 아니 하느니라”고 분명히 말씀하고 있다.

따라서 상식적인 죄형법정주의 원칙에서 볼 때도 아무런 법이 없었던 하늘에서 천사를 우주에 가두었다는 것은 하나님의 공의를 훼손하는 그릇된 주장이 될 것이다.

김기동 신학에서는,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신 제1의 목적은 ‘마귀를 진멸하여 빼앗겼던 하나님의 영광을 회복시키는 일’이고, 제2의 목적이 ‘그 일에 수단적 존재로서 참여한 인간을 구원하는 것’이다”(김기동 직강, 베뢰아아카데미 제20기 40강 및 베뢰아아카데미 사범반 제1기; 김기동 저, <히브리서 강해 1> 69쪽)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기동에게 인간 구원은 제1의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그는 정통신학을 비판하며, “인간 구원이 1차적인 목적이라면 인류가 왜 100% 구원받지 못하는가? 그리스도의 오심이 인간구원을 최고의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 구원을 100% 완성해야 하는 것이 아닌갚라고 주장한다.

둘째, 김기동은 “예수가 오시기 전에 천국을 마련하지 않고, 예수가 이 땅에 오셔서 당신의 일을 마친 후에 영원한 천국(아버지 집)을 예비한다는 점(요 14:1∼6)이 인간 구원이 제1의 목적이 아님을 말해주는 것”(김기동 직강, 베뢰아아카데미 제20기 및 사범반 제1기)이라며 자신의 주장이 성경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기동은 요 3:16은 사도 요한의 단순한 감탄사이고, 성경을 구속의 역사로 보는 것은 인본주의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서슴없이 이렇게 말한다. “인간 구원문제를 배우지 말고 하나님의 의도를 배워야 한다. 성경을 인간 구원으로 보는 것은, 돼지가 생각하기를 자기를 먹여주는 아주머니를 식모로 생각하고, 거름을 치워주는 주인을 머슴으로 생각하는 것과 같다”(김기동 직강, 베뢰아아카데미 제20기 제28강, 제32강; 베뢰아아카데미 사범반 1기 제4강, 1991)고 하였다.

 이 말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김기동은 요 3:16을 중심으로 한 구속사적인 관점에서 하나님을 보는 것은 하나님을 식모나 머슴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성경에 기인한 기독교 정통신학과 전통신앙에서 말하는 우주 창조는, 하나님께서 이 우주에 하나님의 영광을 두시고 하나님의 형상의 모양과 따라 인간을 만드셔서 인간과 대화하시고 사랑의 대상으로 만드신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김기동은 타락한 인간을 구원하시는 사랑의 하나님을 도외시함으로써 마귀 진멸 신학의 출발을 삼는 커다란 우(愚)를 범하고 말았다.

   ◆ 천사가 신들의 하늘에서 어떻게  반란을 일으킬 수 있는가?

이에 대하여 김기동은 “하나님은 악에게 시험받지도, 시험하지도 않으신다(약 1:13)고 했는데 어찌 천사가 감히 하나님께 도전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기동은 ‘신들의 하늘’은 하나님이 영광 받으실 장소이고, 하나님의 우편보좌이며, 하나님의 이름을 두신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신들의 하늘’에는 천사장 말고도 하나님의 이름을 담당한 ‘여호와의 천사’, 즉 ‘여호와라는 천사’가 있었기에 루시엘이 하나님을 대신하였던 여호와라는 천사에게 도전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는 피조물의 완전은 하나님의 명령에 대한 수용의 의지와 거부의 의지가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곧 하나님의 명령이 수립되려면 피명령자에겐 배타성과 수용성의 의지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이때 명령을 수용하면 영의 보전이 있지만, 배타성을 사용할 때는 별도의 처벌이 있게 된다고 한다. 천사 루시엘도 이 배타성을 사용했다고 한다. 김기동은 다른 천사들도 배타성을 사용할 수 있기에 루시엘은 반역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김기동의 주장은 성경적 사실이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적인 노력이 전혀 뒷받침되지 않은 것으로 개인의 상상력에만 의존한 ‘추리 신학’에 불과하다.
한 가지 그의 주장을 살펴보자. “롬 8:39의 ‘다른 아무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느니라’에서 ‘다른 피조물’이란 ‘다른 우주가 올지라도’의 뜻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은 그 때에도 유효하다”라고 했다.

물론, 다른 우주가 올 수도 있다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은 김기동의 개인적인 자유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그러한 주장을 하기에 앞서 그 상상이 어떠한 신학적 결론에 이르게 되는가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선행했어야 옳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