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선자, 그녀는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 대신 사춘기 소녀같이 명랑했다. 얄밉도록 쌀쌀맞은 시어머니, 모골이 송연하게끔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무당 역할 등으로 기억된 그녀의 무섭고 차가운 이미지는 이미 다른 분위기로 변해 있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자신의 가슴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그 무언가'를 거침없이 보여주는 그녀의 내면은 여전히 정열적이었다.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새로 채워주셨어요. 절망을 희망으로, 슬픔을 기쁨으로, 불행을 행복으로 바꿔놓으신 거예요. 완전히 새 것이 된 거죠.”

긴 투병 끝에 눈을 감은 남편 구석봉 작가와 사별한 때가 1988년 정초이니까 벌써 14년 세월이 흘렀다. 남편을 간호하며 갖은 고통 가운데 허물어졌던 그때 그녀의 삶은 절망 그 자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교회의 종소리는 그녀의 영혼을 뜨겁게 달궜고 탤런트 최선자의 인생을 180도로 바꿔버렸다. 절망의 나락에서 진정 주님을 만난 것이다. 여기에 어느 영성훈련에서의 체험은 한마디로 그녀를 ‘예수에 미치게’ 만들어 버렸다.
배우 최선자, 그녀는 이미 ‘교만하고 잘난’ 자기욕망의 배우가 아니다. 그런 최선자는 적어도 14년 전쯤 팬들의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놀라우리만치 풍성하게 주셨어요. 그래서 그 은혜가 감사해서 예수님 이름으로 뭐든지 최선을 다하여 하나님께 드리는 인생을 사는 것외에 아무 생각이 없어요. 그것이 저의 행복이예요.”

그래서 그저 하나님 영광을 위해서만 자신의 모든 달란트를 불태우는 복음 사역자가 된 것이다. 그녀는 잘 알려진 대로 유명 연예인들이 많이 출석하고 있는 예능교회(조건회 목사)의 권사이다. 그 교회에서 14년째 소프라노 성가대원으로 봉사하고 있다. 구역장 등 자신의 봉사가 필요한 자리라면 어김없이 감당해왔다.

배우 최선자, 그녀는 이제 세상 배우가 아닌 복음의 배우이다. 그런 그녀를 말하자면 역시 ‘미리암선교단’ 활동을 들어야 제격이다. 예장 통합측 총회가 제주영락교회에서 열렸을 때 초청을 받아 뮤지컬을 공연했던 계기로 조직된 게 ‘미리암’이다. 당대의 기라성 같은 인기 배우와 음악인 등이 신앙으로 모였던 것이다.

최권사가 앞장 선 ‘미리암’은 1991년 7월 1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지금 우리는’(최성찬 작곡, 이의일 연출)이라는 뮤지컬로 창단공연을 했다. 천지창조→약속의 무지개→모세의 활약→세례요한의 외침→예수의 공생애→십자가 사건→부활 승천으로 이어지는 장엄한 스토리의 대형 뮤지컬이다(타이틀은 나중에 ‘지저스 지저스’로 바뀐다).

미리암’의 단장으로서 최권사는 그후 11년 동안 하나님의 은혜를 수없이 체험했다. 1991년 육군사관학교 을지극장 공연, 1992년 LA 슈라인 오라토리움 극장 공연, 1997년 일본 신주쿠 나카노제로 문화센터 공연 등 수십 차례의 공연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려드리고 은혜도 한없이 받았다. 이중 어느 한 공연도 절절한 간증 없이 진행된 게 없다고 기억한다.

최권사는 그 외에도 주기철 목사의 일대기를 담은 ‘돌박산에 핀 꽃’(문고헌 연출)과 같은 성극에 출연하고, 지난해에는 하숙집 할머니의 구수한 전도의 삶을 그린 ‘가마솥에 누룽지’(최종률 연출)에서 그 할머니 권사 역할로 열연하기도 했다.

그녀의 복음사역에 간증과 찬양 집회도 빼놓을 수 없다. 그 동안 사역했던 국내외 간증·찬양 집회가 무려 1천500여 회에 달한다. 자신을 부르면 그곳이 어느 산간 오지라도 마다 않고 달려갔던 것이다.
이렇게 그녀의 복음 인생이 인터뷰 내내 숨가쁘게 전개되었다. 얼추 2시간이 다 되어 인터뷰를 끝내려는 기자의 눈치에도 아랑곳 않고 그녀의 간증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열정적일 수가 없었다. 그녀의 가슴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그 무엇’은 바로 하나님 사랑이었다. 그 사랑은 곧 일천한 기독교문화를 일구는 데 자신의 달란트를 아낌없이 다 바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기독연예인의 대모(?)로서 귀한 본이 되고 있는 최선자 권사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쓸 만한 과부라고 해요” 라며 그녀는 웃었다.

사실 MBC 성우 공채 1기로 시작된 그녀의 방송·연예 활동은 참 화려했다. 47세에 남편을 먼저 보내고 복음으로 ‘확’ 달라진 그녀이지만 여전히 인기 있고 그래도 젊은 나이였다. 그런데 왜 재혼하지 않았을까? 짓궂게 물어보았다.

“그이는 나에게 귀하고 가슴 뜨거운 간증을 남겨주고 갔어요.”

생명의 불꽃이 다 꺼져가던 당시 기적같이 구원을 선물받은 남편의 입에서 감격스런 고백들이 흘러나왔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 고백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이어서 말했다.

“예수님과 함께하는 삶이 너무 좋아서 물 불 안 가리고 정신 없이 뛰다보니 외로움 같은 거 느낄 겨를이 없었죠. 이제 14년 이전의 인생이 어떠했는지 마치 140년 전이나 되는양 아득해요.”

최선자 권사는 8월 4일에 이어 11일 8개국 팀이 참가하는 ‘거창국제예술제’에 성극 ‘돌박산에 핀 꽃’이 초청되어 출연한다. ‘세상’ 예술제에 ‘성극’이 초대된 예가 없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곧바로 12일에는 인도 타밀라두주 크리쉬나기리로 8박9일 간의 선교여행을 떠난다. 

최선자 권사는 오래전 ‘햇빛출판사’ 윤일숙사장의 도움으로 에세이집 <이별없이 무엇을 이루랴>를 냈다. 이때 남편의 유고 시집 <백년 후에 부르고 싶은 노래>도 함께 출판해 하늘나라에 있는 그이에게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