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균 기자

▲ 8월16일 임시이사회 때 억류된 이사들. 왼쪽이 황창기 고신대 총장, 오른쪽은 신태은 이사(사진=복음병원 노조 제공)

“워낙 복잡하다. 병원이나 교단 등 각 관계자들의 의견이 통일되기는 무척 힘들다.”
복음병원 사태를 보는 한 교단 관계자의 견해다. 해마다 교단의 ‘뜨거운 감자’가 돼 왔던 복음병원 문제는 올해 한층 심각하게 달궈지고 있다.

복음병원은 지난 8월 2일 시작된 노조원들의 전면 파업으로 부도위기는 물론 병원 포기 주장까지 나올 정도의 위기를 맞고 있다. 노조원들이 내세우는 파업의 근본이유는 구자영 의료원장의 퇴진이다.

노조측에 따르면 구 의료원장은 취임이후 권위주의적인 태도와 사려깊지 못한 언행, 행정적 비합리성 등을 빌미로 직원들과 잦은 마찰을 빚어왔다. 또 외부에서 스카웃한 경리과장 배 모씨 등 핵심부서 인사와 관련, 노조와 행정직원, 일부 간부직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 원장이 노조의 집단행동 대처과정에서 “수십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이다, 책임을 묻겠다”등의 강경대응 입장을 거듭 천명, 노조를 더욱 단결시켜 사태해결을 더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노조원들의 입장은 통일된 반면 병원의 실제 운영주체인 예장고신측은 일치된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단 정치권을 대표하는 개혁파와 보수파의 시각이 따로 나눠져 있는 것도 사태를 조기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노조 최경조 선전부장은 “교단의 개혁측은 노조의 배후에 보수파가 자리잡고 있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교단 안에서 복음병원 사태를 교단 내부 정치적 역학관계와 연결지어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복음병원 노조가 의외로 단단한 결집력을 보유한 강성노조라는 점도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 고신 교단지 <기독교보>는 8월 31일자에 노골적으로 강성 노조가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기독교보>는 8월 31일자 기사에서 복음병원 노동조합이 강성노조로서 직원들의 권익보호 차원을 넘어서 병원의 경영권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병원의 인사위원회가 경영진과 노조가 5 : 4 로 구성되어 있고, 징계위원회도 5 : 5 로 구성되어 사실상 노조의 허락(?)없이는 인사이동은 물론 잘못한 직원 징계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노조측은 <기독교보> 기사에 대해 즉각 성명서를 내고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자체적인 통계를 작성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다른 병원노조도 복음병원 노조와 비슷한 상황이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고신측 대다수 인사들은 <기독교보> 기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즉 강성노조에 병원 경영권까지 휘둘리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요구대로 의료원장을 퇴진시킨다면 주객이 전도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더구나 지난 8월 16일 열린 이사회에서 이사들을 하루동안 억류하며 다그쳐 의료원장 퇴진을 약속받으려는 노조원들의 행동은 몇몇 이사들의 마음문을 닫게 만들었다. 현재 노사 양측은 서로를 극도로 불신하고 있다.
8월 27일 이사회가 열리지 못한 것도 노조의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는 이사진들의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사회 개최 때 수 백 명의 노조원들이 진을 치고 있는 상황이 계속 이어져 왔다.

하지만 노조원들은 “비겁하다”고 이사진을 비난하고 있으며, 오는 9월 9일 이사회 때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배수진’을 치고 있다. 이 배수진이 무너질 경우 노조의 다음 목표는 자연스럽게 23일 총회 현장으로 넘어가게 된다.

따라서 고신 총회는 9일 이사회 때 구 의료원장 퇴진 등 노조 요구안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에 처해있다. 그러나 노조에 대한 반감과 병원 경영권 수호라는 마지막 자존심 지키기, 그리고 교단 내부 정치권의 서로 다른 시각을 조율해내는 문제는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