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인들이 즐겨 부르는 찬양 가운데 “우리에게 향하신 여호와의 인자하심이”란 곡이 있다. 미국 뉴욕 Bridge-Builders(다리를 놓는 사람) 선교단체 설립자 김진호 목사가 작사·작곡한 이 곡은, 하나님의 성품을 한국인들의 정서에 맞추어 잘 표현해 주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가사 중 ‘우리에게’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향하다’의 목적어는 ‘우리에게’라기보다 ‘우리를’이 어울린다는 것. 결국 “우리를 향하신 여호와의 인자하심이”라고 표현하는 게 어법에 맞는다는 설명이다.

한국교회 안에서 통용되는 언어들 가운데 잘못돼 있는 용어가 의외로 많다. 영결식, 증경회장, 소천하셨다, 천당 등이 대표적인 예.

얼마 전, 경기도 예전교회 경조팀장 오현탁 장로는 난처한 말을 들었다. 한 성도의 모친이 별세하여 지방에서 장례가 발생했을 때, 성도들 중 몇몇이 오 장로를 찾았다. 그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함께 내려가지 못함을 미안해 하면서, 자신들 대신 소천하신 분에게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가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오 장로는 이 자리에서, ‘명복’(冥福)은 불교 전용어로서 죽은 자들이 복된 심판을 받아 극락에 가게 되기를 바란다는 의미이기에 기독교인이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가르쳤다. 더불어 ‘소천’은 우리말 사전에도 없는 신조어이며, 이 말 대신 별세나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알려주었다.

예배·예식, 기도, 장례, 교회 생활 등 전 분야에서 오용

지난해 9월, 한글날을 앞두고 교회용어 바로 쓰기 운동을 펼쳐온 이의용(교회문화연구소 소장) 장로가 <예수님의 존함으로>(도서출판 리컴)란 저서를 출간했다. 이 책에 따르면, 한국교회에서 잘못 사용되는 용어는 예배와 예식, 회의용어, 기도, 장례, 교회 생활 등 다방면에 걸쳐 오용되고 있다.

이 책에서 이의용 장로는, 교회의 언어문화가 황폐해진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 번역 오류로 선교 초창기에 성경과 찬송가 등을 번역할 때 어법과 문화를 고려하지 않고 직역한 것이 그대로 굳어져 사용되고 있고 △ 국어와 어법에 대한 무지도 한몫한다.

즉 ‘잔치를 먹는다’, ‘우리에게 향하신’, ‘경주를 경주한다’, ‘참 아름다와라’ 등은 어법에 맞지 않으며, 전도 대상자를 가리키는 ‘태신자’나 목사 부인을 일컫는 ‘사모’ 등은 정체불명의 언어이다. △ 기복주의 만연도 기독교 용어를 오염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한국교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면서도 대표적으로 잘못 쓰이는 어휘는 ‘축복’(祝福)으로 ‘복을 빈다’는 뜻과 달리, ‘크고 좋은 복’이란 의미로 잘못 쓰이고 있다는 것.

하나님께 ‘축복해 달라’는 말은 신학적으로 맞지 않는다. △ 목회자의 권위주의 문화. ‘주님의 종’을 ‘주님의 종님’으로 ‘담임목사’를 ‘당회장’으로 부르는 것이 그 예이다. △ 다른 종교에서 온 용어 때문. ‘영안실’(靈安室), ‘영결식’(永訣式), ‘명복’(冥福), ‘삼우제’(三虞祭) 등은 기독교 교리와 정면 배치되는 다른 종교의 용어인데도 교회에서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장 통합 총회에서 통과된 잘못된 교회 용어

교회에서 잘못 사용하고 있는 용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 온 예장 통합 총회 기독교용어위원회는 지난 2002년 제87회 총회에서 고쳐야 할 기독교 용어 18개와 사용하지 말아야 할 용어 19개 등 총 37개를 상정, 통과시켰다.

변경된 새로운 기독교 용어는 다음과 같다.
△ 기도 관련 용어 ① 당신→ 하나님, 하나님 아버지 ② 기도드렸습니다(기도하였습니다)→ 기도드립니다(기도합니다) ③ 주여, 하나님 아버지시여→ 주님, 하나님 아버지 ④ 우리 성도들이→ 저희들이, 교회의 권속들이 ⑤ 대표기도→ 기도인도 ⑥ 사랑의 예수님→ 사랑의 하나님 ⑦ 참 좋으신 하나님→ 거룩하신, 은혜로우신, 전능하신, 진실하신, 자비로우신 하나님

△ 예배, 예식 관련 용어 ① 사회자→ 인도자(예배시) ② 성가대→ 찬양대 ③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사용불가 ④ 대예배→주일예배 ⑤ 헌금→ 봉헌 ⑥ 하나님의 축복→ 하나님이 주신 복 ⑦ 하나님!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하나님! 복 주시옵소서 ⑧ 준비찬송→ 사용불가 ⑨ 축제→ 잔치

△ 회의 관련 용어 ① 고퇴→ 의사봉 ② 자벽→ 지명, 임명 ③ 증경→ 전(前) ④ 휘장분배→ 꽃 증정

△ 정례 관련 용어 ① 소천하셨다→ 별세하셨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숨을 거두셨다. ② 삼우제→ 첫 성묘 ③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나님의 위로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④ 미망인→ 고인의 부인 ⑤ 칠성판(七星板)→ 고정판 또는 시정판 ⑥ 영결식, 고별식→ 장례식

△ 교회 생활 용어 ① 당회장→ 담임목사(당회장→ 당회 때만) ② 예수→ 예수님, 성령→ 성령님 ③ 사모→ 사모님(‘사모’는 주로 제자나 평신도들이 선생 부인이나 목사 부인을 높여 불러 주는 말이기 때문에 ‘사모님’이 될 수밖에 없다.) ④ 천당(‘천당’이라는 어휘는 우리말 성경에 없을 뿐만 아니라 ‘천당 사상’은 기독교 신학과 차이가 있다→ 하나님 나라, 하늘나라, 천국 ⑤ 제단→ 성단, 제물→ 예물 ⑥ 하나님의 몸된 교회→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 ⑦ 전야제→ 전야 축하행사 ⑧ 태신자(이 용어를 사용하게 되면 앞으로 목사나 장로가 되기를 바라고 기도하는 사람은 ‘태목사’, ‘태장로’라고 해도 괜찮다는 결론에 이른다.)→ 전도대상자 ⑨ 입신→ 사용불가 ⑩ 지금도 살아 계신 하나님→ 지금도 살아 계셔서 역사하시는 하나님 등이다.

열린 예배는 열린 집회로

교인들의 신앙생활 가운데도 잘못된 용어가 많다. 입시 등을 앞두고 엿과 떡 등을 나누며 합격을 기원하는 것은 무속적인 행위이다. 기도를 하나의 치성적(致誠的)인 행위로 생각하는 것도 올바른 크리스천의 자세가 아니다.

시편을 읽을 때, 무심코 시편 ○장 ○절로 읽는 경우가 많은데, 시편은 반드시 시편 ○편 ○절로 읽어야 한다. ‘중보’라는 말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에게만 해당하는 말이기 때문에, 우리가 사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그뿐 아니라 이러한 용어를 사용하려면 ‘이웃을 위한 기도’, ‘중보적 기도’라는 표현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배는 하나님을 경외하기 위한 행위이기 때문에 “예배 본다”는 말은 “예배를 드린다”로 표현하는 것이 옳다. 열린 예배는 믿지 않는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예배의 자리에 나아올 수 있도록 배려하는 형식과 접근 방법을 택한 구도자 집회를 말한다. 열린 예배가 교회에 처음 나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예배라기보다는 ‘전도집회’이다. 또한 예배는 인간이 임의로 닫거나 열 수 없고 받으시는 이의 뜻에 달려 있다.

연말연시에 드리는 ‘영시예배’와 ‘자정예배’라는 용어도 옳지 않은 용어다. 단순히 예배가 시작되는 시각을, 예배 명칭으로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또 교회들마다 밤 11시나 11시 30분에 예배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0시는 예배시작 시각도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의미의 송구영신예배가 옳은 표현이다.

목회자들이 설교할 때 흔히 “사랑하시는 성도 여러분”과, 기도할 때 사용하는 “사랑하시는 하나님”은 문법상 맞지 않기 때문에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사랑하는 하나님”이라는 용어가 맞는 표현이다. 이 용어들은 말하는 주체가 스스로 자신에 대해 존대를 나타내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다같이 주기도문 외우겠습니다”, “다같이 사도신경 외우겠습니다”는 표현도 성도들이 단순히 주기도문을 외고 암송하는 것이 아니라, 뜻을 바로 새기며 음송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같이 주님 가르쳐 주신 대로 기도하겠습니다”, “사도신경으로 신앙고백하겠습니다”로 표현해야 한다. 예배가 끝날 즈음, 예배 인도자가 이제 “아무개 목사님 축도로 폐회합니다”도 잘못된 용어다. 예배는 회의가 아니기 때문에 “목사님 기도로 예배를 마칩니다”라며 분명하게 예배임을 밝힐 필요가 있다.

또한 기도 인도자가 기도의 마무리를 하면서 흔히 “예배의 시종을 하나님께 의탁드리며”와 같은 표현도 옳지 않다. 예배는 하나님이 나에게 베풀어주신 사랑과 은혜에 감사하며 하나님께 최상의 가치를 돌려드리는 응답의 행위이기 때문에 “이 예배를 주장하시고” 또는 “이 예배를 성령님께서 인도하시고”로 사용해야 한다.

무속이나 토속신앙, 도교, 불교 등의 사상이나 교리 등이 담겨져 있어 그리스도인들이 쓰기에 바람직하지 못한 용어도 있다. 실례로 도로 아미타불, 공염불, 보살같다, 부처님 가운데 토막, 신선 놀음, 도사, 신주단지 모시 듯하다, 명당, 넋두리, 도깨비 장난, 일진, 살,귀신같다, 액, 운수, 재수, 사주팔자, 터줏대감, 손 없는 날, 운명 등이 그것이다.

성경에는 말에 대한 경고가 수없이 많으며 말로 덕을 끼칠 것을 권면한다. 기독교는 말씀과 육신이 된 ‘성육신’ 사건을 지나칠 수 없다. 예수님이 말씀만으로 병을 치유하시고 기적을 베푸셨듯이 교회의 언어도 거룩하게 선포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