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하 교수 / 고려신학대학원 기독교 윤리학

해외 입양 세계 1위 한국. 한국 전쟁 이후 현재까지 약 14만 명의 아이들이 해외로 보내진 반면 국내 자체적 입양 숫자는 5만9천명 내외에 불과하다.
70년대까지는 가난과 경제적 무능으로 인해 양육을 포기하고 고아원과 사회복지시설에 아이들을 맡겼지만, 80년대 이후부터는 미혼모 출산과 이혼의 급증으로 인해 아이를 버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사회복지 단체를 중심으로 “우리가 낳은 아이 우리가 키우자”는 캠페인이 전개되는 등 국내 입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제 교회도 입양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 운동에 동참할 때가 되었다.

기독교 복음의 핵심 내용은 하나님의 입양행위라고 할 수 있다.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요 1:12)라고 말하면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을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 즉, 입양자 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바울은 성도가 의롭게 되고 구원받음을 입양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한다(엡 1:15; 갈 4:4∼5). 성도들은 죄와 율법의 정죄함에서 벗어나(롬 7:4∼8:14; 갈 3:16), 하나님의 아들이 되고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로 부를 수 있는 신분을 지닌 자가 되었다고 가르치고 있다(롬 8:15; 갈 4:5∼6).
물론 성경의 내용에서 현재의 입양에 대한 규범적인 명령이나 규칙조항을 그대로 끌어내기는 곤란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범주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재 인간의 실제 입양의 모델과 패러다임은 될 수 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우리들을 어떤 자격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일방적인 사랑으로 자녀로 삼으셨다고 가르치고 있다. 입양의 가장 중요한 동기와 목적은 힘없고 소망 없는 자들에 대한 사랑이다.

부모 없는 아이들의 유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사랑의 정신, 그들에게 마땅히 누려야 할 부모의 사랑을 제공해 주고자 하는 마음과 행위는 하나님이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입양한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부모의 중요한 책임은 자녀를 잘 양육하여 사회로 내보내는 것이다.
물론 피를 나눈 친부모가 자녀를 기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좋다. 그러나 이 말이 양부가 기르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성경은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결코 소유의 관계로 말하지 않는다. 자녀는 장성하여 결혼을 하면 새로운 가정을 이루기 위해 부모를 떠나야만 한다고 성경은 가르친다. 이것은 자녀가 부모의 소유가 아님을 잘 말해 주는 것이다.

사실 육신의 부모가 결합하여 아이를 낳지만 부부가 아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아이에게 생명을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부모는 단지 하나님이 허락하시고 조성하신 아이를 낳는 것뿐이다. 아이는 부모를 통해 이 땅에 보내진 독립된 인격체이고, 부모는 그 아이를 하나님으로부터 위탁받아 양육하는 책임을 지닌 청지기일 뿐이다. 그렇다면 엄밀한 의미에서 모든 부모는 입양부모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부모로서의 자격은 그 사람이 지닌 혈연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그 본질은 맡은 자녀를 잘 양육하느냐 하는 것이다. 부모의 자격과 가장 큰 의무는 자녀에게 하나님의 말씀과 믿음의 공동체가 간직해왔던 믿음, 덕목과 가치를 전수해 주고 세상과 교회 공동체로 내어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혈연에 대한 생물학적인 본능이나 이웃에 대한 사랑보다도 하나님이 아이를 자기에게 맡겨 주셨다는 믿음과 하나님의 위탁에 신실하게 응답하고자 하는 소명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부모의 의무를 제대로 행사하도록 하는 핵심 요소라고 해야 할 것이다.
부부는 아기를 키워가면서 그들의 자녀가 결코 자신들의 소유가 아님을 인정하는 법을 배워나가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하나님께서 부모에게 맡겨주신 하나님 나라의 대행자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물론 단순한 구제 행위와 입양은 엄청나게 다르고 또 입양을 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고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기독교 윤리는 여기에서 그치면 안 된다. 피는 물보다 진할지라도 사랑보다는 진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하나님의 자녀로 입양된 자들이다.

우리는 피로 낳지는 않았지만 그리스도가 주신 그 사랑으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다.
그리스도인이 과부와 고아에 대한 사랑의 명령과 그리고 결혼과 부모됨을 하나의 소명으로 받아들인다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아이를 자녀 삼아 키우는 일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언약과 가정의 핵심이 결코  혈연관계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깊이 새기고 고아에 대한 하나님의 보호의 명령, 그리고 주의 나라를 위한 자녀 양육이 기독교의 부모됨과 결혼의 핵심 소명임을 깨닫고 입양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쌍둥이 입양 행복합니다." 황수섭 목사  / 호산나교회 입양담당, 고신대학교 의학부 교목 “형편도 좋지 않을텐데 왜 입양이라는 부담을 안으려고 합니까?” “입양하세요. 목사님 답습니다.” 키워 줄 부모가 필요한 쌍둥이 남아를 TV특집 방송을 통해서 보고 난 후 입양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자 주위의 친지들은 다양하게 조언을 해 주었다. 갈등과 망설임의 기간을 지나 초등학교 5, 6학년 딸(아름, 다운)을 키우던 나는 돌이 갓 지난 쌍둥이 남아를 입양하고, 쌍둥이 아들의 이름을 대한, 민국이라고 출생신고를 하니 주민등록 등본의 자녀는 아름·다운·대한·민국이 되었다. 쌍둥이 아들을 입양한 후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가 있었다. 비록 대한, 민국이 때문에 뒤바뀌어진 생활 리듬과 분주함 속에서 살게 되었지만 행복과 기쁨이 넘쳐났다. 입양 전에는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입양전의 고민은 사라지고 입양하고자 마음을 가진 것이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이었다는 것을 깨닫자 감사가 넘쳤다. 입양을 망설이게 한 것은 양육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 낳은 두 딸이 손해 보지 않을까, 입양아가 잘못되어 가정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아내에게 짐을 지우는 일이 아닐까하는 고민이었다. 그러나 입양 후 그 고민들은 싹 가셨다. 그런 고민을 한 것 자체가 무안할 정도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지금 우리 가족이 하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고아의 아버지이신 하나님(시 68:5) 앞에서 참된 경건은 고아를 돌보는 것이다(약 1:27). 하나님 아버지께 입양된 우리 가족이 입양 가족이 되었으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입양된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관심의 대상인 고아를 입양해 양육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더욱이 쌍둥이 아들들을 믿음으로 양육하고 있으니 몸소 영혼을 살리는 일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전도의 사명이 있다. 땅끝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고 제자를 삼아야 하는데 입양은 가장 좋은 전도의 방법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시켜야 하는데 입양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부끄러운 과제이다. 개인 소득 1만 달러 시대, OECD회원국이라고 하지만 해외 입양문제는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우리 가정은 이런 기쁨과 감사, 보람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자 입양 사실을 공개하였다. 입양을 공개하자 주위로부터 좋은 일 남이 모르게 하면 안되냐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입양 사실을 공개하면서 입양의 행복을 알리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 번져 나가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교회가 입양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권해야 한다. 본인이 시무하는 부산 호산나교회(최홍준 목사)에서는 교인들에게 입양을 적극적으로 장려한 결과 2년 만에 10여 가정의 입양가정이 생겼다. 바라기는 입양 사실을 숨기려 마음 고생하지 않고 입양 사실을 인정하면서 행복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사회, 입양하는 부모를 위한 입양보다는 가정에서 자라야 할 입양아를 중심으로 한 입양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