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교수
미디어교육학회총무이사,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요즘 유행하는 인기 드라마나 개그 프로그램의 내용을 모르고는 교회학교 교사를 하기 힘들다. 10대 청소년들을 열광시키는 스타들이 즐겨 사용하는 의상이나 대사는 곧 청소년들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전제사항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오늘의 청소년들은 대중매체의 영향력권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오늘 날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에서의 각종 가르침 못지않게 대중매체로부터 많은 내용을 학습 받고 있다. 과거 부모와 선생님이 차지했던 자리를 TV를 비롯한 각종 대중매체가 대신하고 앉아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치와 규범을 가르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매체의 막강한 영향력과 다양한 역기능적 폐해로부터 교회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는 셈이다.
때로는 친구로, 경우에 따라서는 교사나 부모보다도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현대인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대중매체를 극복하지 않고는 바람직한 신앙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늘날 교회의 대중매체 대책은 절실한 과제이다. 

물론 대중매체가 부정적인 역기능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매우 다양한 유용성을 지니고 있는 존재다. 교회의 복음적 가치관을 대중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전파할 수 있다면 매우 유용한 선교매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매체를 올바로 활용하기 위한 교회의 대책은 미미한 편이다. 아직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도 않고 있으며 부분적으로 시도해보고 있는 대안들도 일회적이거나 부분적인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말초적 감각을 자극하고 일시적인 흥미유발이라는 상업적 목적달성에만 치중하는 대중매체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교회가 지향하는 복음적 가치관과는 차이가 난다.
우선 흥미와 쾌락을 지향하는 갈등, 싸움, 반목 중심의 대중매체 가치관에 비해 복음적 가치관은 참 평화를 지향한다.

또 개인 차원이건 사회구조적 차원이건 대중매체는 잘못된 일에 대한 책임소재를 남의 문제로 보고 이를 따지려는데 비해 복음적 가치관은 자신의 잘못을 먼저 생각하고 깨우치려는 ‘내 탓’으로부터 출발한다는데 차별성이 있다.
교회가 가르치는 사랑은 인내하고 겸손하며, 진리에 기초한 즉 ‘주는 사랑’인데 비해 대중매체를 통해 피상적으로 그려지는 사랑의 모습은 대부분 빼앗고 쟁취하는 투쟁의 대상이고 결국 이별과 아픔을 가져다주는 모습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중매체는 본래 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문명의 이기다. 부작용과 문제점이 있다고 해서 대중매체 또는 대중문화 자체가 부정되거나 본래의 다양한 기능을 포기할 수는 없다. 잘만 사용한다면 여전히 풍부한 가능성을 지닌 유용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미디어는 막강한 영향력을 어떤 방향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두 얼굴의 모습을 나타내는  양면적 존재이다. 문명의 이기로서 다양한 긍정적 기능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여러 가지 면에서 역기능적 폐해를 야기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디어교육도 긍정적 기능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휘하기 위한 미디어 창조교육과 역기능적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예방 및 적응교육의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되어야 한다.
현대사회의 지배적 환경이 되어버린 매체환경이 오히려 인간을 지배하고 심지어는 파괴에 이르게 하는 경우까지 생겨나는 것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교육은 매체본질(언어 및 구조) 이해교육, 매체비판 및 비평교육, 매체감상교육, 매체수용교육, 매체의 창조적 활용교육, 매체적응교육, 매체제작교육 등의 개념을 모두 포괄한 개념이라고 종합할 수 있을 것이다. 간혹 미디어를 이용한 교육(Education Media) 즉, 교육공학적 개념을 미디어교육(Media Education)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본래 미디어교육의 기본 이념은 올바른 수용자 교육으로 수용자에게 미디어의 본질을 이해시키는 교육(Media Education)으로서 매체의 교육적 활용과는 개념적으로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으나 다만 근자에는 이 양자간의 결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는 편이 옳을 듯하다.

이젠 미디어교육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을 강조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이미 실시되었던 다양한 형태의 실천 사례들을 찾아내어 이를 보완, 체계화하여 실제 교회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교회 미디어교육은 교육 대상에 따라 다양한 교육방법이 채택될 수 있는데 교회 지도자 즉, 성직자나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있을 수 있겠고 직접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그리고 남선교회, 여전도회 차원의 부모교육 등으로 구분, 실시할 수 있다.  
물론 다양한 교육대상 중에서 가장 먼저 교육받아야 할 대상은 일선 목회자와 교사임은 당연하다. 미디어교육이 왜 교회에서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목회자와 교사가 먼저 이해하고 이를 교인들에게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회 미디어교육은 상황과 환경에 맞게 적절한 교육내용, 방법 등 수준이 결정되어야 하는데 교회 미디어교육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실천과제들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교회 미디어교육의 방향 및 성격 규정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교회 미디어교육은 궁극적으로 복음 전파를 위해 대중매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여건을 만들기 위한 교육이어야 할 것이지만 보다 구체적인 교육 방향정립을 위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둘째, 교회 미디어교육을 담당할 주체 선정이 필요하다. 교회 미디어교육은 교단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실시할 수도 있고 신학대학의 관련 연구소나 특별기구에서 맡을 수도 있다. 기독교계 초, 중등학교에서 실시할 수도 있으며 개교회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실시할 수도 있다.  

셋째, 체계적인 교과과정이나 효율성 있는 교재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교과과정과 교재가 지속적으로 개발, 보급되어야 한다. 그 동안 산발적으로 전개되어온 미디어교육이 더 이상 발전을 하지 못하는 데는 좋은 교과과정과 교재가 개발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넷째, 흥미를 끌면서도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는 교육방법이 개발되어야 한다. 교회 미디어교육은 그 동안 사회 단체의 실시 경험을 종합해 볼 때 다양한 방법을 최대한 동원하여 보다 효과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실효를 거두기가 어렵다.   

다섯째,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지도자가 양성되어야 한다. 교회 미디어교육의 전문성을 갖춘 지도력을 어떻게 양성하고 이를 활용하느냐이다. 실시 대상이나 단체의 기본 성격에 맞는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실천할 지도자를 기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여섯째, 우선 순위를 정해 교육 대상을 차별화해야 한다. 직접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미디어교육을 실시하기 전에 먼저 교사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독교 가정에서의 미디어교육을 위해서는 부모 대상의 미디어교육이 필수적인 셈인데 이를 기독교계 학교가 맡을 수도 있지만 교회 또는 기독교 관련 시민사회단체가 맡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본 글은 교육목회실천협의회에서 제공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