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수 사모 / 천성교회

우리 교회에서 아니 권사님들 중에서 제일 존경하는 분을 뽑으라면 우리 두 내외는 이 분을 뽑는다. 그런 신실한 권사님께서 연초에 1년의 축복 심방을 요청하셨다. ‘꼭 사모님과 함께’라는 단서가 붙었기에 나도 함께했다. 경상도 중에서도 섬에서 사셨던 분이라서 생선 요리를 썩 잘하시는 분이다. 싱싱한 횟감을 고를 줄도 아시고, 아무 배석자도 없이 정말 목사 내외만 초청한 그 식탁이었다.

  간절한 연초의 심방이었기에 우리들의 예배 역시 간절한 축복의 예배였다. 참 흐뭇한 분위기였다. 건축 일을 하시는 남편의 믿음이 부실했기 때문에 권사님의 노심초사하시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목사님은 남편과의 대화를 잘 이끌어 나갔다. 딸만 다섯이므로 아들 하나를 입양하셔서 잘 양육하시는 모범 가정이었다. 혼기가 꽉 찬 큰딸이 있었다.

권사님 남편은 다섯 딸 중에서도 이 큰딸에게 거는 기대감이 굉장하셨다. 남녀공학 중에서 남자들의 전공이랄 수 있는 공대 재학 중이었으니 건축 일을 하시는 그 분으로서는 기대할만한 딸이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평할 때 여자로서 인물은 출중하지는 못한 편이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굴뚝새 아버지였다.

얼마나 자랑을 하시는지 권사님이 남편의 말에 몸 둘 바를 모르셨다. 생글생글 웃으시지만 목사님 눈치 살피느라 남편의 말에 브레이크를 은근히 걸었다. 양쪽의 형편을 잘 파악한 목사님은 역시 권사님의 남편과 대화를 잘 이끌어 갔다. 그러나 대화의 골인 점에 가서 판이 깨져 버렸다. 대화의 골인은 혼기가 꽉 찬 딸의 사윗감이었다. 오고가다 “그 딸 목사님께 주면 일생 잘 될 겁니다” 이 소리를 목사로부터 듣자마자 그 분의 응수는 이랬었다. “세상 누굴 못 주워 목사 줍니까?”라고 하면서 고개를 180도 목사에게서 돌려 버렸다.

예배 후 깨끗한 돈으로 바꿔, 깨끗한 봉투에 넣어 목사님께 드리면서 “작년 1년 험한 건축 일에 큰 사고 없이 잘 지냈고 큰 축복도 받았습니다. 첫째는 우리 부인의 기도 덕이고, 둘째는 목사님의 축복기도 덕분입니다”라고 하면서 두둑한 감사 촌지를 주셨던 비교적 솔직한 건축가였다. 그런 솔직한 분이기에 솔직한 표현을 여과 없이 던진 말이었다. 그분 보기에 이 세상에서 제일 가련한 직업인 목사에게 딸을 주라 하니 얼마나 화가 났을까? 내가 생각해도 아찔하였다. 후에 그 아가씨는 의사와 결혼했으나 가정이 깨어졌다.

본인 권사님께 아픈 상처를 건들 수 없어 못 물어보았으나 풍문에 의하면 가짜 의사였다고도 한다. 풍문을 믿을 것은 아니지만 가정은 깨졌고, 아버지는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딸이 심한 고통을 겪는 것 옆에서 보시면서 건축업도 사양길로 드리워지면서 많은 술을 먹어온 터였겠지만 위암으로 세상을 뜨셨다.

  그 큰딸에게서 얻은 손자가 그 부모의 깨지는 모습을 보며 잘못 컸다. 신체와 정신이 정상으로 못 자라 늘 병상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하다가 결국 그 아들도 펴지 못하고 21살의 한창 나이에 그토록 사랑하는 할아버지 곁으로 가 버렸다. 그 딸 역시 떳떳한 가정도 못 이루고 필리핀과 한국을 왕래하는 중고차 장사를 한다고 또 풍문에 들었다. 그 아버지의 철저한 교훈 때문이었을까는 모르지만 그 집 다섯 자매 딸들 중 목사에게 시집간 딸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그 상냥한 권사님은 여전히 우리 교회에서 권사 중의 권사로서 모범적인 역할을 하고 계신다. 믿음의 뿌리는 고통이나 흔들림에서 버팀목이 되는 것임에 틀림없음을 이 권사를 통해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