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전생에 무엇이었습니까?”
1990년대 중반 국내에 몰아쳤던 ‘전생’ 신드롬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전생’에 대한 관심은 과거와는 달리 다양한 정보를 통해 직접 ‘전생’을 경험해 보려고 하는 보다 적극적인 양상을 띄고 있다.

‘전생’ 신드롬의 발원지는 대중매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문화방송은 얼마 전까지 김영국 교수(대한최면연구소 고문)가 진행하는 ‘스타의 전생’을 방영했다. 가수 J-Walk, 탤런트 홍진희, 개그맨 김경희 등 많은 연예인들이 참여해 자신도 모르는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줘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김 교수가 최면을 걸 때 외친 ‘레드 선(Red Sun)’이라는 용어는 세간에 유행어로 등장하기도 했다.

방송뿐 아니라 소설, 영화, 대중가요 등 대부분의 매체에서 ‘전생’은 인기 있는 단골손님이다. 얼마 전 발간된 이외수씨의 신작 ‘괴물’에는 주인공이 전생에서 당한 억울한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현생에서 죽음을 퍼뜨리는 악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또 올 10월 개봉할 예정인 이병헌, 이미연 주연의 영화 ‘중독’은 죽은 형의 영혼이 동생의 몸으로 들어가 시동생과 형수가 사랑을 나누게 된다는 황당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서점가에서 ‘전생’ 관련 서적은 여전히 스테디셀러다. 더욱이 ‘전생유도 최면 테이프’가 별책부록으로 곁들여 있어 누구나 쉽게 전생을 경험할 수 있다고 부추기고 있는 책도 있다. 국내 유명인의 전생을 풀이한다는 윤영선 씨는 그의 책 ‘전생과 인연’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은 통일신라시대의 왕이었으며 축구 선수 차범근씨는 고구려 무인, 탤런트 최진실씨는 송나라의 옹주였다고 말하고 있다.

강남연세상담센터 박인영 상담사는 “대중매체에서 확실한 검증 없이 전생을 다루는 것은 대중들에게 전생이 실제한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며 “심할 경우 삶을 쉽게 포기하거나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좋은문화선교회 김대진 목사는 전생이나 환생은 “기독교적 사상으로 볼 때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김 목사는 “죽음 이후, 인간에게는 심판이 있을 뿐이고 인간이 구원을 받는 길은 오직 우리가 죄인 되었을 때에 우리를 위하여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뿐”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전생’에 대한 맹신이다. ‘다시 태어나면 되는데’라는 허황된 생각은 자연히 자신의 삶을 가치 없게 생각해 버린다. 몇 해 전 정상급의 인기가수가 죽자, 모 여중 3학년 학생이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나 오빠와 함께 살고 싶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이 충격을 준 바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www.daum.net)에 전생 관련 까페는 약 80여 개, 회원수는 무려 5만 명에 달한다. 직업에 확신이 없어 전생을 알고 싶다는 네티즌 박성규 씨는 “내가 전생에 무엇으로 성공했는가를 안다면 직업에 대한 확신이 설 것 같다”는 의견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 전생을 경험했다는 한 네티즌은 “예전엔 죽음이 무서웠지만 전생이 있다고 믿으니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고 털어놨다.

전생을 알게 해준다는 사람들은 보통 최면을 이용한다. 최면에 빠진 상태에서 상대방 속에 잠자고 있는 전생의 이미지를 끌어낸다는 것이다. 한국최면연구소 진승표 소장은 “전생체험은 단순히 과거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삶의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삶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생을 유도하는 최면이 평소 자신의 생각과 유도자의 암시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장면들로 연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영우 박사(신경정신과)는 “최면을 당한 사람은 최면가에게 조정 당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자신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분명히 알고 있고 자신의 가치기준에 따라 받아들일 수 없는 지시는 받아들이지 않으며 하기 싫은 말 또한 하지 않는다”며 “딴 세상에 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말짱한 상태에 있는 것이고 깨어난 후에는 최면상태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기억한다”고 지적했다.

전생은 정말 있는 것일까? 이 허무맹랑한 질문에 전생을 이끌어내는 전문가들도 확실히 대답하지 못한다. 김영우 박사는 “전생요법은 치료자의 판단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치료기법일 뿐이며 환자들이 기억해 낸 기억이 전생의 기억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타의 전생’을 진행했던 김영국 박사 역시 그의 책 ‘전생여행, 미래여행’을 통해 “전생이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에 가장 정확하고도 솔직한 대답은 ‘모른다’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중요한 것은 오늘의 삶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검증되지 않은 과거에 집착하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죽으면 다시 환생할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까지 꿈꾸고 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임성빈 교수는 “전생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윤리의식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우리의 생명은 하나님의 주권 하에 놓여있음을 인정하고 오늘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 조언   부활 영생 사모하며 세속문화에 당당히 이남윤 목사 (연희교회 부목사, <N세대 문화닷컴> 저자) 소설 ‘천년의 사랑’은 기공(氣孔) 또는 명상(瞑想)을 자연스럽게 소개하면서, 시공을 넘나드는 초현실적인 묘사들이 등장한다. 강원도 노루봉의 산장지기인 주인공이 기(氣) 수련 과정에서 자신의 전생을 확인하고 천년의 긴 세월 동안 이루지 못한 사랑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이다. 1996년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은행나무 침대’의 내용도 역시 환생에 기인한다. 주인공들의 전생은 천년 전의 궁중 악사와 공주였다는 것이다. 김은중의 ‘무릉도원’이란 책에서는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전생의 인연으로 맺어진 인물들이다. 한을 품고 죽어간 주인공들이 다시 이생에 환생하여 사건을 전개해 나간다. 이미 전생문화는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 들어왔다. 분명 전생, 환생, 윤회는 허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러한 것들이 대중매체에 인기 있는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 곳곳에 묘연한 신비주의가 싹트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기독교적 세계관의 관점에서 볼 때 전생과 환생은 가장 경계해야 할 문화코드다. 전생을 묘사한 작품을 통해 대중은 세속적인 윤회사상을 은연중에 실제적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 우리에게 이르기를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후에는 심판이 있다”(히 9:27)고 분명히 말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잘못된 구원관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전생을 얘기하는 대부분의 작품은 시공을 초월해 현세까지 이어지는 로맨틱한 사랑을 다루고 있다. 결국 끝없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 기쁨을 얻는 길이고 구원받는 길이라는 잘못된 사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적어도 윤회사상에 빠진 이들에게는 세상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고 신은 존재하지 않으며, 일정한 자연의 법칙만 존재할 뿐이다. 성경의 말씀은 이런 사상을 단호히 경고하고 있다(벧후 3:7). 또 한가지 경계할 요소는 전생이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가 불안정할수록 전생이나 환생, 또는 퇴마록 같은 류의 허황되고 기이한 이야기들이 범람하게 된다. 더욱이 전생이나 환생의 논리에 따르면 인간이 짐승으로 태어날 수도 있다. 이것은 명백히 인간에게 있어 하나님의 형상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비도덕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역사와 현실에 대한 책임을 회피케 할 수 있다. 오늘날 나타나고 있는 각종 전생문화들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동양 종교적 혼합주의’의 세계관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생과 환생은 인도와 티벳 등지에서 기원한 동양의 윤회 사상이다. 성경은 이러한 이교 사상을 단호히 배격한다(삼하 12:33, 욥 7:9∼10, 눅 16:27∼31). 인간의 사망은 죄로 인한 형벌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에게 사망은 영원한 종말이 아니라 완전한 생의 시작인 것이다. 왜냐하면 사망의 바로 저 편에 주께서 예비하신 영원한 처소가 있기 때문이다. 바울은 “우리가 담대하여 원하는 바는 차라리 몸을 떠나 주와 함께 거하는 그것이다”고 호언하였다(고후 5:1). 사람의 삶과 죽음은 하나님의 절대 주권이다. 때문에 우리들은 이 땅에서의 삶에도 충실해야 하며 영원한 안식처인 하늘나라를 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믿음의 자녀인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약속하신 부활과 영생을 사모하며 이러한 세속 문화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