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균 기자

10월10일 열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임원회에서 박영률 총무는 동아일보 출판국이 <예수는 신화다>란 책에 대한 한기총의 출판금지 요청을 받아들여 절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총무의 말대로 시행된다면 올 6월 25일 출간된 이후 한달 만에 4쇄 1만 부를 찍으며 종교서적 부문 1위를 질주한 <예수는 신화다>가 기독교계의 반발에 밀려 절판되는 운명을 맞게 됐다.

▲ 대응책을 논의 하고있는 한기총임원회

거대 매체인 동아일보사가 의외로 쉽게  <예수는 신화다> 절판 결정을 내린 것은 교계의 반발이 매우 강경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보수 계열의 최대 기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김기수 목사)가 이 책의 반기독교성을 지적하면서 동아일보를 곤경으로 몰아넣었다.

한기총이 동아일보사 규탄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지난 10월 1일. 한기총은 이 성명에서 “<예수는 신화다>는 예수님을 역사 속의 존재자가 아닌 신화로 간주해 성경과 기독교 신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동아일보사를 상대로 “책을 즉각 회수하고 반기독교적 행위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한기총은 동아일보가 이 책을 펴낸 목적이 “예수님과 기독교를 폄하하고 국민의 1/4에 달하는 1천200만 기독교인들을 모욕하려는 데 있다”고 까지 언급, 전 기독교신자와 동아일보의 대립구도로 몰아갔다.

한기총 성명 발표 후 교계 일간지 지면을 통해 이중표(한신교회) 김상복(할렐루야교회) 최건호(충무교회) 김명혁(강변교회) 황의영(대한신학대학원 석좌교수) 목사 등 유력한 기독교인사들의 설득력 있는 비판이 매일 게재됐다.

한기총과 교계 언론사의 양동 작전은 성명 발표 불과 10일 만에 동아일보측의 절판 약속을 받아낼 정도로 큰 효과를 가져왔다.
동아일보사가 이렇듯 쉽게 꼬리를 내린 것은 이 책이 한국 교회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수 층의 반발과 비난을 받아도 뚜렷하게 대꾸하기 힘들만큼 지나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 책은 신약성경의 예수 탄생부터 일대기 등이 이교도 신화에서 베껴낸 것에 불과하다며 예수를 신화적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의 주장은 수많은 기독교인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동아일보사는 <예수는 신화다>를 향한 비난 여론이 장기화될 경우 비록 책을 많이 팔 수는 있겠지만 기독교계 전체를 상대로 투쟁하는 모험은 감행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예수는 신화다> 어떤 책인가
이 책은 티모시 프리크와 피터 갠디가 공동으로 펴냈다. 티모시 프리크는 철학박사이며 세계 신비주의의 권위자이다. 피터 갠디는 고대 문명을 전공해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특히 고대 이교 신앙에 대한 전문가이다.

세계 신비주의와 이교 권위자가 쓴 이 책은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역사를 신화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2천년 가까이 전통 역사로 전해 내려온 그리스도교의 기원을 철저히 파헤치고 있다. 현대 학계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신약의 예수가 신화적 인물이라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으며, 신약의 네 복음서가 목격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상 고대 이교도의 신화 - 죽었다 부활한 신인 오시리스와 디오니소스 신화-를 유대인 식으로 각색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초자연적인 예수의 전기는 놀라운 메시아의 전기가 아니라, 신비한 진리를 찾으려는 입문자들을 올바르게 이끌어주기 위해 치밀하게 꾸며낸 영적 비유라는 것.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은 역사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신학적으로 검증된 내용이 아니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허호익 박사(대전신학대학교 교수)는 이 책은 3세기의 영지주의자들의 저작들을 일방적으로 해석하여 예수가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신화적인 인물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현저하게 왜곡하여 기독교 신앙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이 책의 원제가 <예수의 신비>이지만 동아일보사가 상업적 측면을 의식해 보다 자극적인 <예수는 신화다>라고 개명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