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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 담긴 연기력의 ‘한판승’
미디어 비평 / 드라마 순수의시대 VS 네 멋대로 해라
2002년 08월 28일 (수) 00:00:00 전강민 기자 minslife@amennews.com

 

공중파 방송사는 수·목요일 밤 시간 때에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를 주로 방영한다. 최근 두 방송사에서 방영한 수목 드라마를 비교해 보면 앞으로 드라마의 나아갈 방향과 시청자들이 원하는 드라마의 유형을 알 수 있다. 첫 방송을 같은 날 시작한 서울방송의 ‘순수의 시대’와 문화방송의 ‘네 멋대로 해라’는 드라마 초반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하면서 선의의 대결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청자들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서울방송에서 8월 26일 종영한 ‘순수의 시대’는 전형적인 트랜디 드라마의 법칙을 따르고 있다. 소위 트랜디 드라마들은 일정한 법칙을 가진다. 당시 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스타를 출연시키고, 줄거리는 대부분 연약한 여주인공이 늘 괴롭힘을 당하다가 멋진 남자 주인공을 만나서 행복하게 된다는 신데렐라식 이야기다.

남녀간의 삼각관계는 이런 류의 드라마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단골메뉴인데 ‘순수의 시대’ 또한 어김없이 그 법칙을 따랐다. 천사표 여주인공 지윤(김민희 분)을 향한 착한 남자 태석(고수 분)과 나쁜 남자 동화(박정철 분)의 사랑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비현실적인 설정자체에 시청자들은 식상해 했다. 두 남자 사이에서 상대를 바꿔가며 연애하는 여주인공과, 남자 등장인물이 20대에 기업 대표이사 자리에 등용되는 설정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동화 같은 이야기임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외모를 중시한 캐스팅이라 배우들의 검증되지 않은 연기력으로 인해 극의 사실성을 더 떨어뜨렸다.

문화방송의 20부작 미니시리즈 ‘네 멋대로 해라’는 20%미만의 비교적 낮은 시청률이지만 많은 매니아층을 형성했고, 실제적인 인기는 거의 신드롬급이다. 홈페이지에는 하루 평균 1백30만 명이 방문하고,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은 한 회가 끝날 때마다 평균 3∼4천여 개의 글이 올라온다. 내용은 대부분 드라마에 대한 극찬이다. 극중 뇌종양으로 죽게되는 고복수(양동근 분)를 살려달라는 애원의 글도 수없이 올라온다. ‘네 멋대로 해라’가 이렇게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기존의 법칙을 과감하게 탈피했다.

스타급 배우들을 기용하지 않고 대중적 인기보다 연기력을 인정받은 양동근, 공효진 두 배우를 캐스팅했다. 특히 미래 역의 공효진은 거침없이 대사를 내뱉으며 여장부다운 화끈한 성격을 보여주는 동시에 고복수에 대한 희생적인 사랑을 완벽히 연기한다. 연약한 것 같으나 자기 주장이 강한 경(이나영 분)과 연적인 경을 미워하지 않는 미래(공효진 분)의 연기대결은 이 드라마의 백미다.

‘네 멋대로 해라’도 고복수를 두고 두 여자가 사랑하는 삼각관계라는 점에서는 여느 드라마와 같지만 남자 쟁탈전이 아니라, 불치병과 가정의 불화로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고복수를 향한 인간적인 사랑이 주제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이 시대에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희생적인 사랑에 시청자들은 더욱 애태운다. 이들의 사랑과 함께 비록 자신에게 상처를 준 부모님이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를 용서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고복수의 가족애가 감동을 배가시킨다.

두 드라마의 성패는 우선 배우들의 연기력이 좌우했다. 깔끔한 외모와 멋진 설정으로 만들어진 동화 속의 왕자와 공주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 냄새나는 배우들을 시청자들은 선택했다. 배우는 연기를 잘 해야 한다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올법한 당연한 진리를 제작자들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스타의 멋진 외모만으로 엉성한 줄거리를 떼워보려는 안일함에 시청자들은 냉정하게 등돌렸다.

무엇보다도 시청자들이 ‘네 멋대로 해라’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주제 때문이다. 예쁘장한 외모의 여자와 돈과 명예로 뭉친 남자의 사랑보다 이 시대에 사라져버린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시청자들은 원했다. 두 수목 드라마의 경쟁은 초라하지만 진정한 사랑이, 지금까지 드라마를 지배하던 겉으로만 화려한 사랑과 불륜의 사랑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통쾌하게 승리한 한판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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