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섭교수  (서강대 대학원장/신방과)

최근 급격히 다양화되고 있는 멀티미디어의 확산은 우리의 삶뿐만 아니라 종교의 의미에 대한 새로운 고찰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산업사회보다 더욱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정보사회에서 교회가 어떠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들을 논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보통신의 발달은 과거에 비해 높은 생산성을 담보해냈고, 사람들은 그로 인해 생존의 장이 되는 노동에서 벗어나 여가를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자아정체성을 확인하는 기반이 사회적 의무나 일에 몰두하기보다는 여가나 자기실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변모 되었다. 그런데 교회는 개인의 주체 혹은 실존에 대한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그 자체의 존재근거를 보장받는다. 그러므로 공동체보다 개개인의 주체성이 더욱 중시되는 정보사회에서 종교의 필요성은 과거보다 더 증가하고 있다.

정보사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가치판단의 문제는 과학기술의 영역보다는 종교의 영역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보사회에서의 종교가 이전과 동일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
우선 종교의 사사화(私事化)와 종교시장의 확대가 심화될 것이다. 정보사회에서는 각 종교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보다 쉽게 허용됨으로써 무수한 종교 및 인류의 종교사에 대한 정보를 누구나 소유할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각 종교의 전통적인 자기주장의 논리는 구체적으로 실증하지 못하는 한 영향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한편,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무차별적인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던 과거의 종교 매체 역시 익명의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양방향적이고 차별적인 뉴미디어로 변화할 때 그 의미와 기능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이 공간이 종교활동에 새로운 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여러 가지이다.

첫째, 강력한 복음전파와 교육목회수단이 될 수 있다. 사이버공간은 시·공간 초월성을 기본 특성으로 한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하면 원하는 정보를 구할 수 있다. 동영상이 실시간으로 제공되기만 한다면, 전 세계가 동시에 종교집회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익명성과 접근의 용이성이 주는 종교 대중화의 가능성이다. 기존에는 자기가 믿고 있는 종교 이외의 것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홈페이지에 있는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궁금증을 풀 수도 있으며, 실제로 종교인들과 채팅을 통하여 원하는 정보를 금새 얻어낼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알려지지 않았던 종교에 대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으며, 기존의 종교에 대해 실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멀티미디어 분야가 확산되면서 ‘미디어교육(Media Education)’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미디어 교육은 새로운 미디어환경에 대한 올바른 적응교육이요, 제반 미디어의 역기능에 대한 소화력과 면역성을 키워주는 예방교육이며, 순기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각급 생활(또는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미디어를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체험교육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미디어 교육은 대상에 따라 교육양태를 달리 할 수 있어 학교 정규교육의 일환으로 시행할 수도 있고, 청소년 대상이나 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목회활동의 일환으로 전개하는 비정규 교육일 수도 있다.
미디어교육은 미디어 산업에 대한 대항력을 가지고, 언론의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더 나아가서는 좀 더 분별력 있고 식별력 있는 수용자를 양성하자는 하나의 작은 희망에서 제시된 것이다. 미디어교육은 정보를 만드는 사람들과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존재하는 지식과 힘의 거대한 불균형에 도전하는 몇 가지 수단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매스 커뮤니케이션, 텔레 커뮤니케이션 및 데이터 커뮤니케이션의 합병(흡수통합)은 전세계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나의 실체로 만들고 있다. 정보는 물질과 에너지와 같은 필수불가결한 자원으로 이해되고 있다. 즉, 정치적, 문화적, 그리고 경제적 차원을 가진 자원들로 이해되어진다.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은 개인의 삶 이상으로 영향을 주는데, 이는 한 나라의 주권, 정치적 독립, 경제적 번영 및 문화적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윤리에 대한 요구는 결코 새롭지 않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윤리에 대한 대부분의 문헌에서 미디어 실무자들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왔다. 이러한 방향에서 윤리는 주로 전문가들의 정당한 행동과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전자시대에서는 그 이상이다. 이는 단순히 전문적이거나 윤리적 강령들의 문제가 아니라 대체로 문제는 테크놀로지 그 자체 안에 보유되어 있다.
그러므로 교육학자를 포함하여 사회 과학자들은 테크놀로지를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비록 테크놀로지가 우리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준다고 하더라도 부정적인 효과를 감소시키고, 새로운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의 합리적 사용을 촉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지 모른다.

그러면 어떻게 이것이 성취될 수 있는가? 우리는 공정하고 인간미 있는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질서를 건설할 수 있는 합법적인 환경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미디어교육을 통해 탄생시킬 수 있는 새로운 환경에 관한 일반대중의 관심창출이다.
우리나라의 미디어교육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1995년 이후 학원가를 중심으로 성적학대, 강간, 구타 및 살인과 같은 청소년폭력의 증가는 반사회적 행동과 환경(대중매체를 포함하여)을 근절시키려는 사회적 풍토에서 전국적인 사회적 관심을 유발시켰다.
미디어의 역할과 이러한 사회적 동요 사이의 직접적인 원인 관계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 미디어는 책임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사회적 관심은 학문 기관으로 하여금 한국에서 문화적 형태와 힘으로서 미디어에 대해 연구하고 지도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그러면 누가 미디어교육을 책임지어야만 하는가? 그 답에 종교 단체, 사회 관련기관, 학교교육기관들이 포함될 수 있다. 특히 미디어교육을 교육목회과정에 통합시키는데 관심을 갖고, 교회에서도 체계적인 미디어교육을 실현시킬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의 틀에 관한 중지를 모았으면 한다.
각급 교회에서 교육목회의 일환으로 미디어교육을 채택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 교회가 교회지도층에게 미디어 교육을 이해시킬 수 있는 사람이 요구된다.
즉, 미디어교육이 교육적 목표에 얼마나 적합하며, 얼마나 옳은지, 그리고 현존하는 교육 목적에 어떻게 완벽하게 다가서는지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각급 교회는 현존하는 교육프로그램을 과감하게 조사·분석하는데 주저해서는 안 되며, 미래 공동체의 우선권과 표준에 기초하는 나름대로의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각급 교회의 교육개혁은 지역적 수준에 맞게 진행되어야 하지만, 특히 중앙 교단은 미디어교육에 맞는 자료개발과 보급을 위해 적극적인 도움을 주고 뒷받침이 되도록 앞장서야 할 것이다.

(본 글은 교육목회실천협의회에서 실시한 포럼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