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남도에서 태어나 평양에 있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고용수) 신학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박왕일 전도사(29·약수교회). 공산주의 정권 아래서 주체사상에 익숙해진 그가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대학원에 발을 내딛은 이유가 뭘까?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1999년 1월 북한을 탈출한 박 전도사가 두만강 국경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한국인 선교사였다. 그의 도움으로 중국에 있는 ‘미션홈’(탈북자 보호소)에서 다른 탈북자들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었지만 숨어 지내는 처지라 활동이 자유롭지 못했다.
“하루 일과가 성경 읽기였어요. 처음 읽는 성경이라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읽기만 했어요. 아마 100번 가량 읽었을 겁니다.”

하루하루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놀라운 사건이 일어났다.

“성경을 읽은 후 밥을 먹고 있는데 느닷없이 공안이 들이닥쳤습니다. 무작정 화장실에 숨었죠.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기도했어요. 신기하게도 공안이 그냥 가버렸어요. 분명히 제가 있는 것을 봤는데도 공안은 아무 의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날 밤 목사님이 떠나자고 하셔서 새벽 첫 차로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겼는데, 그곳을 떠나자마자 공안이 우리들을 잡으러 몰려왔답니다. 그 순간 하나님께서 나를 살려주셨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하나님이 살아 계시지 않고는 그러한 일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박왕일 전도사. 지금도 자신이 살아 있는 것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라고 털어놨다.

하나님을 향한 열정이 눈송이처럼 커져갈 무렵 박 전도사에게는 큰 숙제가 생겼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하는 근본적인 물음이었다.

“하나님이 나를 이렇게 사랑하시는데 과연 나는 하나님을 위해서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하나 고민했어요. 그래서 금식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기도하던 중 박 전도사는 요한복음 12장 24절을 읽고 자신의 사명을 깨달았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북한을 위한 복음의 밀알이 되라’고 명령하셨어요. 내 부모, 형제가 있는 나의 고향 북한을 위해서 말이죠.”

작년 3월 한국에 들어온 후 박 전도사는 열심히 공부한 끝에 올해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 당당히 입학했다. 하지만 남한에서의 첫 공부가 그리 만만치만은 않다.
“이를 악물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교수님들도 북한사람이라고 봐주시는 것이 없네요. 남들 세 시간 자면 전 두 시간 잔다는 각오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박 전도사는 북한 땅에 주님의 십자가가 휘날릴 그 날을 생각하며 묵묵히 자신의 사명을 감당하겠노라고 다짐 또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