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같이 지켜내는 신용 이철우 회장

“백합꽃, 장미꽃도 좋지만 난 특별히 가을 들국화를 좋아해요. 남들 다 필 때 피는 화려한 봄꽃과는 달리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다가 무더위를 지나 비로소 꽃망울을 터뜨리는 인고의 꽃이라서 그래요.”

중년 여성복의 대명사 ‘마담포라’의 이철우(71) 회장이 가을에 피는 국화를 좋아하는 이유다. 남보다 힘겹게 먼 길을 돌아 정상을 향해 달려야 했던 자신과 닮았기 때문일까?
1979년 12월 17일에 오픈한 한국 최초의 대형 쇼핑센터에 입점한 이래 롯데본점을 비롯하여 전국 유명 백화점 등 50여 곳에 매장을 두고 ‘마담포라’를 오늘날 이 분야의 최고봉에까지 끌어올린 이 회장이지만 사실 그 동안 실패도 뼈아프게 많이 겪었다. 승승장구하던 중에 2, 30대 커리어우먼을 겨냥한 캐주얼 정장 ‘꼼빼땅’을 자매 브랜드로 추진했다가 실패했다. 1989년엔 자매 브랜드 ‘포라 리’를 미국에서 시작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초창기의 아픔은 치명적이었다. 전남 광주에서 ‘남성양장점을 할 당시다. 큰 도난을 한 번 당하고 부도까지 겪더니만 1973년 새해 벽두에 충장로 일대의 대형 화재로 전 재산인 양장점이 아예 몽땅 타버렸다.

“교육자 부친의 영향으로 가훈에 선악개오사(善惡皆吾師)라는 것이 있어요. 선과 악이 다 스승이 된다는 뜻이죠. 실패는 일종의 악이지만 결국 커다란 깨우침을 줍니다. 그래서 난 기쁜 일에는 눈물을 흘렸어도, 6·25로 이골이 날 만큼 가난을 겪고, 도둑을 맞고, 부도를 당하고, 화재로 알 거지가 되기도 했지만 그 땐 오히려 울지 않았어요.”

이 회장은 신용을 ‘칼같이’ 지키기로 소문이 나있다. 광주 화재 후 상경하여 ‘포라의상실’을 열었을 때다. 개업을 하자마자 광주매일신문과 전남일보에 ‘이전 개업’ 광고를 냈는데 내용이 특이하다. “화재로 인해 광주 충장로에서 서울로 이사 온 ‘남성양장점이 을지로 인현동의 근화빌딩 2층에 개업했습니다. 피해 입으신 분들은 이리로 찾아오시기 바랍니다. 성심성의껏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광주에서 옷을 맞췄다가 졸지에 피해를 보았던 손님들이 이 별스러운 광고를 보고 서울로 찾아왔다. 다시 옷을 맞추거나 현찰로 보상받았음은 물론이다. 이 회장은 “그게 바로 내 성격이자 신용을 첫째로 하는 경영철학”이라고 말한다. 이같이 철저한 이 회장.  그녀의 ‘옷철학’은 무엇인가?

“옷을 만들 때 사랑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제 철학이예요. 난 내 속으로 나은 딸 자식을 잘 키워서 시집보내는 심경을 가지고 옷을 만듭니다. 그래서 매장에 걸 때 옷을 다독거리며 ‘잘 가거라.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살아라’ 기도하는 마음으로 보내줍니다.”

이 회장의 호(號)이자 애칭이 된 포라(浦羅)는 ‘비단이 보이는 포구’를 뜻한다. 어릴 적 고향인 전남의 끝자락 녹동의 작은 포구를 연상해 지은 이름이다. 옷에 부드러운 실크처럼 풍요로운 마음을 담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철우 회장은 영동교회의 권사이다. 그녀가 하나님을 만나게 된 것은 “일이 곧 내 사랑이다”며 밤낮 가리지 않고 일에만 몰두하던 중 고혈압성 뇌출혈로 쓰러진 게 계기가 되었다. 신식 공부를 하고 당시 녹동에서 유일한 ‘호남약방’을 운영하기도 했던 어머니가 타계한 나이와 같은 쉰세 살에 쓰러졌다. 때만 되면 절에나 가고, 돼지 머리 놓고 빌기 좋아했던 그녀가 죽음의 그림자 앞에 쓰러진 것이다.

김경애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 회장이 병 문안을 마치고 두고 간 찬송 테이프가 회심의 단초가 되었다. 병상에서 그 테이프를 들어보니 왠지 마음이 평온해졌다. 퇴원후 집에 돌아와 병원에서 느꼈던 그 평화의 정체에 대해 며칠을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개종을 결심하고 출석할 교회를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손봉호 장로 일행이 전도를 나와 영동교회로 인도되었다.

1985년 7월 14일 주일에 처음으로 교회에 나갔다. 그런데 “내 주 예수 주신 은혜 한없건만…” 찬송가 353장을 봉헌송으로 따라 부르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이후로 헌금송 때마다 눈물을 흘리길 3개월이나 계속했다.

이 권사에게 신앙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손봉호 장로다. 청지기정신, 기업이윤 사회환원 정신, 선교와 복지 등 십년 손아래 손 장로부터 이 권사가 받은 영향은 지대했다.

이철우 디자이너에게 영향을 준 대표적인 스승은 패션계의 대모 최경자 선생이다. 아주 오래 전, 최선생이 이철우 디자이너에게 “이 선생, 지금은 저기 떠 있는 초승달 같지만 머지않아 보름달이 될 것이니 분발해요”라고 격려했다. “선생님의 말을 일평생 잊지 않고 살아왔어요. 오늘 이 자리에 있기까지 그 한 마디 격려가 큰 힘이 된 거예요.” 이 회장은 아흔둘이 된 최선생을 지금도 가까이 모시고 있다.

이 권사는 장애인을 위한 사회복지법인 ‘사랑의 날개’의 이사장으로, 세계밀알연합회 부이사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사랑의 날개’는 어머니들의 계모임이 이 회장의 제안으로 변하여 1992년에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이다. 매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데, 올해는 고등학생 25명과 대학생 25명에게 도합 3천여 만원을 지급했다. 그 동안 이렇게 지급한 장학금이 2억2천300여 만원이다. 그외 재활능력 배양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기술연수 때 일반인보다 더 열심히 배우는 장애인은 ‘마담포라’ 직원으로 채용도 해준다.

‘마담포라’가 자신에게 날개를 달아 주었으니, 자신은 장애인에게 진정한 ‘사랑의 날개’를 달아주고픈 게 이 권사의 마음이라고 한다. 그래서 경기도 광주시 퇴촌의 좋은 곳에 잘 지어서 8월 29일 준공감사 예배를 드리고 내년 3월에 오픈하게 되는 ‘포라원’의 ‘포라 디자인 아카데미’에서 가능한 대로 장애인 재활 프로그램도 운영해볼 생각이다. 이 권사에겐 장애인 평생 재활교육센터 건립이 장래 바람이다.

이 회장은 ‘포라 디자인 아카데미’에 마지막 정열을 쏟을 생각이다. “이제는 돈버는 수익 사업에서 교육 사업으로 옮겨가는 거지요. 이철우의 옷을 갈아 입는 건데요, 그 동안 살아온 인생을 집약해서 바쳐볼 생각입니다.”

4년전 별세한 남편 이길선 회장이 남겨준, 배 아파 보지 않고 거저 얻은 두 아들과 두 딸, 그리고 자신에게 산고를 주고 태어난 두 딸을 ‘바라보기에도 아까운 사람들’이라 사랑하며 그녀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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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포라의 유어사이즈

‘마담포라’ 제품은 최고의 소재로 만든 중고가(中高價) 패션 브랜드로서 3, 40대 여성이 주 고객이다. 특히 ‘유어사이즈’(Your Size) 제품전략으로 중년 부인 복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며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받고 있다. 유어사이즈는 ‘아무리 뚱뚱하더라도 이 옷을 입으면 당신은 곧 모델이 됩니다’, ‘마담포라에 가면 정말로 당신에게 딱 맞는 사이즈가 있습니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편하고 잘 맞으면서도 멋이 있는 빅사이즈라고 이해하면 된다.

세일은 1년에 봄 가을로 두 번 한다. 봄에는 불우이웃, 장애인 돕기 기금마련을 위한 세일이고, 가을에는 VIP감사 세일이다. 1년동안 기다렸다가 이때 구매를 하는 고객이 세일 매장 앞에 장사진을 칠 만큼 제품 인기가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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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력

▲1962년 2월 : 서울 국제복장학원 졸업 ▲62년 6월 : 대한 복식 디자인 콘테스트 입상 ▲62년 6월 : 광주 남성양복점 주임 디자이너로 입사 ▲71년 3월 : 뉴 남성 의상실 자영 ▲78년 6월 : 제1회 이철우 생활의상 발표회 개최 ▲79년 12월 : 롯데쇼핑센터 숙녀의류부 Your Size 코너에 Boutique Madam Polla 개점 ▲92년 8월 : ‘제1회 미스 차이나 선발대회’ 심사위원으로 초빙됨 ▲93년 2월 : ‘1992년 BPW를 빛낸 자랑스런 여성’에 뽑힘(BPW는 우리나라 전문직 각 분야의 톱 클래스 여성들의 모임) ▲92년 8월 : 사회복지법인 ‘사랑의 날개’ 설립 ▲93년 11월 : 섬유의 날 모범 경영인상 수상(상공자원부 장관상) ▲96년 6월 : 섬유 패션 분야의 노벨상으로 통하는 제3회 삼우당 섬유진흥대상 공로상(패션디자인 진흥 부분) 수상 ▲96년 7월 : 제1회 여성경제인의 날 정무 제2장관상 수상 ▲96년 12월 : ‘자랑스런 한국인’으로 선발 ▲97년 2월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화예술지도자 과정 수료 ▲97년 5월 : 이철우 미술의상 전시회 개최 ▲2001년 9월 : 자서전 출판기념 및 패션쇼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