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크스

칼 마르크스(1818~1883)는 헤겔의 열렬한 학생이었다. 베를린 대학에서 헤겔주의자들의 모임에 들어갔다. 여기서 스트라우스와 포이엘바하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베를린의 헤겔주의가 너무 보수적이라 느껴서 예나 대학으로 옮겨 1841년 박사학위를 받는다.

그의 아버지는 유대인으로 변호사였다. 볼테르와 칸트의 숭배자였던 아버지는 개신교도로 세례를 받았다. 물론 뜨뜨미지근한 신자였다. 여하간 그래서 그의 아들 칼도 6살의 나이에 세례를 받았었다. 하지만 칼 마르크스만큼 기독교에 손해를 끼친 사람도 드물 정도였다.

   ◆  급진좌파 헤겔
박사학위를 받은 후 마르크스는 신문기자로서 길고도 풍파 많은 삶을 시작한다. 금새 편집장이 된 그는 프러시아 정부로부터의 박해에 직면한다. 너무 극단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파리로 옮긴 뒤에 다시 극단적 그룹에 속하게 된다. 그리고 엥겔스를 만나 교제하게 된다.
1847년 엥겔스와 함께 국제 공산주의 연맹을 결성하고 ‘공산주의 선언’을 발표한다. 1864년 ‘국제 노동자 협회’를 만들고 1867년에는 ‘노동자계급의 성경’이라고 불리는 자본론의 초판을 낸다. 그리하여 공산주의 혁명의 시조가 되었다.

마르크스의 기독교에 대한 비판은 초기 작품부터 나타난다. 그는 모든 종류의 신들을 미워하였다. 그 신들은 초월자로서 인간의 의식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포이엘바하에게 배운 점은 헤겔 신학의 관념론으로부터 인본주의를 해방시키는 것이었다.

“인간은 종교를 만들었다. 종교가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종교는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자신을 잃어버린 인간이 만들어낸 자의식이다. 하지만 인간은 세상 밖에 쪼그리고 있는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세상과 국가와 사회 속에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집단인 국가, 사회가 종교를 만들어낸다.”

마르크스는 인간이 종교와 신을 만들었다는 포이엘바하보다 더 나아가서 집단적인 인간의 의식이 그것들을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이 참된 실체를 갖지 못할 때 천국이라는 허구의 실체를 만든다. 그리고 그 허구의 태양을 따라 움직인다.

“종교적인 고뇌는 참 고뇌의 표현이며 진짜 고뇌에 대항하는 것이다. 종교는 억압된 피조물, 마음 없는 세상의 마음에서 나오는 탄식이다. 이것은 인민의 아편이다. 인민의 참된 행복을 위해서는 행복으로 착각하게 하는 종교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

   ◆  경제와 인간의 의식
이러한 거대한 착각은 종교 그 자체뿐이 아니라 그 종교로서 인민을 노예되게 하는 사회와 경제 상황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드는 사회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그러면 피안의 세계를 추구하는 이러한 종교적인 망상은 시들어버릴 것이다.

마르크스가 보기에 종교는 슐라이에르마헤르의 견해처럼 ‘절대 의존의 느낌’으로 단순화시킬 수 없었다. 종교는 특정 문화의 산물이고 거기 해당되는 사회적인 갈등을 표현하고 있다. 사회갈등을 제거하면 그 갈등에서 비롯된 종교적인 망상도 사라진다.

이러한 입장은 포이엘바하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혁명의 요구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포이엘바하를 비판한다. “철학자들은 여러 방법으로 세상을 해석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대안이 없는 진단이 무슨 소용이 있냐는 것이다.

공산주의 선언에서 마르크스는 외친다. “인간의 의식은 자신의 물질적 상황 즉 자신의 사회적인 관계와 사회적인 생활에 따라서 변해왔다. 정신의 역사가 무엇을 증명하는가? 물질적 생산이 많고 적음에 따라서 정신적 표현도 달라졌다.” 역사는 경제의 역사인 셈이다.

여기에 다른 헤겔의 좌파 사상가인 헤쓰가 가세된다. 포이엘바하는 인간의 생각에서 신이 나왔다고 말했다. 헤쓰는 여기에 더해 말한다. “인간의 의식에서 돈이 나왔다. 돈은 외적으로 표현된 인간이다.” 돈이야말로 인간이 만들어낸 경험할 수 있는 전능의 신이었다.

마르크스가 보기에 기독교는 자본주의와 함께 형성되어온 종교이다. 자본주의와 기독교는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자본주의는 기독교를 만들었다. 또한 기독교는 동시에 자본주의를 일으켰다. 이제 자본주의만 사라지면 기독교는 설 수 없다. 역시 사라지고 말 것이다.

   ◆  혁명으로 만드는 인간
그래서 마르크스는 확신한다. 혁명적인 변화가 사회경제적인 질서에 나타나야 한다. 그러면 기독교는 사라진다. 기독교를 없애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다. 허상을 없애고 진실을 바로 보도록, 그래서 참된 행복을 인류가 얻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는 사명감에 불탔다.

그래서 자본론을 통해 구원의 방법을 선언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형상은 생산성이다. 타락은 이기적인 탐욕으로 동료 인간들과 이반된 것이다. 적 그리스도는 자본가들이고 최후의 심판은 프로레타리아 혁명이다. 여기서 자본가들은 지옥으로 가고 계급이 없는 새 예루살렘이 세워져야 한다.

당시 세상은 자본가들의 손에 있었다. 그들은 절대로 이러한 혁명을 용납하지 않으리라.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노동자 계급이 단결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그래서 아마겟돈과 심판을 앞당겨야 한다. 일단 천년왕국만 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이렇게 해서 공산주의 혁명이 도처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기독교에 대한 무서운 박해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공산주의는 거의 사라지고 기독교는 더욱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다. 오늘날 러시아 사람들은 자기들의 잃어버린 70년을 안타까워한다. 그 기간에 모든 것은 수백 년이 퇴보했던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마르크스를 비롯한 헤겔주의자들이 맞다. 인간은 종교를 만들고 그 종교에 의해서 노예가 된다. 헤겔주의자들 역시 그들 나름대로 이상향의 종교를 만들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었다. 인간이 만든 종교가 인간을 노예로 만든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