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1일 ‘외국인근로자고용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수십만에 달하는 이주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초석이 놓여졌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는 대다수의 단체들은 이번에 제정된 법안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외국인근로자센터 소장 최의팔 목사는 먼저 “지금까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마음 편히 일할 수 없었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제한적이나마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일할 수 있는 법이 제정됐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결정의 긍정적인 부분을 언급했다. 그러나 최 목사는 이번에 제정된 법안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문제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산업연수제도’가 폐지되지 않아 이주노동자들의 근원적인 어려움이 해소되지는 않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비록 오랫 동안 소원하던 ‘고용허가제’가 시행됐지만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불리는 ‘산업연수제도’와 병행해서 실시하도록 되어 있어 새롭게 제정된 법이 정착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의 입장에서 보면 사업장을 제한하거나 1년마다 당국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어 철저히 고용주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법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최 목사는 특히 이번 법 제정에 따라 4년 이상 체류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전원 강제 출국하도록 한 것은 노동계와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오랫동안 함께 일한 근로자들은 회사에 기여하는 바가 대단히 큽니다. 그들을 내보내고 새로운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장기 체류한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이 땅이 제2의 고향과도 같습니다.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면이 꼭 필요합니다.”

최의팔 목사는 이주노동자들을 ‘외국인’이란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지 말고 하나님 안에서 동등한 형제, 자매요 어려운 이웃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주노동자들이 없으면 한국사회가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제는 세계화의 시대, 더불어 사는 시대입니다. 하루속히 이 땅에 인종의 차별 없이, 국가의 차별 없이 모두가 어울려 사는 시대가 도래해 외국인 근로자들을 권익을 위해 애쓰는 단체들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