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군목 시절에 동료들을 만나면 “군목이란 뿔 달린 염소 목장으로 보냄을 받은 자들이다”는 농을 주고받았다. 요즈음 후배 목회자들을 만나면 목회하기가 갈수록 힘들다는 말을 듣는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말한다면, 교회 안에는 염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곡식밭에 가라지가 있듯이 말이다.

오늘 본문은 제자들을 전도 파송에 보내면서 주신 말씀이다. 그러나 본문의 흐름을 주의 깊게 읽어 보면, 이 말씀은 야릇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세상으로 보내시면서 주신 말씀이라고 볼 수도 있고, 앞으로 교회 사역을 할 사람들에게 주는 말씀도 되고, 마침내는 마지막 박해 때를 생각하시면서 주신 말씀도 된다. 여하튼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복음을 들고 세상으로 보내는 일은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내는 것 같다고 생각하셨다.

위에서 살펴보았지만, 산상설교를 실천해야 하는 사람들이 목회자들이라면 이들은 이미 뿔도 제거되고,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모든 보호막이 제거된 상태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목회자는 상대가 하는 대로 당해야 하는 직책이다. 양이 어떻게 이리를 이길 수 있다는 말인가? 반면에 어떻게 이리 떼 속에서 그래도 인내하며 끝까지 복음을 전할 수 있단 말인가? 모함도 당하고, 심한 원망도 당하고, 심하면 공회에 넘겨지기도 할 것이고, 때로는 채찍질을 당하기도 할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임금들 앞에 끌려가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을 극복하고 끝까지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목회는 처음부터 고난이요 수난이다. 목회자들은 이 점에서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필자의 경우도 지나 온 길은 모두 아름다운 것이다. 그렇지만 돌이켜 보면 어렵지 않았던 시기는 한 번도 없었다. 이리 받치고 저리 받치면서 그래서 아픔을 가지고 설교해야 하고, 교회를 이끌어 가야 한다. 특별히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때, 부딪치는 어려움을 당해본 사람만 안다. 목회 경력이 오래 되면 노련해서 어려움이 없거나 적을 줄 알았다.

그러나 상황은 반대이다. 경력이 붙을수록 더 어려운 일이 많고 힘이 든다. 젊어서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내 하고 싶은 대로 다 했지만, 이제 어느 정도 목회를 알고 사람을 알고 나니, 이제는 모든 게 다 두렵다. 이 길은 제 정신으로는 갈 수 없는 길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어려서 달려들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지, 세상 맛 다 알고 목회 길에 들어섰다면 아마도 이 길을 도중에 포기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또 하나는 소명이다. 그분에게 붙잡혔기 때문에 그리고 그분이 늘 힘주시기에 지금까지 감당해 왔다고 고백해야 한다.

교회로 가는 것은 이리에게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회 안에도 사나운 이리들이 있기 때문에 언제 물릴지 모르는 상황이 목회 현실이다. 목회에서 손을 놓고 은퇴할 때까지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일이 목회이다. 또 대중은 이기적이고, 대중은 때로는 무지하기도 하다. 판단도 흐리고, 엉뚱할 때가 많다. 목사가 하는 일이 자기들의 마음에 맞지 않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출애굽기를 읽으면 그 군중들이 모세에게 한 일을 만나고, 어떻게 신앙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분노하기도 한다. 그러나 출애굽기의 사건들은 오늘 교회 안에서도 늘 일어나는 일들이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복음을 전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님은 “뱀같이 지혜로워라”고 하신다. 뱀같이 지혜롭다는 말은 어떤 뜻인가? 주님께서 이 말씀을 하실 때 에덴동산을 생각하고 하신 게 아닐까? 그렇다면 사탄만큼은 지혜로워야 한다는 말이다. 아니 사탄보다 더 지혜로워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이 사탄보다 지혜로울 수는 없다. 그렇게 될 수 있는 길은 오직 한 길밖에 없는데, 그것은 늘 하나님으로부터 지혜를 받고 행동하는 길이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르게 지속되어야 한다. 하나님으로부터 한 순간이라도 독립되어서는 사탄을 이길 수 없다.

“비둘기처럼 순결하라.” 목회자는 고난을 당해도 책잡힐 것이 없어야 한다는 말씀이다. 목회자의 힘은 순결에 있다. 목회자가 나쁜 말을 했다고 악의를 가지고 전해도 그 말을 믿는 게 교인들이다. 그건 나쁜 의미가 아니라, 교인들은 목회자를 그만큼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내가 순결하면 언젠가는 진리는 밝혀진다. 또 성령께서 도우실 것이다. 그러나 순결하지 않은 일로 어려움을 당할 때는 성령께서도 도우실 수 없다. 약점을 가지면 약해지고, 결국 대중들과 타협하면 그때부터는 참된 목회를 할 수 없다.

주님께서 본문을 통하여 아주 강조하는 것은 “목회에서나 혹 박해를 당할 경우, 무슨 말을 할 것인지를 두려워 말라”는 말씀이다. 그 때 필요한 말씀은 주님께서 성령을 통하여 직접 주시겠다고 하셨다. “어떻게 또는 무엇을 말할까 염려치 말라. 그 때에 무슨 말할 것을 주시리니,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속에서 말씀하시는 자 곧 너희 아버지의 성령이시니라”(마 10:21∼22).

그들에게 대하여 싸우라는 말은 없다. 가라지를 뽑으라고 하지 않았다. 그건 주님에게 속한 문제이다. 우리는 모두를 포용해야 한다. 어떤 경우를 당해도 그들을 포용하면서 복음을 전해야 할 책임만 목회자들에게 주셨다.

목회자에게 고난은 축복이다. 고난의 현장은 주님을 만나는 가장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목회자들이 고난당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는다면 그것은 곧 하나님을 만난 이야기책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고난 없이 어떻게 하나님과 함께 동행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