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교수 / 고신대학교 역사신학

사복음서 가운데 요한복음은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 책의 기록자는 누구인가 하는 문제와 기록 시기, 그리고 이 책의 기원에 대해서 상당한 견해차가 있어왔다. 특히 이 책은 아람어 원본에서 헬라어로 번역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요한서신 상호간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논의가 있어왔다. 그래서 부르스(F. F. Bruce)는 이런 논쟁점을 “제4복음서의 수수께끼”라고 불렀다. 요한복음은 공관복음서와는 다른 연대기적, 지리적 차이와 특히 용어의 차이를 보여준다. 그 큰 차이점 중에 한 가지는 요한은 로마정치에 대한 이해가 다른 복음서 기자 보다 깊었다는 사실이다.

요한복음 중에서도 후반부에 속하는 예수의 재판 기록과 관련하여 볼 때 요한은 다른 복음서와는 달리 당시의 로마정치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가 깊었음을 암시해 주는 여러 증거들이 있다. 동일한 컨텍스트에서 기록된 다른 복음서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는 로마정치에 대한 인식(sensitivity to political matters)을 보여주는 경우로 다음의 6가지 경우를 들 수 있다.

첫째, 요한복음 11장 48절에서, “만일 저를[예수] 그대로 두면 모든 사람이 저를 믿을 것이요, 그리고 ‘로마인들이 와서’ 우리 땅과 민족을 빼앗아 가리라 하니…”에서 예수의 메시아 운동을 그냥 두면 반 로마 항쟁으로 발전하여 결국 로마인들을 불러 들여 민족의 파멸을 가져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둘째, 18장 30절에서는 “가로되 ‘이 사람이 행악자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당신에게 넘기지 아니하였겠나이다”에서 로마에 대한 모반적인 형법적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셋째, 18장 34절, “이는 네가 스스로 하는 말이뇨 다른 사람들이 나를 대하여 네게 한 말이뇨?”는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는 빌라도의 질문에 대한 예수님의 반대질문인데, 예수에 대한 고소건을 로마의 통치권의 차원에서 묻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넷째, 19장 7절, “우리에게 법이 있으니…”에서 이 법은 신성모독인데(레 24:16) 로마인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시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서 예수의 무죄함을 증명하려고 하고 있다. 공관복음서와는 달리 요한복음에서는 예수에 대한 유대인의 재판에 대해서보다는 로마인 빌라도의 재판을 더 충실하게 기록하고 있다.

다섯째, 19장 12절의, “…유대인들이 소리질러 가로되 이 사람을 놓으면 ‘가이사의 충신’이 아니니이다”에서 우리말 번역 ‘가이사의 충신’은 사실 ‘가이사의 친구’로 번역되어야 옳다. 이 ‘친구’라는 개념은 로마황제관에 출입할 수 있는 3종류의 친구를 지칭하는데, 요한은 당시의 이 제도를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빌라도가 만일 예수를 석방하면 가이사와의 친구관계가 취소될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

여섯째, 19장 15절, “…대제사장들이 대답하되, 가이사 외에는 우리에게 왕이 없나이다 하니…”에서 로마황제 가이사를 언급하고 있다. 이상의 6가지 경우의 표현은 다른 복음서에 나타나지 않는 요한의 독특한 기록이다. 이런 점들은 다른 복음서 기자와는 달리 요한이 로마정치에 대한 인식이 깊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요한복음의 저자는 누구이며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 점이 요한서신의 내용과 정황을 해명하는데 도움을 준다.

요한복음을 포함한 요한서신의 기록자는 전통적으로 사도요한으로 알려져 왔다. 이를 처음으로 말한 이는 이레니우스(Irenaeus, c. 130~200)인데, 그는 요한복음의 기록자로 지목되는, “예수께서 사랑하시던 제자”를 요한으로 이해했다. 3세기 인물인 로마의 가이우스(Gaius)와 디오니시우스(Dionysius)는 다른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으나,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 카르타고의 터툴리안을 비롯하여, 제롬을 거쳐 오늘에까지 요한 서신의 기록자는 요한이라는 점이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요한은 유대인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는 결례(요 2:6)나 장례의식(요 19:40), 유대인의 명절인 유월절, 초막절, 그리고 겨울에 행해졌던 성전 봉헌일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고, 구약성경의 특정부분이나 유대인들의 증인법(요 8:17)을 알고 있었음은 그가 유대인이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그는 팔레스틴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는 비록 랍비교육을 받지 못했으므로 “학문 없는 범인”(행 4:13)으로 간주되었으나 유창한 헬라어로 요한서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람어가 자신의 모국어였음에도 불구하고, 한 어부에 불과했던 그였지만 요한복음과 같은 심오한 글을 기록했던 것을 보면 그는 로마정치에 대해서도 깊은 식견을 가졌던 것은 놀랄 일이 못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