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이 7월 3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변경을 허가해 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번 판결은 특히 김홍신 의원과 송영길 의원이 10일 개최한 ‘성전환자의 호적변경에 관한 입법공청회’와 시기적으로 맞물려 찬반 논쟁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부산지법 가정지원장 고종주 부장판사는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윤 모(30)씨가 신청한 호적정정 및 개명신청에 대해 “성전환자의 인간적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등 헌법이념에 따라 신청인의 신청을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하다”며 허가 판결을 내렸다.

고 판사는 “신청인이 의학적으로 성 정체성 장애인 성전환증 환자로 수술을 통해 신체적 특징이 여성으로 바뀐 만큼 성별 정정의 의학적 요건을 충족하는데다 의사능력과 행위능력이 있고 미혼으로 성별 정정의 법률적 요건도 갖췄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고 판사는 지난 4월 부산판례연구회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법원은 그동안 성염색체로 구분되는 SEX만을 강조해 성전환자 처우 개선에 소홀했다”며 “호적법 개정이나 성전환 특별법 제정이 이상적이지만 적극적인 법해석과 수술의 정당성 여부를 검증할 기준이 마련되면 현행법으로도 성별 정정 허가가 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어 이번 판결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국내에서 성염색체와 외관상의 성별이 다른 이유로 호적 정정을 허가한 경우는 지금까지 모두 4건이 있었으나 생물학적 요건이 아닌 심리적 성 정체성 장애 때문에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에게 호적상 성별을 정정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성애자 인권연대(대표 임태훈)는 즉각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성적 소수자의 권리를 크게 신장시키고 성전환자들의 정신적인 고통을 덜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환영했다. 임태훈 대표는 “성전환자는 어려서부터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취업을 하기 어려워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며 김홍신 의원 등이 추진하는 성전환자 호적변경을 위한 의원입법 건의 추이를 봐가며 위헌제청이나 헌법소원의 방법도 동원해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홍신 의원은 10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성전환자의 호적변경에 관한 입법공청회에서  “만 20세 이상의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성전환증 환자가 수술을 통해 성을 바꿀 경우 가정법원이 지정한 전문가로부터 적합한 감정을 받은 후 호적에 명시된 성을 바꾸도록 해야 하며 이에 맞게 이름도 수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qwesa66이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인간존중 차원에서 호적정리 허가는 잘한 처사”라고 주장한 반면 다른 네티즌은 “성전환자가 속이고 결혼한다면 상대방이 받게 될 상처를 누가 보상 하겠냐”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교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총무 박영률 목사는 △창조질서를 훼손하며 △성전환 수술을 한다고 해도 성염색체는 변하지 않고 △동성애를 부추겨 에이즈와 같은 질병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으며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성전환자의 호적변경을 허용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맹용길 목사(충무교회)도 “당사자들의 고통은 이해하나 하나님이 하신 일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송영길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특감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현재 1천여 명의 성전환자가 있으며 그중에 80% 이상이 여성으로 성을 바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원의 이번 판결로 이들 대부분이 유사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여, 사회적·종교적 합의를 전제로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