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란 사모/ 밝은교회

나는 시골에서 태어났다. 부자는 아니지만 특별한 경제적 어려움은 없었다. 부모님이 신앙 생활을 하셨기 때문에 교회에 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또 즐거워했다. 모태 신앙을 가진 자의 특징이 그렇듯이 나도 주일학교에서 매우 모범적이었고 항상 칭찬을 받으면서 성장했다.
 
신학교 시절, 양세록 목사님(대림교회)의 권유로 섬선교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결국 전라남도 영광군 법성포에서 배타고 들어가는 안마도라는 섬으로 가게 되었다. 그곳을 향한 비전을 주님의 음성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1978년 10월, 드디어 안마도로 가기 위해 굴비로 유명한 법성포에서 배를 탔다. 그때 나의 나이는 26세. 말 그대로 꽃다운 처녀였다. 주위에서는 걱정이 많았지만, 주님을 의지하고 배를 탄 것이다. ‘섬’이란 세계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오직 나를 구원하신 이 천국 복음, 예수 생명을 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푹 빠졌었다.

지금 같으면 현지 상황 조사 등 이것저것 따져야 할 것들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겠지만, 그때는 ‘안마도의 복음화’ 외에 머리 속에 든 것이 없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하나님께서는 이성의 판단보다는 믿음의 순종을 나에게 요구하셨던 같다.

안마도 적응을 위해 도와주셨던 분들이 며칠만에 떠나자, 내 눈앞에는 숙소와 임시 예배 처소 그리고 저를 위해 나이 드신 여집사님 한 분만 남았다. 전도밖에 할 일이 없었습니다. 변화된 환경을 잊기 위해서라도 나는 날마다 전도하러 마을로 나갔다. 놀라운 것은 하나님께서 그때마다 영혼을 준비시켜 놓으셨다는 것이다. 섬선교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코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었다. 예수님을 믿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중 한 분이 지금은 권사님으로 교회를 섬기고 있는 박대윤 성도다. 남편을 잃고 세 딸 중에 딸 두 명은 육지로 내보내고, 딸 한 명과 억척스럽게 살던 여성이다. 당시 그분의 인생은 모든 면이 힘들었다.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하루라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술을 마셔도 배가 터지도록 마셔댔다. 그러던 그가 오직 “예수님 믿으세요”라는 말 한 마디에 눈물을 흘린 것이다. 술과 담배를 그 자리에서 버렸다. 예수 믿는 것으로 그의 인생이 뒤바뀐 것이다.
 
새벽마다 예배 처소에 나와서 눈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구원의 감격을 노래했다. 섬에서 태어나 섬에서 자란 그는 찬송할 때 섬지방 특유의 가락에 맞추어 불렀다. 일하면서, 길거리에서 어디서든지 찬송을 했다. 그러자 질병이 사라지고, 경제 생활도 빠르게 회복되었다. 말 그대로 영육이 모두 건강해진 것이다. 내 눈앞에서 예수님을 믿고 삶이 변화되는 성도를 바라보는 것처럼 감동스러운 것은 아마 이 세상 어디에서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