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위 왼쪽부터 색즉시공, 007어나더데이.

방학시즌을 맞이하여 가장 호황을 누리는 업종이 바로 영화산업이다. 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들 덕분에 대부분의 극장은 예매를 하지 않고는 보기 힘들 정도의 매진사례를 기록중이다. 이처럼 상업적으론 성공했지만 상당수가 건전성이나 순수함하고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올 겨울 영화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 반지의 제왕.

총 3편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 중 두번째 이야기로, 현재 가장 좋은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다. 12월 29일 현재 전국관객 250만 명을 기록했고, 좌석점유율 85%, 예매율 5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절대반지를 차지하려는 악의 세력에 대항하여 악의 근원이 되는 절대반지를 없애는 반지 원정대의 여정을 담은 판타지 영화다. 장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 그리고 현란한 액션장면들이 볼거리다. 하지만 악을 무찌르는 방법이 극도로 잔인한 폭력과 살상으로 묘사된 것, 흉측한 장면과 잔인한 살상의 모습을 담은 영화가 12세 관람가의 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재고해 볼 문제다.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현재 전국 관객 310만 명을 동원했으나 한 주 늦게 개봉한 <반지의 제왕>에 추월 당할 위기에 처한 <해리포터>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이다. 특히 어린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전체관람가 영화이기에 방학을 맞이한 초등학생들의 주머니를 집중적으로 털고 있다. 마법학교에 돌아간 해리포터가 학교 내의 어둠의 세력을 친구들과 협력, 마법을 사용하여 물리친다는 동화적인 판타지 영화다. 무한한 상상력과 동심의 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주인공들의 행동과 대사에서는 어린이의 순수성보다는 성인 액션 영웅의 모습이 비쳐지고 있어 일반 액션영화와 다를 바가 없다.

<007어나더데이>
앞서 말한 두 영화는 폭력과 현실 도피적인 내용 등 단점이 많으나, 모험과 무한 상상력 세계의 실현이라는 긍정적인 요소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007어나더데이>는 한마디로 문제 투성이다. 비밀요원 제임스 본드가 북한을 상대로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내용으로 비무장지대가 불바다가 되는 장면이 압권이라고 강조한다.

내용 없는 진부한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며, 본드걸이라 불리는 여성의 비하, 가볍게 묘사되는 살인, 미국 우월주의 등의 요소는 좋은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한술 더 떠 북한을 세계의 적으로 묘사, 한반도 상황의 왜곡 등 한국인으로서 불만을 가질 만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개봉 상영관 앞에서는 상영금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색즉시공>
현재 전국관객 235만 명을 기록하며 헐리우드 대작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국영화라서 뿌듯해 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영화다. 노골적인 성 묘사와 등장인물들의 엽기적인 행동으로 영화전체를 채우고 있어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문란한 성문화를 과장해서 표현하고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현실과 동떨어진 행동을 하게 할 위험을 지니고 있다.

<품행제로>

▲ 품행제로.

현재 극장가에서 상영중인 영화 중 비교적 순수한 영화다. 80년대 고등학교에서 소위 짱(싸움을 제일 잘하는 학생)인 주인공이 겪는 풋풋한 사랑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주인공이 불량소년이라는 점에서 폭력과 욕설이 간혹 등장한다는 것이 옥의 티지만, 과장되지 않은 사실적인 표현으로 오히려 친근감을 준다. 80년대를 완벽하게 고증·재현해 20대 중반이상의 관객에게는 옛 추억을 되살려준다. 사랑하는 여학생 앞에서 쩔쩔매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잃어버린 옛 순수성을 찾을 수도 있다. 신세대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