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균 기자

보건복지부가 23일 입법예고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기독교계를 포함한 종교계는 ‘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 입법안에 따르면 인간개체 복제를 목적으로 복제배아를 만들거나 자궁에 착상, 임신 진행, 출산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외국에서 복제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킨 뒤 입국해 출산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안은 체세포 복제를 전면 금지하지만 보존기간이 지난 냉동 잔여배아를 대상으로 불임과 질병 치료를 위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허용키로 하고 국가생명윤리자문위원회를 통해 복제연구를 허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기독교, 가톨릭 등 종교단체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종교단체와 경실련 등은 “인간복제를 우려하는 국민들의 의견을 일부 반영했다고 볼 수 있으나 국가생명윤리자문위에서 개별적으로 연구를 허용토록 한 것은 정부의 인간복제 금지 의지를 의심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박영률 총무는 “복지부 입법예고안은 생명윤리 존중쪽에 비중을 싣긴 했지만 언제든지 체세포 복제가 가능할 수 있도록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기독교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맹용길) 역시 박영률 총무와 비슷한 의견을 갖고 있으며 10월 2일경 전체 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의견을 모아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천주교의 경우 생명윤리를 보장할 수 있는 엄격한 조항이 포함될 것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설 방침이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배아복제 금지 부분에 예외규정을 둬 허용한 것은 이번 법안의 한계라고 평가했다. 또 불임 시술을 하고 남은 잔여배아를 논하기 앞서 이에 대한 사회적 관리 대책을 만드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특히 인공수태시술이 한해 1만건 이상 실시되고 있고, 잔여배아 수가 10만~50만개로 추산되며 이 과정 속에서 여성의 난자가 과도하게 추출되고 있다며 생명윤리 논의와 함께 인공수정 등 불임시술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