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웅 목사 

  덕수교회 담임  
  추첨제 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

도무지 교회의 거룩한 모습과 깨끗한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 부끄러운 모습과 소문이 난무하다. 뜻있는 총대라면 고개를 젓고 만다. 심지어 “지금 총대된 것이 한 없이 창피한 일”이라고 자책하는 소리도 높다. 우리 총회를 이대로 두어야만 할 것인가?

교회가 선거제도를 국가의 민주 방식에 따라 채용하였지만 교회 내에서 신앙 양식만 믿는 관계로 선거 관리와 제도 운영은 오히려 국가나 사회보다 못하며 이것을 온전히 관리할 만한 것이 특별히 없으므로 부득이 그 옛날 성서시대의 방법으로 돌아가 보자는 것이다.

그동안 이런 고민을 하는 노회와 총대원들이 추첨제(제비뽑기) 임원 선출 개선안을 제안하였다. 2000년도에 전주노회가 제비뽑기를 헌의하여 총회가 1년간 연구하면서 동시에 3개노회(서울, 평양, 강원동)가 또 제비뽑기를 헌의하였다. 비록 제86회 총회에서 100여표 부족해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전국 교회의 열망이 어떠 했는가를 확인하면서 올해에도 다시금 총회의 선거 풍토 쇄신을 위한 임원 선거 조례 개정 운동을 펼치려고 한다. 물론 제비뽑기는 성경시대에 사용했던 제도로서 상당한 의미가 있는 제도이다.

제비뽑기는 첫째, 하나님의 뜻을 묻는 제도였다(잠16:33, 욘1:6~7). 둘째, 다툼이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잠18:18, 롬3:9~12). 셋째, 종교적 지도자를 뽑을 때 사용하였다(행1:23~26). 넷째, 땅 분배할 때 사용하였다(수18:11).

▲ 예장 통합 3개노회와 바른목회실천협의회가 6월 24일 개최한 제비뽑기 공동헌의안을 위한 공개토론회

제비뽑기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타락하여 그 올바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 하나님 앞에서 제비뽑아 선택한 것이 하나님의 신탁이라고 믿고 받아들인 것이다. 옛 시대의 방법이 가진 그 의미를 현재 적용할 수 없다고 단정한다면 성경을 어떻게 인용하여 말할 수 있겠는가? 제비뽑기가 반드시 성경적인 방법이므로 이 방법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제비뽑기는 원시적이기 때문에 현대인들에게는 부적합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 않은가? 기도하며 제비뽑기하는 것은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일이며, 하나님 신탁을 받는 것이다. 장로교의 예정론처럼 하나님 앞에서 최종적으로 인간의 주관을 포기할 때, 우연과 같은 선택에 맡기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하나님께서 선택하셨다라고 고백하게 된다.

우리는 가장 성서적 방식으로 ‘예수님이라면 어떠했을까?’ 라고 질문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현대에 와서 오히려 예수님이 사용한 방식, 성경에서 사용한 방식을 원초적으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우리도 사도들처럼 기도하고 제비를 뽑아 총회장을 선출하는 것이, 지금과 같은 부적절한 방법으로 총회장이 되겠다는 발상보다 더욱 떳떳하지 않겠는가?
이제 다시금 물어 보아야 한다. 우리는 진정으로 성서적으로 살고 있는 것인가 질문하면서 할 수 있는 한 성서의 뜻과 원칙대로 그리고 성서적 원리와 생활 방식을 존중하여 현대에 적용하는 생활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구약의 희년제도처럼 7년을 일곱 번 지내는 동안에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하여 공동체가 깨어지고 사회 갈등 소지가 생겼다면, 원천적 자리로 되돌려 하나님의 말씀을 되살리는 것이 성서가 제시하는 뜻이다. 나 자신을 원천으로 되돌리고, 교회를 원칙으로 되돌리고, 가정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고, 그래서 세상도 원래의 자연으로 되돌리는 회복 운동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혹자는 선거제도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며 제비뽑기는 원시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과연 현행 투표제도가 개인의 의사를 양심대로 표시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법이냐는 질문에 대해서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가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참회한다는 뜻으로 한시적으로 몇 년간 제비뽑기를 하면서 보다 더 완벽한 선거제도를 연구해 나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만약에 현행 선거제도를 개선하지 않고 이대로 가면, 하나님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제는 참회하는 마음으로 본 정신을 찾아서 하나님께로 돌아가자.

현행 선거조례는 우리 모두를 죄인으로 만들 수 있는 유혹이 도사리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무서운 시험을 과감히 물리치고 원점으로 돌아가서 바보스러워 보이지만, 제비를 뽑으며 우리의 죄성을 통렬히 참회함으로써 소망 가운데서 기쁨을 회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