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말부터 여성 신학자 몇 명이  시작한 뒤에 여성신학이라는 신학의 장르는 꾸준히 발전해왔다. 이 신학은 그 당시 북미 사회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전개되던 여권 신장 운동의 한 산물이기도 하였다. 다른 전통이나 다른 종교 문화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기독교문화권에서나 가능한 운동이었다. 그 내용이나 어구에서의 급진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  여권운동과 함께 시작
1961년 미국 대통령은 여성지위위원회를 신설한다. 2년 뒤에는 베티 프리댄의 저서 <여성주의자의 신비>란 책이 여성들의 억압받는 입장을 일깨운다. 몇몇 행동파 여성들은 전국 여성기구를 만든다. 그리고 다시 1968년 매리 델리의 <교회와 제2의 성>이 출간된다.

여성신학은 해방신학과 유사점들이 있다. 둘 다 억압의 상황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죄와 구원을 개인적이 아니라 사회나 정치학적인 면으로 본다. 결국 정치신학에서 보는 대로 억압되고 눌린 사람들을 위해서 투쟁하고 사회의 구조와 인식을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해방신학과의 차이는 억압이 무엇인가를 보는 관점이다. 해방신학은 강요된 빈곤에서 오지만 여성신학은 성차별에서 억압이 시작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문화 전반에 깊이 배어 있는 남성에 의한 여성 지배, 즉 가부장제가 억압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여성신학은 네 가지 통일된 주제를 가지고 있다. 전통 신학은 가부장적이다. 전통 신학은 여성과 여성의 경험을 무시했다. 가부장적 신학은 여성들에게 엄청난 손해를 끼쳤다. 그러므로 여성들도 신학을 해서 동등한 위치에서 신학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신학 세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여성신학자들에게 의해서 정의되는 여성의 경험이 신학에서 근거와 규범을 이루는 데 한 몫을 단단히 해야 한다. 과도하게 남성화된 교회와 문화는 여성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반드시 교정되어야만 한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여성신학자들 간에 일치가 된다. 하지만 그 행동 방법은 여성신학자들 간에 많은 차이가 있다. 성경과 교회의 전통을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가? 남성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교회를 뒤집어 완전히 개혁해 버릴 것인가, 아니면 여성만의 교회를 만들 것인가?

◆  여성신학의 방법

여성신학자들은 성경에서 가부장적 억압의 어두운 역사를 본다. 전반적으로 그 역사에 여성의 이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구구절절이 남성에 의한 여성의 종속과 복종의 강요가 요구된다. 어떤 면에서 보면 아예 인간성마저 거부했던 여성에 대한 폭력의 역사이다.

교회에서 여자가 말하면 안 된다, 월경하는 여자가 부정하다는 소리는 가부장적인 언어요 이런 문화 속에서 여성은 억압될 수밖에 없다. 사회 전반에 가장 뿌리 깊게 만연된 악이 남성중심주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남성이 훨씬 우월하다고 보는 세계관이다.

이제는 남성의 경험이 아닌 여성의 경험이 신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교회 안에서는 여성이 주를 이루고 여성의 경험이 압도적이다. 여기에 반응해서 새로운 답이 나와야 한다. 남성 우위의 사고 위에 세워진 사회는 무너져 내리고 새로운 세상이 열려져야 한다.
 
남성에게 순종하고 성적 매력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문화이다. 성차별적 억압과 비인간화의 사회, 여기서 겪는 경험은 억압이다. 의식하든 못하든 이것이 여성들의 일차적인 경험이다. 지금까지 정통이라고 간주되어왔던 모든 신학에는 남성의 경험이 지배했다.

예수는 지배하고 강제하는 식의 권위행사를 거부했다. 또한 그러한 사회 구조를 거부했다. 가난하고 소외된 여성들을 평등하게 대했다. 그런 면에서 예수는 한 사람의 여권옹호자였다. 다가 올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했고 그것은 가부장적이 아니라 평등적임을 설명하기 위해 비유와 은유들을 사용했다.

이 하나님의 나라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자유의 가족이 신학의 기준이다. 성경은 가부장적이므로 일단 이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또한 성경만으로는 신학을 위한 원칙을 세울 수 없다. 오직 여성신학이 정의한 여성의 경험이 기독교 신학의 근거와 규범이 되어야 한다.

◆  신학의 여성신학적 재구성

여성신학은 전통적인 교리를 완전히 수정함으로 절정에 이른다. 과거의 교리들이 억압을 주는 결과만 초래했기에 그것을 급진적으로 부정하거나 재구성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선 하나님의 아버지라는 개념부터 바꾸어야 했다.

로즈메리 류더에게 “하나님은 남성 여성 양성이며 남성도 여성도 아닌 존재”이다. 그러므로 하나님 아버지라고 부르면 안 된다. 하나님에게는 남성적 은유뿐 아니라 여성적인 은유도 사용해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 저변에 깔려 있는 절대적 존재의 초월적 모형”이다. 이것은 폴 틸리히가 설명한 하나님을 더 급진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여성신학을 계속 말한다면 끝이 없을 것이다. 여기서 지적하고 나갈 것은 과연 이것이 기독교냐는 것이다. 성경은 가부장적이라고 선언하고 나니 그것을 거부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신학의 원리로 선택할 것인가? 다른 경전이나 철학은 더 가부장적이었다.

여성신학자들이 보는 관점에 의해 예수의 삶과 교훈 가운데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최우선으로 강조할 것은 여성의 경험이다. 그래서 여성들에게 이 가부장적인 문화와 사회에서 해방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다보니 기독교 자체와 거리가 생기고 만다.

그러면 이것을 기독교라고 하고 지금까지의 기독교는 버리거나 고쳐야 하는가? 그래서 어떤 여자 예배자들처럼 모여서 어머니 하나님에게 기도하고 성차별 없는 찬송가를 불러야 하는가? 한 걸음 더 나가서 성경을 펴놓고 “가부장적 귀신은 물러가라”고 외쳐야 하는가? 아니면 성차별을 위한 운동으로 그쳐야 하는가? 어디까지 가다가 서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