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근무제로 인한 교회의 주중 예배는 한국교회에 신학적 논란을 가져오고 있다. 그동안 전통적으로 지켜온 주일 예배가 다른 요일로 대체되어 드려진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로 다가올 수 있다.   과연 그런 상황적 변동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의견의 분분함을 보다 신학적인 차원에서 접근하여 옳고 그름을 분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본지에서는 주일예배 대체용의 금요예배를 비롯한 다른 요일 예배가 신학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지상 논쟁을 마련해 보았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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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는 예배, 괜찮다"

찬성 / 성기문 총무(기윤실 건강교회운동)

최근 한국교회의 <안식일적 주일>논쟁은 한기총의 이종윤 목사가 ‘주5일근무제 재고’라는 주장에서 비롯되었다. 반대파에는 “망국론” 내지는 한국교회위기를 우려하여 주일성수를 전통적으로 고집하는 과격파와 주말/전원교회 등의 개교회적 대안론을 제시하는 온건파가 있다. 게다가 올해 7월 12일부터 서울 갈릴리교회가 주일 1부 예배를 금요일 저녁 7시로 옮기는 일로 논쟁의 새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갈릴리교회 인명진 담임목사는 “주5일근무제 도입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교인의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을 감안해 취한 조캇며 신학적으로도 교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이라는 점을 밝혔다(뉴스앤조이기사).
이에 대한 반발은 두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엄격한 주일성수파는 세상과의 불의(不義)한 타협의 결과로 보며, 반(反)주일성수파도 개교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비난한다.

사실 이러한 일련의 논란들은 성경적 교회사적 안식일적 주일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이는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고 본다. 상당수의 한국기독교인들은 안식일의 성경적-교회사적 반성과 고찰보다는 복음과 동등시하여 엄수(嚴守)되어야할 진리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안식일논쟁의 역사는 예수(마 12:1~14; 눅 13:10~17; 14:1~6; 요 5:1~18)와 초대교회(골 2:16~17; cf. 롬 14:5~8; 히 4:1~11)에서도 발견될 수 있을 만큼 오래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선지자들의 시대(사 1:13; cf. 호 2:13; 사 66:23; 겔 45:16~17; 46:1~12)에도 안식일을 비롯한 절기와 제물들이 형식주의와 수량주의에 물들게 되었다는 점은 익히 밝혀진 바이다.

신적창조사역의 7일째의 안식(창 2:1-3)은 모세의 안식일규정의 전형(典型)이지만, 창조원리가 안식일 준수규정은 아니다. 이 개념은 창조사역 완성과 갱신의 안식이다. 모세의 안식일규정은 이스라엘 신앙상 매우 독특하다. 안식일은 언약의 표이며 언약준수의 시금석으로 작용한다(출 31:12~17; 겔 20:10~26; 22:8; 26; 23:28). 출애굽기에서는 하나님의 노동이 인간의 노동과 대조되어 인간의 노동과 쉼의 개념을 대조하고 있으며 신명기에서는 출애굽이라는 새창조적인 개념의 안식과 노예로서의 노동에서 해방을 기념하는 날로서 휴식이 강조되었다.
신구약중간기와 예수시대의 안식일논란에는 수많은 규정들의 확대와 문자적 준수의 폐해가 있다. 이는 지극히 세밀한 결의론적 조항들의 산출과 안식일 위반에 대한 관대한 이해의 발전, 그리고 언약적 의미와 축제적 성격의 강조가 결여(缺如)되는 경향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들 속에서 복음서는 그리스도를 안식일의 주관자이시며 안식의 성취자로 묘사한다. 예수의 안식일의 완성은 인류애적인-정의적인 개념보다는 안식일의 주관자로서 종말론적인 완성의 측면에 더 강조점이 있었다.

바울에게서 안식일-주일관은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특정한 날과 절기를 지키는 것은 무의미하며 신앙의 척도로 판단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우리의 종말론적 안식관은 히브리서에서 더 현저하게 발견될 수 있으며 그리스도를 통한 안식의 성취와 현재적 안식화(安息化), 그리고 미래적 안식의 약속으로 구분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미 그리스도를 통하여 안식은 시작되었으며 우리가 그리스도의 구원에 참여함으로 현재적으로 안식에 들어가기를 힘쓰는 것이며 종말론적으로 그리스도의 재림을 통하여 창조시 제시되었던 종말론적 안식(eschatological rest)은 완성된다. 구약에서 ‘주의 날’은 주로 종말론적인 측면에서 사용되었다.

신약에서는 ‘주의 날’은 계1:10에서 단 한 번 사용된다. 우리는 지나치게 불완전한 증거들을 갖고 신약본문들 내에서 안식일이 일요일이, 혹은 토요일이 되었기에 여전히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오히려 속사도시대에 유대인과의 차별화의 의미로 기독교인들이 일요일을 예배의 날로 강조하였을 뿐이다. 초대교회 때는 오히려 집회와 예배를 안식일, 안식일 다음날, 혹은 매일 거행하였다. 휴일로서의 일요일의 개념은 콘스탄틴대제의 칙령에 의해서(321년)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안식일개념의 부활은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에게서 나온다. 그는 스콜라철학적 자연법이론에 근거하여 십계명은 자연법이므로 여전히 그리스도인들에게 유효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종교개혁자들은 이러한 스콜라철학적 안식일 엄수주의를 강력히 공격하거나 포기하였다. 장 칼뱅은 일요일-안식일준수라는 “교회규정을 고수하는 자들의 미신은 유대인들보다 세배나 더 유치하고 육욕적인 안식일 엄수주의적 미신”이라고 말할 정도였다(기독교강요 2.8.34). 그러나 불행하게도 17세기 이후에 청교도들은 종교개혁 이전의 안식일엄수주의로 회귀하였고 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소요리문답, 예배모범 등)는 한국교회의 안식일적 주일관의 모태가 되었다.

창조질서로서의 안식의 개념은 어떤 특정한 날을 지킴으로 완수되지 않으며 주일만이 성경이 보증하는 공적인 예배와 교제의 날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복음의 본질이 예수 그리스도라는 동의하에서 안식일적 주일 개념 때문에 발생한 모든 문제점들을 진지한 대화와 화해로 해소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주일예배는 기독교계의 아름다운 전통일뿐, 강요되거나 억압될 진리의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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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은 주일, 지켜라”

반대 / 박희석 교수(총신대학교 대학원장)

우리나라 근로자들도 이제 서구 사회의 근로자처럼 주 5일만 근무하게 되는 날이 곧 임박한 것 같다. 국민 소득의 향상과 문화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삶의 질을 높이려는 근로자들의 욕구를 정부나 경영자들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근로자들의 근무 상황이 변함에 따라 교회가 이에 따른 고민을 하게 되었다. 주5일 근무를 하게 되면 교인들도 연휴를 즐기기 위해 주말 여행이나 휴가를 떠날 것이며, 따라서 주일 예배에 성도의 출석이 감소할 것이라는 염려이다.

이로 인하여 교회 내의 일부에서는 주5일 근무제도가 비성경적이라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교회가 주5일근무 자체를 반대할 명분은 없다. 그 이유는 토요일 날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두 휴가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 주5일 근무하면서 주말 여행을 떠나지 않는 성도들은 토요일 가사를 돌보면서 휴식을 취한다면 주일 교회봉사와 예배에 더 효율적으로 임할 수도 있다.

반드시 회사에 출근해서 6일간 노동해야만 엿새동안 힘써 일하라는 계명을 순종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가사 일이나 개인의 사적인 일도 일이며, 하루쯤 그 일을 한다고 하여 안식일 계명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사실은 교회가 염려하는 것처럼 다수의 교인들이 항상 주말 여행을 떠날 수는 없다. 누구나 경제적으로나 기타문제로 인하여 주말 휴가를 반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교회는 주5일근무제도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대부분의 서방 교회가 주5일근무제도를 수용하고 있다는 점도 우리에게 참고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할 필요는 있다. 혹자는 주말 연휴를 휴가로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교회가 금요일이나 다른 날을 주일 대신 예배 드리게 하자는 대안도 내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은 곤란하다. 주일날을 정하여 그 날 예배드리는 것이 중요하다. 제4계명은 안식일을 기억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지키라 하였다. 그 이유는 하나님께서 천지창조 후 일곱째 날 안식하셨기 때문이다.

구속언약이 구약에서 신약으로 변경되는 과정 가운데 천지창조의 완성을 기념하는 일곱째 날에서 예수님이 부활하여 구속을 완성하신 첫째 날로 바뀌었는데, 우리는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여 주일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구약은 창조 완성을 기념하여 안식일을 지켰으나 신약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여 주일을 지키고 있다. 주님이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이유는 그를 믿는 성도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시기 위함이고, 주님이 부활하신 그 날을 기념하면서 성도들은 영원한 안식을 사모하고 바라보아야 한다. 마치 약혼한 사람이 미래의 행복한 결혼 날을 기다리듯 영원한 하나님 나라와 그 안식을 그리워하는 날이 신구약에서 가르치는 안식일이다. 그러므로 주일을 사사로이 변경하여 지킨다는 것은 성경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주일 그 자체에 무슨 신비한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니다. 주일만 지키면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다든지, 영원한 안식이 보장된다든지 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마치 구약 이스라엘 백성이 몸에 할례를 행하고 안식일만 지키면 자동적으로 천국을 보장받은 것으로 착각하고 마음대로 죄를 범하는 것과도 같은 오류이다. 그러한 사고방식을 갖는다면 이는 미신적인 신앙이 될 것이다. 단지 교회는 구속사적으로 의미가 있어서 믿음의 선조들이 지켜온 전통을 쉽게 변경하면 유익보다는 손해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주일을 대신하여 다른 한 날을 정하여 예배드리도록 한다면 이는 교회가 스스로 주일의 신성함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교회마다 자신들이 필요한 날들을 임의로 정할 수 있다는 뜻이고, 따라서 예배드리는 날짜에 대한 성도들의 혼란은 훨씬 많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앙이 연약한 성도들은 그들의 필요에 따라 수시로 주일 대신 다른 날 예배드리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있게 될 것이다.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오늘날 성도들이 한 장소에서 동일한 시간에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시간이 주일보다 더 좋은 날이 어디에 있는가? 순간적 필요에 의해 신적 권위로 제정된 주일의 권위를 훼손한다면 후일 교회가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더 큰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주5일근무제도를 안정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미국과 같은 서방 교회도 주일을 대신하여 다른 날 예배드리려고 하는 발상은 없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성도들이 주일을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거룩하게 지키도록 교육하고 지도하는 것은 교회의 의무이다. 성도들이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게 하는데 많은 요소가 있지만 먼저 교회의 목회자가 근면 성실하게 바른 목회를 하는 길이 최우선이다. 교회역사를 보면 주일을 열심히 거룩하게 지켰던 시기는 초대교회, 종교개혁시대, 청교도시대 등이다.

이 시기에 하나님의 뜻이 교회에 강하게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대체로 목회자들이 경건, 근면, 성실하였다. 아무리 시대가 악하다 할지라도 성도들은 목회자를 따라가기 마련이다. 목회자가 성경적 원리를 따라 성실하게 목회한다면 교인들은 항상 교회를 찾게 될 것이다. 그 외의 모든 문제들은 지엽적이고 부차적인 문제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