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균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은 수원 창훈대교회(한명수 목사)에서 개최된 제87회 총회에서 제비뽑기로 전 임원을 선출, 타교단에 비해 비교적 금권선거 시비를 적게 겪었지만, 부회계 선정 과정에서 부분적인 제비뽑기 허점을 노출했다.

9월24일부터 27일까지 열린 총회 첫 날 임원선거에서 부총회장 한명수 목사가 자연스레 총회장이 됐으며, 목사 부총회장 제비뽑기에서는 임태득 목사가 고른 푸른 구슬이 452개로 장차남 목사가 고른 붉은 구슬 444개를 8개 차이로 근소하게 앞서 임태득 목사가 부총회장이 됐다. 경선이 없는 나머지 임원 후보들은 모두 박수로 받았으나, 두 명이 입후보했던 부회계 선거에서 제동이 걸렸다. 부회계 후보였던 박해석 장로와 정휘식 장로의 후보 자격이 박탈되고 장상만 장로가 어부지리로 부회계가 된 것.

선거관리위원회는 박 장로와 정 장로 모두 상대방을 낙선시킬 목적으로 비방해서는 안 된다는 선거관리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두 사람의 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그리고 총회 정책실행위원회에서 추천한 장상만 장로를 긴급히 후보로 내세웠고, 현장에서 총대들은 장상만 장로를 박수로 받았다.

일부 총대들은 두 후보의 자격이 박탈된 경위에 대해서 해명할 것을 요구했으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자세한 내막을 밝히기보다는 ‘상호 비방 금지’라는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했다는 것만을 자격 상실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총회 이후에도 후보를 추천했던 두 노회 총대들이 이 문제를 갖고 한바탕 격돌할 것으로 보여, 부회계 입후보자 선거과정에서의 금품수수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교단 내 임의단체인 전국장로회가 두 후보를 단일화한다는 명목으로 수 천 만원의 금품을 요구했으며 박해석 장로가 이 사실을 갖고 전국장로회와 총회선거관리위원회에 진정하는 등 양측에서 수많은 진정서가 오갔다는 것이 선거기간 내내 공공연한 설로 나돌았다.

한편 이번 총회 최대 이슈 중 하나인 지방신학교 통합과 관련된 문제는 전라도와 충청도 지역의 강한 반발이 제기돼 결국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총회 지방신학교연구위원회는 학생수가 미달된 신학교는 같은 지역에서 자율적으로 통합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두 지역 총대들이 “총신대 대학원 출신들은 내려오지 않고, 지방신학교 출신들도 줄어 목회자 수급이 어려운 형편에 학교까지 통합하면 지방 교회는 더 어려워진다”고 항변했다.

결국 이 안건은 ‘위원회 보고를 그대로 받지만 지방신학교에 대해 더 이상 연구를 하지 않는다’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총신대 신대원과 대학을 통폐합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은 백지화됐다. 또 교수 인사 문제와 관련, 정성구 교수의 명예교수 추대, 심상법, 심창섭 교수 건은 작년 결의대로 이행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총신대 재단이사회가 총회와 운영이사회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채 진행했던 구조조정 및 교수 해직 사태는 원상복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목회연구과정(목연과정)에 대해서는 학교당국의 제안대로 이들만을 별도로 교육하는 ‘총회신학교’를 만들어 따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로써 현행법에 위배되는 비인가 학위 문제를 해결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그러나 지방신학교 학장이나 이사장, 지방신학교 출신 목회자들이 강한 불만을 갖고 있어 이들의 집요한 공세를 학교가 얼마나 감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운영이사회는 지방신학교 관계자들의 개입 차단을 위해 총신대 운영이사회가 총회신학교 운영위원회에 위원을 파송하기로 하는 등 실질적인 운영주체로 나서기로 했다.

한편 연합기관 통일안은 예상대로 통과시켰으나 대한성서공회가 발행한 <개역성경 개정판>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의해 향후 성경번역과 관련된 논란의 불씨를 남겨 놓았다. 예장합동 총대들은 <개역성경 개정판>에서 창세기 15장 6절 “공의로 여기시고(개역개정역)”를 “의로 여기시고”로 표기하는 등 82곳의 문제점을 수정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