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를 앞두고 각 교회마다 수험생을 위한 특별기도회가 열린다. 특히 기도원들은 수험생 부모들로 붐빈다. 한국교회의 특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수험생을 위한 특별기도회에 대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간구하는 믿음의 행위’로 보는 입장과 ‘무속신앙에 근거한 기복적 행위’라는 반대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입시철을 앞두고 수험생을 위한 특별기도회에 대한 찬반 여론을 들어본다.(편집자 주)

나는 찬성한다 - 김용근 목사(구리 생명교회)

▲ 김용근 목사

한국교회 선교 120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이제 역사의 연수만큼 그 신앙도 성숙한 시점에 와 있다.
한국교회는 그 동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다. 물론 최근에 성장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보면 양적인 면보다 질적인 차원에서 성숙을 기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제자훈련과 성경 중심의 생활을 통해 그리고 부흥회와 찬양집회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더구나 갈급한 심령들이 대형집회보다 전문적이고 주제가 있는 집회를 통해 변화 받고 또 하나님을 체험하는 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질적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일부 집회가 지극히 기복적이고 샤머니즘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수능생을 위한 특별기도회’ 같은 축복 중심의 기도회이다.
그러나 ‘수능생을 위한 기도회’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기능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수능생을 위한 기도회를 당연히 해야 한다. 기독교 학생들이 더 뛰어나야 하고 더 지혜로워 이 땅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수능생을 위한 기도회’ 자체를 색안경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최근에 월드컵을 두고 기독교가 이를 위해 기도한 것을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축구를 위한 기도가 아니라 월드컵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야 한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축구를 통해 복음이 전파되기를 위해 기도한 것이다. 월드컵도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다. 수능시험을 치르는 기독교 학생들 역시 하나님의 자녀이고 수능시험 역시 하나님의 주권아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수능시험을 위한 기도회가 나쁘다면 우리의 다른 기도에 대한 이해도 달리해야 한다.

교회가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들이 하나님 앞에서 자라고 더 지혜를 얻어 좋은 성적을 내는 것 또한 바람직한 일이다.
그래서 주장하기는 수능기도회 자체는 커다란 문제가 없다고 본다. 아니 그런 기도회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문제는 수능기도회 그 자체가 아니라 수능기도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문제이다.
왜냐하면 수능생을 위한 기도회는 또 다른 종교에도 있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하는 기도회를 우리가 똑같이 한다고 해서 불교와 같은 수준으로 보면 안 된다. 불교의 기도회는 죽은 신에게 하는 것이고 또 지극히 이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교회의 기도회는 살아 계시는 하나님께 하는 기도회이기 때문이다. 즉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수능기도회가 너무 기복적이라고 말한다. 또한 한국에서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주장하는 것에 조금은 모순이 있다. 왜냐하면 현재 성미제도를 둔 교회들이 많은데 이 제도는 성경에 없다. 그러면 성미 제도를 없애야 하지 않겠는가? 같은 논리로 보면 수능기도회는 한국문화 상황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제도이다.

문제는 이 기도회를 운영하는 사역자나 평신도들의 접근 방식이다. 단순히 자녀가 시험에 잘 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하는 것을 두고 염려하는 것이다.
물론 자녀가 복받고 또 시험을 잘 치르는 것은 좋다. 그러나 공부도 하지 않고 게으르고 놀기 좋아하는 학생을 두고 부모가 시험에 붙기를 기도하는 것은 억지다.

만약 그런 학생이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부모의 신앙이 약해서인가? 아니면 학생이 믿음이 약해서인가? 수능기도회를 상식적 차원에서 이해하면 될 일이다.
기복적인 접근이 아니라 자녀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쓰임받기 위한 기도를 하면 된다. 목회자나 그 기도회를 이끄는 사람들이 기복적인 기도회를 이끌지 않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바른 기도회를 이끌어 가면 된다.

그러나 현실은 마치 기도회를 하면 학생들이 좋은 성적으로 붙을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모든 기독교 학생들이 공부도 하지 않고 기도를 통해 시험을 잘 볼 수 있다면 그것은 공평하시고 정의로운 하나님을 모독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학생이 성실하게 공부를 했다면 그 학생은 아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비상적인 섭리가 아닌 이상 우리는 학생들이 노력도 하지 않고 열매를 거두기 위한 이기적인 기도회를 지양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자녀들이 왜 수능시험을 치러야 하고 또 출세를 해야 하는지를 그리스도 안에서 답을 찾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자녀를 위한 수능기도회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배제하고 수능기도회를 시작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을 귀찮게 하는 일이고 그릇된 기도회라고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거니와 수능기도회 자체를 한국교회는 계속해서 가져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불교와 차원이 다른 살아 계신 하나님 앞에 자녀의 장래를 염려하고 맡긴다는 차원에서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그것을 맹신한 부도덕하고 비상식적인 기도를 통해 일반 종교에서 행하는 것처럼 하는 기도회는 당연히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반대한다 - 성기문 총무(기윤실 건강운동)

▲ 성기문 총무

대학입학시험철(정시모집)이 다가오면 대부분의 한국교회에서는 학부모나 수험생들을 위한 특별기도회를 개최한다. 이러한 기도회는 예전에는 수차례 특별하게 행해지던 것이 요즘은 입시철에 지속적으로 수능생을 위한 일련의 기도회로 열리는 추세다. 수능생들의 무사합격을 구하는 기도는 개인과 한가족, 그리고 개교회에 있어서 중요한 당면과제들 중의 하나인 것만은 사실이다.

대학입시의 관문이란 이제 성인으로서의 인생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개인과 교회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학문과 직업을 통하여 기여하는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며 성실하게 학문을 연구하고 지속적으로 사회에 환원하고 구현하고 발전시킬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며,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기여하는 바를 배우는 자리라고 본다. 또한 이러한 과정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직하고 윤리적이고 창의적인 삶을 통하여 하나님 나라의 확장과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성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학교육의 현실은 고등교육상의 학문성과 직업윤리의식의 결여, 그리고 지나친 학벌과 파벌주의의 팽배가 만연한 상황이다. 조선시대의 입신양명은 개인의 학문적 정진과 수련을 통한 자기정화와 그것을 통한 사회와 국가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데서 벗어나, 과거제도를 통해 공직을 얻어 개인과 가문의 출세의 길을 열어 물질과 권력적 성공을 얻고 문벌이나 파벌의식의 정당화에 사용되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한국교회는 기독교 세계관적 측면에서 노동의 신성성과 직업윤리, 혹은 직업선택 등에 대한 교육이 거의 전무한 상태다. 이러한 신앙교육부재를 반성하기보다는 직장과 대학선택에 있어서 일류병을 방조하거나 고무하지는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교회내에 만연한 성공 이데올로기나 권력지향주의는 목회자의 설교를 통해서나 교회의 조직과 구조를 통해서 구현되고 있다. 국내외의 일류대학을 들어가거나 국내외 일류 회사에 취직하거나 권력과 고소득을 보장받는 직장이나 직업을 소유하는 것은 곧 사회에서나 교회내에서 특권계층에 포함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물론 지나친 단순화는 경계해야 하겠지만, 특히 대형교회에서 정치가, 법조인, 교수, 직장인, 의료인 등이 제직에 피택(彼擇)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교회내의 직업관에 대한 왜곡현상을 초래하며 이 또한 교회가 조직화되어 있을지도 모를 사회적 불이익에 대처하고 나아가 대외적 권력행사에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도 숨어있다고 하겠다. 그러한 측면에서 교회의 성장주의의 배후에는 지나친 권력욕-계급주의, 경쟁주의와 성공지상주의가 내포되어있다.
한국사회와 한국교회가 함께 앓고 있는 이러한 문제점들은 한국교회의 기도관행에서 극단적으로 표출된다. 즉 복을 구하는 기도에 대한 지나친 열심과 기독교적 기도신학에 대한 진지한 이해의 결여로 그 심각성을 드러낸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한국기독교인들의 기도에 대한 열심은 우리의 전통적인 종교적 심성으로 설명될 수 있다. 한국인의 심성에는 무속신앙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무속신앙에는 복을 비는 기복(祈福), 질병과 재앙의 악령을 물리치는 양재(禳災), 미제의 사건이나 운명을 알아내는 점복(占卜), 신들을 달래는 가락(歌樂)의 요소들이 있다. 기복신사(祈福神事)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기우제(祈雨祭), 기은(祈恩)-국가안녕을 구하는 왕가의 국가적 제사, 기자(祈子)-아들을 구하는 기원적 제사, 성황제(城隍祭)-마을의 재해를 방지하는 제사, 별신사(別神祀)-장사가 잘되게 하는 제사, 안택신제(安宅神祭)-일가의 재앙을 없애는 제사. 이러한 무속신앙적 영향은 한국교회의 빈번한 예배와 기도회의 형식과 내용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 즉, 제사, 주술, 가무적 요소와 한국교회의 기도회와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여러 가지 제례행사를 포함한 칠성기도(七星祈禱) 등의 기도회를 개최하는 불교나 유교 혹은 한국의 혼합종교들에서도 그러한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발견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수능합격기도회에 있어서, 기도의 열심은 있으나, 기도자의 치성(致誠)이나 긍정적인 사고방식, 혹은 “떼쓰기식”의 형식이 문제다. 기도란 죄에 대한 심각한 회개, 하나님의 주권과 창조주, 구속자이심에 대한 인정과 하나님의 의지와 결정에 전적으로 맡기고 신뢰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기도는 대화요 호흡이라고 하지만, 소원성취를 위한 일방적인 지껄임이나 내뱉기만 하는 기도는 그 개인을 건강하게 만들 수 없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르게 세울 수 없는 것이다. 개인의 출세와 영달을 위한 “손으로 하는” 수고하지 않는 요구는 바른 기도라고 할 수 없다. 기도는 기도자의 삶의 정직과 정의와 긍휼과 실천성을 요구한다.

기도는 만능(萬能)이 아니다. 시험에 낙방하거나 바라던 곳에 입학할 수 없는 것은 기도의 정성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다. 면학분위기를 조성하고 열심히 가르치고 열심히 시험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험생 당사자를 포함하여 교회나 부모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직업관과 윤리관을 갖게 하는 부단한 교육과 분위기조성이 더 중요하며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은 특정한 때와 날들에 열심히 기도해주는데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교회와 가정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기독교의 가치가 실현되는 장으로 준비가 되지 않는 한, 치성으로서의 수능합격기도회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