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복제 - “인류 재앙의 서곡일뿐”

윤종성 목사 /왕촌교회

 

▲ 윤종성 목사

생명공학에 대한 현대사회의 거대한 집념의 이면에는 생명에 대한 끊임없는 동경이 자리 잡고 있다. 영생은 인간의 본질적 욕망이다. 불순종으로 에덴에서 추방당하는 아담에게 하나님은 생명나무의 실과도 따먹고 영생할까 하노라 라고 하신다. 하나님은 인간의 자의적인 영생의 모든 시도가 실패할 것을 선언하신 것이다.

프랑스 출신의 클로드 보리웅이란 사람은 인간두뇌를 이식할 수 있는 성인 복제인간을 만드는 것이 최종목표이며 이것은 영생이라고 주장했다.

생명공학의 대중적 인식에는 다음과 같은 3가지 허상이 있다. 1)지금의 내가 또 하나 생긴다. 2)이것은 인류를 풍요롭게 할 것이다. 3)이것은 과학적인 문제이다. 이것은 사실과 다른 말 그대로 환상이다.

그 이유는 첫째, 인간은 영혼과 육체로 되어진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영적인 측면과 육적인 측면을 가진 존재이다. 이것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인간의 인격은 언제나 이 양자를 다 포함한다. 만일 자기의 세포로 복제한 인간이 태어난다 해도 그는 자신과 다른 시공간적 경험을 하게 된다. 복제된 인간은 분명히 또 다른 인격체이다. 따라서 세포 복제는 복사(copy)가 아니라 유전자 증여이다.

둘째, 생명공학 영역에서 복제 기술은 장기(臟器)의 생산과 함께 암, 노화, 유전적 질환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근본적인 수단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아무도 유전자 식품의 안정성조차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시도들이 재앙의 서곡이라는 우려는 모두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치병의 획기적인 치료 가능성과 그 경제적 가치의 가능성은 생명공학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오히려 자극하고 있다. 특히 장기(臟器)의 공급은 수요에 비해 절대 부족한 상태이다.

셋째, 이제 생명공학은 단순한 과학이나 산업의 영역에 있지 않다. 과학이 가치중립적이란 말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과학은 이미 사회적 행위이다. 생명공학에 대한 천문학적인 투자는 그것이 주는 막대한 부가가치의 창출을 전제로 한다. 현대사회가 산업사회로서 갖는 유기적 역동성은 이미 인간의 통제를 넘어섰다. 이러한 집단적 왜곡은 구조적인 사회 현상으로서의 죄악이다.

인류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것은 완전한 형상이신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변화되어야할 당위성을 가르쳐준다(cf. 요일 3:2-3).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을 입었다는 것은 우리 안에서 하나님의 형상이 영적으로 존재하지만 육적으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우리가 영-육 통일체로서 대신하여야만 한다는 점을 내포한다.

인간복제 문제의 심각성은 이 수단과 목적의 장소적 객체가 인간이라는 점에 있다. 기술과 과학의 진보뿐만 아니라 사회제도와 도덕의 진보는 책임윤리 위에 서야 하는데, 이것은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다.

생명공학의 학문적 성취는 대단한 과학적 진보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과학기술의 발전이 곧 인류의 희망이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원자력 에너지처럼 어떻게 선용하느냐 하는 점이다.

생명윤리의 문제는 명백한 신학적인 문제이다. 이것을 결정하는 것이 분자생물학이나 치료의 기술적인 방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이해와, 세계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죽음과 사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생명공학 분야의 전문지식에 의한 판단이 이데올로기로서의 생물학으로 부상되는 생명공학의 윤리적 문제를 결정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그로 인한 역사적 후유증은 매우 심각한 것이기 때문에 윤리 도덕적 가치와 세분화된 전문지식을 혼동하는 것은 엄청난 실수이다.

세분화, 전문화되어 가는 현대적 조류 속에서, 성경의 통시적 이해를 통한 신학의 선지자적 사명으로서의 사회적 선언은 사실상 무력해졌다. 이와는 반대로 과학에 대한 신뢰는 그 무수한 실패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신념을 견고히 해간다. 그러나 교회는 성경에 근거한 자기 개혁 속에서 그 선지자적 사명을 더욱 굳건히 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은 생명윤리에 대한 분명한 제시와 요구 그리고 책임있는 행동으로 나타날 것이다.

세포복제는 영생이 아니다. 둘리의 출생 뒤에는 276마리의 양들의 죽음이 있었다. 수정란이나 배아세포는 그 자체로서 하나의 생명체이다. 사회적 약자인 이 생명체에게 강자의 이익을 위한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성경은 이런 모습을 폐역이라고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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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 “생명의 주인은 하나님”

   박재현 과장 /안양병원 외과

▲ 박재현 과장

안락사가 법적으로 허용된다면 신체적, 정신적 장애인은 물론 노인, 빈곤층에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해에 ‘임종환자의 치료중단 지침’을 발표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년 전부터 안락사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는데 이 지침은 그 의도와는 다르게 의사협회가 공식적으로 안락사에 찬성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의료윤리 관련 이슈들은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일반 시민들이 정확히 알기 힘들고 이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생명과 죽음에 대한 윤리 이슈가 계속 생겨나고 심각해지는 현실에서 생명윤리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을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그리스도인 가운데도 ‘내가 만약 말기 상태가 되어 비참하게 된다면 안락사를 택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스스로 생명의 주인이 되겠다는 교만한 생각일 수 있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 그리스도인의 생명과 죽음에 대한 관점은 세상 사람들과 분명하게 구별되어야 한다.

다음과 같은 환자를 생각해 보자. 뇌졸중으로 몇 개월 째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70세가 넘은 노인이 있다. 환자는 사지 마비 상태로 욕창이 점차 심해지고, 음식을 삼키지 못해 튜브로 음식물을 공급하고, 가래도 뱉어내지 못해 기계로 가래를 제거하고 있다. 가족들은 넉넉지 못한 형편으로 병원비를 대느라 매우 힘든 형편이다.

그렇다고 금방 회복되거나 사망할 것 같지는 않다.’ 계속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중단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와 같이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가 많다. 의사와 가족 모두의 문제이다.

의사협회는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의사가 어떻게 결정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지침을 만들려고 했다. 의료윤리학에서는 자율성 존중, 악행금지, 선행, 정의의 원칙의 4가지 원칙들을 윤리 문제에 적용하여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안락사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앞에 언급한 환자 같은 경우에 본인이 사전에 안락사를 희망한다는 분명한 의사표시를 한 경우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여 안락사시켜야 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상실하고 고통받고 있는 환자를 고통 없이 죽여주는 행위는 자비로운 행동이라는 주장을 한다.

그러면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결정을 할 것인가?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상황에 근거해 판단하기보다는 원칙을 충실히 지켜 내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생명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원칙에 앞서 이 원칙을 지키겠다는 결정을 하면 뒤따르는 판단은 쉬울 수도 있다.

아주 현실적인 시각으로 보면 앞에서 예를 든 환자의 경우에는, 환자도 비참한 생을 그저 연장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죽어가는 마당에 자식들에게 큰 부담을 지우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자식들은 대놓고 말은 못하겠지만 이렇게 의미 없는 삶이라면 편안하게 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환자를 위해서도 그리고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도 좋은 일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안락사에 반대하는 근거도 많이 있다. 사람들이 안락사를 원하는 것은 죽음 자체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죽음 과정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가족과 사회에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은 통증치료, 호스피스를 통해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또, 사회적으로 악용될 위험성을 근거로 할 수도 있다. 안락사가 법적으로 허용된다면 신체적, 정신적 장애인은 물론, 노인, 빈곤층에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안락사 문제에 대해 그리스도인은 분명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인간의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다룰 권리가 우리 인간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생명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생명의 주인 되신 하나님을 무시하고 인간 스스로 죽음의 순간을 결정할 수는 없다.

뚜렷한 해결 방법이 없는 것 같고 상황이 복잡해 결정하기 어려워 보일 때에는 근본적인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이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에게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칙은 ‘생명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것이며 생명에 대한 권한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께 있다’는 것이다. 상황과 환경에 근거한다면 결정을 하기 힘들 것이다. 고린도전서 6장 19절에는 ‘너희는 너희의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