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호 목사/ 대전 새로남교회
                            대전충청 학원복음화협 공동대표

도시교회가 시골교회를 잊어서는 배은망덕한 교회가 될 것이다. 동의하든지 않든지 오늘까지 시골교회는 도시교회의 못자리판 같은 소중한 역할을 하였다. 도시교회의 적지않은 교우들은 시골교회출신이다. 이런 면에서 시골교회는 어머니교회의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온 것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산업사회의 구조적인 변화와 사회이동 때문에 어머니교회는 힘들고 어려운 교회로 남게 되었다. 이농현상의 직격탄을 맞은 농어촌교회는 젊은이들을 상실한 채 자급자족도 어려운 차원에서 서성이고 있다. 젊은이들이 물 빠지듯 흘러나간 교회의 모습에서 내일의 희망은 쉽게 자라지 못한다.

시골교회는 이미 절박한 한계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교우들의 숫자가 줄어듦은 필연적으로 경제문제를 숙제로 가져다준다. 경상비의 부족은 말할 것도 없고, 담임목회자의 생활비도 대기 어려운 형편이다. 한창 공부하는 자녀들을 둔 목회자들은 앉으나 서나 자녀교육이 근심거리이다. 자녀들을 좀더 나은 환경에서 반듯하게 교육시켜 보겠다는 마음인들 누구가 없을까?

필자가 속한 교단에서도 아직까지 교역자 최저 생활비 보장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가 없다. 필자의 교단은 최근의 통계가 보여준 바 교회 수나 교역자 수에서 한국교회 내에서 최고의 수치를 가지고 있다. 그와 반면 도시와 시골, 기존교회와 개척교회에 대한 총회 차원에서의 대책은 너무도 보잘 것 없다. 마치 적자생존의 자본주의 원리가 교회 내에도 웅크리고 앉아 있는 듯 느껴진다. 물론 어떤 교회에서는 시골교회에 대한 협력을 목회 중점사항으로 펼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전체를 놓고 볼 때 그 영향은 구조를 새롭게 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일전에 시골교회를 방문하였다. 녹슨 종탑, 빛 바랜 교회명판, 흩어져 있는 방석, 오래된 창틀, 낡은 복음성가집, 페인트 벗겨져 나간 외벽, 이 모든 현상이 추억을 자극하였다. 실상 추억은 교회유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흘러간 역사, 배출해낸 일꾼, 이름 모를 성도의 몸과 마음의 헌신과 함께 다가온 허전한 마음을 누를 길이 없었다. 마치 자녀들을 떠나보낸 나이드신 부모님의 모습을 형상화 해놓은 것 같았다.

도시교회처럼 시골교회도 동반포탄을 맞는다. 연이어 터진 교회관련 대형사건 때문에 정작 이미지를 구긴곳은 도시의 교회만이 아니었다. 일은 저지르기는 도시의 교인들이 독차지하고, 부정적인 결과는 시골교회도 함께 떠안게 되었다. 보수성이 강한 현장에 부정적인 이미지까지 보태질 때 그 파괴성은 증폭이 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시골전도가 점점 어려위지고 있다.

도시교회 목회자들과 교우들의 마음이 좀더 넉넉해 졌으면 좋겠다. 시골교회와 도시교회의 ‘더불어 성장’이 아니고는 ‘민족복음화’는 구호용일 뿐이다. 해외 선교와 국내전도의 균형과 안목이 절실하다.

이론과 현장에 밝은 분들을 통한 실효성 있는 농촌교회 세우기에 대한 전략수립을 기대한다.

시골교회를 사명으로 지키시는 동역자들께 마음의 박수를 보내 드린다. 동역자여, 힘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