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생명훈련 김선애 간사 /서울 천호동 명성교회(정우홍 목사)

2003년도를 시작하면서 저의 삶을 잠깐 되돌아 보며 내 인생에서 감동을 주고 감사가 되는 분이 누구일까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많은 분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잊지 못할 한 분이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사모님 잘 지내시죠?” 하며 안부를 물었던 경남 마산에 계시는 손은희 집사님입니다. 손 집사님은 50대 후반의 나이인데도 그 영혼이 너무도 맑고 깨끗하셔서 아직도 십대의 사춘기 소녀 같으신 분입니다.

손 집사님은 저와 10여 년 전에 어느 교회에서 진행하는 새생명훈련 담당 간사와 훈련생으로 만나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 받으며 신앙과 삶을 나누고 있는 분입니다.

손 집사님은 형편이 넉넉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방에 있을 때뿐만 아니라 중국에 단기 선교를 떠났을 때, 선교단체에서 간사로 있을 때에도 변함없이 기도와 물질의 후원자가 되어 주셨습니다.

제 나이가 한참이나 어린데도 늘 “선생님”이라 부르며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을 상담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은 지난 1996년 가을, 마산에서 서울로 간사 발령이 난 얼마 후에 손 집사님으로부터 이쁜 엽서 한 장을 받았을 때입니다. 손 집사님은 엽서에 계절 인사와 함께 삶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에 대한 감상을 보내 왔습니다.

오십을 넘긴 분이라 영혼이 많이 지치고 세상 때도 묻을 법한데 그분의 엽서에는 빛 바랜 낙엽을 보며 감상에 젖고 아주 작은 일상적인 변화에도 감사를 하는, 사춘기 십대 문학소녀와 같은 감성이 있었습니다.

전화를 통해 짧게 끝낼 수도 있는 내용을 곱게 엽서에 담아 보내는 손 집사님의 정성이 제게 잔잔한 감동이 되었습니다.

손 집사님은 내가 간사로 살 때뿐만 아니라 한 가정을 이루고 사역자의 아내가 되어 가정 일에 전념하고 있는 요즘에도 여전히 깍듯하고 겸손하게 “사모님, 사모님”하며 안부를 전해옵니다.

한 사람을 깊이 있게 알아가면서 깨닫는 것은 세월이 많이 흐르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있다면 주님 앞에 갈 그 날까지 정말 변치않는 동역자로 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손 집사님의 겸손함을 생각할 때마다 나도 누군가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오랫동안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쌀쌀한 겨울 날씨 속에서도 춥지 않은 것은 이토록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주위에 많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