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행업 박사 /대전신학대학교명예총장, 예장통합측 사이비이단 대책위원회 전문위원

▲ 위부터 한국교회의 대표적 이단인 김기동씨와 이초석씨의 축사 장면. 오컬트 계열의 신비주의자들이 사용하는 이미지.

지난 호에서는 사이비, 사이비신앙운동, 이단이라는 용어의 개념을 살펴보았다. 계속해서 비(秘)의 종교, 이방종교 등의 의미를 파악해 보고 예장 통합교단에서 연구한 ‘이단·사이비·사이비 성에 대한 개념 연구’를 부기한다.

    ◆  비(秘)의 종교
오컬트란 종교로서의 조직적 형태를 갖추지 못한 흑마술, 악령숭배, 심령수술 등의 많은 사람을 자극적으로 미혹하는 저급한 비(秘)의 종교형태를 말한다. 이것들은 기독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집단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지만, 하나의 종교현상임에 틀림없기 때문에 여기에 소개하려고 한다.

‘오컬트’라는 말은 오컬투스(occultus)라는 라틴어에서 온 말로서 ‘감추어지고,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것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후버는 오컬트의 세 가지 뚜렷한 특징들을 다음과 같이 열거하고 있다.

① 오컬트는 비밀스러운 것들, 혹은 감추어진 것들과 관계가 있다.
② 오컬트는 인간의 오감을 초월하는 인간의 능력들과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들이나 사건들과 관계가 있다.
③ 오컬트는 초자연적인 것들과, 그리고 천사들의 능력이나 또는 귀신들의 능력과 관계가 있다.

그리고 오컬트에 속하는 것들로 점성술, 잠자는 예언자, 귀신들린 영매자, 불 위로 걷기, 점, 유령, 최면술, 마술점판, 초심리학, 심령수술, 사탄숭배, 교령술, 마법 등을 열거하고 있다. 이것들은 주로 외국에서 횡행하는 종교현상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일부 들어와 종교계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끝으로 복잡한 종교문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좀더 광의의 종교현상에 대한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종교는 문화의 내용이고 문화는 종교의 형식이다”(폴 틸리히)라고 정의하면 인간 생활 영역의 총체를 문화라 하고, 그 문화의 핵이 종교라고 할 때 인간생활에 있어서 종교생활이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종교가 인간생활에 중요한 만큼 종교의 영역도 광범위하고 다양함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종교를 기독교를 중심으로 해서 혹은 기독교 입장에서 대략 4가지로 분류한다.

첫째는 이단종파를 들 수 있다. 이단종파는 여호와의 증인, 통일교, 몰몬교 등 자신들은 기독교의 한 분파로 자처하고 있으나 실은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 등 정통 기독교의 기존 분파와는 달리 성경과 그리스도를 곡해하고 있는 사이비 기독교를 말한다.

    ◆  이방종교
이방종교는 문자 그대로 기독교와 뿌리를 달리하면서 생성된 종교들이다. 예컨대 불교, 힌두교, 조로아스터교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세속종교는 자신들은 그것을 미처 종교의 하나로 깨닫지는 못하지만 결국 신앙을 갖지 못한 자들에게 종교적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인본주의적 철학체계들을 말하며, 무신론, 마르크스주의, 세속적 인본주의, 실존주의 등을 들 수 있다.

한국기독교이단종파연구소의 대표인 박영관은 기독교만이 유일한 신앙의 길이요 참종교임을 전제로 하고 ‘이교에 대한 기독교적 정의’에서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첫째, 경배의 대상이 창조주인가, 피조물인가이다. 역사적 기독교는 창조주 하나님을 경배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교들은 피조물을 경배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둘째, 경전이 신적인 것인가, 인위적인가이다. 역사적 기독교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으며, 성도의 신앙과 생활의 규범으로 여긴다. 성경은 신적이다. 그러나 이슬람교의 코란, 유교의 사서오경, 불교의 트리피타카, 인도의 베다, 유대교의 토라(율법), 그리고 천도교의 경전 등은 인위적이며, 혼합적인 것이다.

셋째, 구원에 있어서 타력인가, 자력인가이다. 역사적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구원으로서 타력이다. 그러나 이교들은 자신의 고행, 수양, 극기, 도덕과 의식을 통한 자력적 구원이다.

넷째, 종말에 있어서 내세적인가, 현세적인가이다. 역사적 기독교는 재림의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나라 곧 천국을 이룩하며, 성도의 종말은 내세적이다. 그러나 이교들은 지상낙원, 유토피아 건설을 시도하는 현세적이다.

본(통합: 편집자 주) 교단에서 연구한 “이단·사이비·사이비성에 대한 개념연구”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부기한다.

‘이단’과 ‘사이비’에 대한 개념에는 다양한 개념들이 있다. 정도(程度)의 측면에서 “기독교의 기본교리를 전적으로 믿는 입장을 정통이라 하고, 부분적으로 믿을 때는 사이비라 하며, 전체를 반대할 때는 이단”(이종성, <현대사회와 신학의 대화>)이라는 주장이 있고, 위치적인 측면에서 “이단은 교회 밖으로 나간 적그리스도적인 것을 말하고, 교회 안에 있을 때는 사이비”(신성종, <현대사회와 신학의 대화>)라는 견해와, 출처의 측면에서 “기독교 내부에서 생겨난 것은 이단이라고 하고, 기독교 밖에서 생겨나 내부에 영향을 줄 때 이를 사이비”(이수영)라는 입장도 있다.

위와 같은 구분은 교리적인 면에서 구분하는 것이고, 일반 언론이나 사회에서는 윤리적인 면에서 접근하여, ‘사이비’는 기존 교단과 단교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독소를 가져 종교의 범주에 둘 수 없는 경우를 말하며, ‘사교’의 성격을 포함한다. 또 ‘이단’은 기존 교단에서 규정한 것을 근거로 하되 ‘이질자’라는 개념을 갖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구분은 부정적인 의미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교리적·윤리적인 면에서 어떤 가치도 부여하지 않는 ‘신흥종교’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교단에서 사용한 용례를 살펴보면 이단, 사이비성, 사이비, 사이비종교, 사교, 불건전집단 등이 복합적으로 사용되어 딱히 어떤 개념이라고 집어내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제 68회 총회(1983) 때 C 씨의 문제로 ‘사이비성’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면서, 이단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단과 다름없이 그 폐해가 매우 큰 경우에 ‘사이비’, 또 ‘사이비’보다는 덜하지만 용인할 수 없고 교류나 참여 금지 등 규제가 필요한 경우에 ‘사이비성’이라는 용어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사이비성 사이비이단’이라는 단계적 개념이 우리 교단에서는 일반화되었다. 이것은 정도의 측면과 위치적인 측면이 절충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본 위원회의 초기 명칭은 ‘사이비 신앙운동 및 기독교이단대책위원회’로서, 기독교 내부뿐만 아니라 단군전과 단군신화 문제와 불교계 등의 반기독교서적이 활개를 칠 때 이에 대처하기 위해 각기 별도 위원회로 활동하던 것을 통합하여 구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다분히 출처의 측면 쪽을 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본 위원회에서도 ‘사이비’와 ‘이단’의 개념 정리를 위하여 수차 토의한 결과 ‘이단’에는 의견이 없으나 ‘사이비’에 대하여는 여러 견해가 있었다. 그러나 교계의 일반적인 정서에 따라 ‘사이비성 사이비이단’ 쪽으로 용인하고, ‘류광수의 다락방전도운동’에 대하여 제 81회 총회에서 “사이비성이 있으므로”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렇다면 기왕 교리적인 측면에서는 ‘사이비성 사이비이단’은 그 개념을 본 교단의 통념에 따르되, 윤리적인 측면에서의 구분은 ‘사이비종교’라는 용어를 사용해 봄직도 하다고 본다.

물론 교리적으로 ‘사이비성, 사이비, 이단’이면서 반사회적이고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면 ‘사이비종교’라 하고, ‘사이비’보다는 덜하지만 교류나 참여금지 등 규제가 필요한 경우에 ‘사이비성’이라는 용어를 적용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