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미국, 그리고 뉴질랜드 세 나라의 초중고 교육을 모두 경험한 대학생이 한국의 부모와 선생님들, 그리고 학생들에게 우리나라의 장래를 함께 생각해보자고 호소하는 책이다.

18살의 나이에 <당신은 나의 선생님이 될 수 없어요>(프리미엄, 1995)라는 책을 써 교실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교육현실을 폭로해 한국교육계에 적지 않은 파문을 불러일으켰던 정명훈 군이 23세 청년이 되어 이 책을 통해,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에 화해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수려하고 박진감있는 문장력이 한편의 실화소설을 읽는 것 같은 즐거움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한 번 손에 잡으면 독자의 감성을 자극해 끝까지 읽게 하는 마력이 있다.

저자 정명훈은 ‘대한민국에서 학생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1학년을 다니며 한글을 깨우친 그는 현재 침례신학대학교 기독교상담학과장인 아버지가 유학을 갈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 북쪽에 있는 배녹번초등학교에서 4년간 개성을 존중하는 미국교육을 받았다. 1989년 가족과 함께 귀국하여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개성을 무시하고 암기할 것을 강요하는 주입식 교육과 성적을 기준으로 체벌을 가하는 비인격적 교육에 문화적 충격을 받는다. 문제아에게 시달리며 고통으로 점철된 중학교과정을 졸업하고 새로운 소망을 품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오직 대학진학만을 위해 밤늦게까지 학생들을 가두어두는 ‘학생수용소‘에 환멸을 느낀다. 부모가 격려하여 학교에 보내면, 선생님들은 그를 격노케 하여 집으로 보낸다.

아들의 정신건강을 염려한 부모는 고등학교 생활 4개월만에 아들의 자퇴를 허락하고 저자는 6개월만에 검정고시를 통과한다. 그러나 아들이 정상적인 고교생활을 박탈당한 것에 아쉬움을 느낀 부모는 저자를 뉴질랜드 고등학교에 편입시킨다. 영어에 능통한 그는 수업을 따라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극심한 인종차별에 직면한다. 무서운 인종차별에 자존심이 무너진 정명훈은 한 학기를 채 마치지 못하고 다시 부모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온다.

저자는 이러한 좌절과 실패의 과정을 거치면서 성숙해 가는 자신의 모습을 가식없이 보여주고 있다. 가정과 부모, 조국의 소중함을 깨닫고 대한민국과 화해한 정명훈은 지방대학에 입학한 후 부모사랑을 누리고 친구를 사귀며 음악과 헤르만 헤세와 괴테를 좋아하는 청년이 되었다.

“한국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청년 정명훈은 우리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모든 이들에게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선진국”을 만들기 위해 우리 각자가 해야할 것이 무엇인가를 함께 생각해보자고 호소하고 있다. 


우리의 아들과 딸의 장래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부모들과 초중고등학교 교사들, 그리고 한글을 읽을 수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정명훈 지음, 한언출판사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