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박사 /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청교도 - 예배의식 제도 개혁 위해 시작
경건주의 - 중생·회개·경건생활 특히 강조

    ◆  청교도들의 교회 형태

청교도들이 뉴잉글랜드를 개척하면서 세운 교회는 회중교회였다. 그런데 장로교는 뉴잉글랜드 이외의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뉴잉글랜드의 청교도들의 교회는 한국에 장로교를 이식한 미국 장로교회와는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 있는 개혁 교회의 치리 제도는 장로교형의 치리제도이다. 스코틀랜드의 개혁주의  교회는 치리 형태를 따라 장로교회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잉글랜드에서는 위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개혁주의 신학을 따르는 청교도들이 세 가지 치리 형태의 교회에 속하거나 교회를 형성하게 되었다.

앵글리칸의 감독교회, 장로교회, 독립교회 및 회중교회이다. 칼빈 자신은 제네바에서 장로교회를 시작했으나 신자들이 어떤 형태의 교회를 가지느냐 하는 데 대하여서는 나라의 형편을 따라서는 감독 교회도 택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가 있다. 영국의 청교도들은 칼빈의 이러한 폭넓은 견해를 광범하게 따른 셈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통치 초기에 다소 왕성하던 장로교회는 점점 쇠퇴해 가서 통치 말기에 이르러서는 극히 약해졌다. 장로교회는 교회간의 유대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감독교회를 대신하는 치리제도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감독교회 제도를 가진 앵글리칸 교회가 국교가 되고 있으며, 여왕이 교회의 수장이 되어 교회의 획일 정책을 강화하는 그러한 상황에서는 장로교가 쇠퇴할 수밖에 없었다.

즉 종교 획일 정책 하에서 비국교도들이 택할 수 있는 교회 제도는 장로교이기보다는 개교회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회중교회였던 것이다. 그러나 시민전쟁이 일어나고 장로교 제도를 가진 스코틀랜드의 세력이 잉글랜드에까지 미치면서 장로교의 교세는 되살아나게 되었다. 왕권을 제어하게 된 의회 의석의 다수를 점하게 된 장로교도들은 장로교를 국교로 만들려는 희망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게끔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웨스트민스터 총회가 열리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가 작성된 것이다.

잉글랜드에서 시민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장로교세가 강화된 것은 비국교도로서 생존하게 된 회중교회와 독립교회들이 비국교도임을 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연합을 강화하면서 장로교 제도를 택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격파에 속하는 독립교회파의 청교도 혁명 정부가 붕괴된 이후에 있게 된 왕정의 복고 이후 비국교도에 대한 탄압이 강화되자 다시금 장로교는 쇠퇴하고 회중교회가 늘어났다. 개교회의 독립성에 역점을 두는 것이 회중교회인 반면에, 개교회의 독립성을 존중하되 보다 교회의 연합을 강화하는 제도가 장로교이므로 그런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  청교도 운동과 경건주의
1960년대에 한국에 와서 일하는 장로교 선교사들이 초기 선교사들이 칼빈주의를 전수할 자질을 충분히 가졌었는지, 혹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잘 전수했으며 한국교회는 그것을 잘 수용했는지 검토한 적이 있다. 그들은 아마도 한국교회에서 바람직한 결과를 보지 못해서 그런 논의를 한 것으로 안다.

어떤 신앙이나 신학 사상이 선교지에 전수될 때, 선교하는 교회와는 문화적 및 역사적 배경을 달리하는 선교지 교회는 전수되는 신앙과 사상을 무의식적으로 여과해서 받기 마련이다. 그런 점을 100년의 한국교회 역사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청교도적인 신학 전통도 그런 과정에서 여과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거기에는 문화적 및 역사적 배경의 차이만이 작용한 것이 아니고 개신교에서 전수되어 오는 또 다른 신앙적 경향도 영향을 미친 것임이라고 본다.

한국에 온 선교사들이 청교도형이거나 경건주의형이어서 그러한 신앙이 한국교회에 이식된 것이라면 경건주의도 아울러 청교도와 동질의 운동인지 아니면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를 고찰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양자의 차이를 간단히 살피기로 한다. 

두 운동이 경건하게 잘 믿어 보려는 신앙 운동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청교도 운동은 한 세기 후에 일어나 경건주의 운동에 다소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역사적인 배경이나 신학의 강조점에는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각기 달리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청교도 운동은 종교개혁이 일어난 16세기에 잉글랜드에서 앵글리칸 교회가 개혁을 어설프게 하는 데 대하여 불만을 가지고 보다 철저한 개혁을 주창하면서 일어난 신앙 운동인 반면에, 경건주의는 17세기 후반에 종교개혁의 교회가 로마 카톨릭에 대항하여 혹은 루터 교회와 개혁 교회가 서로 대치하면서 각자의 기독교 교리 이해를 변증하거나 객관적으로 논증하던 나머지 사변적인 신학으로 경직하게 된 정통주의 신학에 반기를 들고 회개, 중생, 새 사람으로 사는 일 등 실제적인 경건 생활을 강조하면서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일어난 신앙 운동이다.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경건주의 운동은 청교도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윌리엄 에임스(William Ames, 1576~1633)는 청교도 사상을 전하면서 신자의 생활을 강조하였다. 경건주의자들이 강조한 중생의 교리는 영국의 토마스 테일러(Thomas Taylor, 1576~1633)와 윌리엄 웨이틀리(William Wately, 1586~1639)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건주의 운동의 주류는 독일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청

청교도 운동은 칼빈의 신학적 전통에 속하는 신앙운동인 반면에, 경건주의는 보다 루터의 신학적 전통에 속하는 운동이다. 다시 말하면, 두 운동의 신학이 각기 칼빈과 루터의 신학적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칭의의 교리를 새롭게 발견한 루터는 로마 카톨릭의 공로주의에 반대하면서 내내 칭의의 교리를 밝히는 일에 정진하였다.

그리하여 구원론에 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한 경향은 구원론을 먼저 다루는 루터교의 신앙고백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으며,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을 되살린다고 자부하는 경건주의자들 역시 구원론을 중심으로 한 신학을 펼치며 비교적 주관적인 감정에 호소하는 것임을 발견한다.

이에 반하여 청교도들은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하는 한편 보다 기독교 교리 전체를 균형 있게 강조한다. 다시 말하면, 루터교의 신앙고백이나 경건주의자들의 신학적인 관심은 “사람이 어떻게 구원을 받느냐” 하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반면에, 칼빈주의와 청교도들은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며 그를 즐거워하는 것”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제네바와 웨스트민스터 요리문답에서 보듯이 사람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에게 더 많은 관심을 둔다.

두 운동의 차이는 교회관에서 좀 더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루터는 교회를 “신자의 모임”(communio sanctorum)이라고 정의하는 한편, 개혁운동 초기에 만인제사장론을 말했다. 그것은 아마도 종교개혁의 개척자로서 로마의 교계주의와 교황주의에 반대하는 나머지 그렇게 정의하게 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에 반하여, 칼빈은 교회를 “신자의 모임이면서 동시에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기구(institution)”라고 말하며, 칼빈을 비롯한 개혁파의 개혁자들은 만인제사장이란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불링거는 그가 쓴 「스위스 제2신앙고백서」에서 만인제사장이란 말을 영적인 의미로 이해해야 하지 교회의 직분을 두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힌다.

그러한 각기 다른 교회관은 청교도 운동과 경건주의 운동에 그대로 투영되었음을 발견한다. 루터는 그의 다소 소극적인 교회관 때문에 교회 제도의 개혁에 관심이 없었던 반면에, 교회를 기구로 본 칼빈은 교회 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개혁을 단행하게 되어 장로교의 기초를 놓게 되었으며, 교회의 직분에도 변혁을 초래하였다.

경건주의자들은 루터가 말한 ‘만인제사장’을 새롭게 강조할 뿐 아니라, 제도적인 교회에 대하여 소극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어서 형제 교회를 따로 세운 찐젠도르프(Zinzendorf)계의 모라비안들을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는 독일의 국민 교회 안에 그냥 머물러 있으면서 자신들의 공동체를 교회 안의 교회(ecclesiola in ecclesiae)로서 자기들만의 집회를 덤으로 가진다.

요한 웨슬리 아래서 영국의 감리교가 자신들의 집회를 따로 가지면서도 앵글리칸 교회 안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나 같은 자세를 유지한다. 반면에 칼빈주의 전통에 속하는 청교도들은 자신들의 신앙공동체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교회를 조직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각기 다른 이러한 경향은 청교도 운동은 처음부터 교회의 예배 의식이나 제도를 개혁하자는 데서 일어난 운동인 반면에 경건주의 운동은 중생과 회개 및 경건 생활을 강조하는 데서 일어난 운동이라는 점에서도 비롯된 것이다.

장로교회, 회중교회, 침례교회 등의 교회를 조직함으로써 교회 운동을 한 청교도들은 교회 제도와 함께 칼빈주의 신학과 교회의 전통을 수립한 반면에, 구원을 강조한 경건주의는 18세기 이후의 부흥운동과 복음주의 운동 혹은 선교운동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으며 교회간의 신앙 운동으로 발전하였다.

청교도들은 본래 합리적인 사고를 근거로 하는 개혁주의의 전통을 따라 통전적인 신학을 가져서 신학의 모든 분야를 균형 있게 강조하고 발전시킨 반면에, 경건주의는 구원론을 특별히 강조해서도 그러하지만, 경건주의는 신령주의적 경향이 보다 강한 데다가 그들의 교회관 때문에 조직적인 지도자 양성을 소홀히 하였으므로 충분한 신학교육을 받지 못한 평신도 순회 설교자들이 경건주의 집회를 간헐적으로 인도하게 되면서 경건주의자들은 점차로 반지성주의의 그룹으로 발전하였다.
  
 (본 글은 한국기독교학술원에서 개최한 공개세미나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8회에 걸쳐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