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행업 /  대전신학대학교명예총장,  예장통합측 사이비이단, 대책위원회 전문위원

▲ 한국교회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된 안상홍.

종교 문제를 연구함에 있어서 용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용어에 대한 개념 규정이 모호하거나 우왕좌왕하면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왜곡되거나 상반된 이해를 하게 된다. 특히 기독교 이단문제를 논함에 있어서 사이비라는 말이나 이단이라는 말의 개념 규정이 분명해야 하고 이에 대해 공통된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이단에 관련해서 사용된 용어들은 개념 규정이 명확히 정립된 바탕 위에서 사용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단문제와 관련해서 사용되는 용어들의 분명한 연구와 분석없이 상황에 따라서 편리한 대로 사용하기도 했고, 또 총회 산하 노회나 제 기관에서 당면한 문제가 발생할 때에 총회에 질의한 헌의안 문구 중에 나타난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용어 사용의 일관성이나 적합성이 결여된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기독교계에 일고 있는 사이비 이단에 대한 문제는 심각하며 많은 연구와 대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 이러한 때에 이단에 관련된 용어들의 개념 규정이 잘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  사이비, 사이비 신앙 운동
1960년 대 말 문공부의 위촉으로 학계 종교학자들이 전국의 “신흥 및 유사종교실태”를 조사한 일이 있었다. 이 때에 처음 부딪친 문제는 이 종교현상의 개념규정의 문제였다.

일반적으로 사회나 학계에서는 ‘유사종교’라는 말을 흔히 사용한다. 일제식민통치시대의 용어를 관용상 쓰고 있는 것이다. ‘유사종교’라는 말은 일본사람들이 한민족의 전통문화를 말살하고 식민통치를 위하여 그들의 법률에 ‘신도, 불교, 기독교’를 종교로 하고, 그 밖의 종교들을 ‘유사종교’라고 규정한 데서 시작된 용어이다.

그러므로 ‘유사종교’라는 말은 일제의 법률적인 개념인 것이다. 법적으로 공인된 종교(신도, 불교, 기독교 등)와 구별해서 법적으로 공인되지 않은 기타 종교들을 지칭한 법적인 용어이다. 해방 이후 학계나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유사종교’라는 말을 ‘사이비종교’라는 말로 대치해서 같은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유사종교’라는 말보다 ‘사이비종교’라는 말을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단, 본인이 속한 통합 교단에서 사용하여 온 정서와 관용을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사이비 혹은 사이비신앙운동이란 “이단으로 단정되지는 않았지만 성경적으로나 교리적으로 잘못된 신앙운동”을 말하고 있다. 사이비신앙운동은 특별집회나 잘못된 부흥회나 일부 기도원 등을 통해서 일어나는 광신적이고 신비적인 신앙양태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이단의 판별기준을 제시한 사람들의 제안을 살펴보자.

▲ 할렐루야 기도원의 김게화가 성령수술했다고 주장하며 내 보이는 핏덩리리.

탁명환은 정통 기독교의 진리의 기준인 11개 항목을 가지고 이단여부를 분별해야 한다고 한다. ① 성경관, ② 신관, ③ 메시아관 ④ 성령론, ⑤ 속죄관, ⑥ 구원론, ⑦ 교회관, ⑧ 종말론, ⑨ 계시의 충족성, ⑩ 복음의 배타성, ⑪ 윤리성의 문제 등을 들고 있다.

이종성은 정통과 사이비와 이단의 판단 기준은 성경적이고 복음적인 토대 위에 2천 년 동안 정통적으로 신봉해 온 교리나 신학적으로 바로 선 ① 신관, ② 그리스도관, ③ 성령관, ④ 성경관, ⑤ 교회관, ⑥ 인간관 ⑦ 종말관 등에 있어서 일곱 가지 교리를 전적으로 믿는 입장을 정통이라 하고 부분적으로 믿을 때 사이비라 하고 전체를 반대할 때 이단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니까 사이비는 정통과 이단 사이에 위치한 개념으로 정통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완전히 이단으로 규정하기도 어려운 매우 모호한 입장을 말한다. 이것은 이 때까지의 통합교단의 사이비에 대한 입장과 정서에 맞는다고 볼 수 있다.

이수영은 사이비에 대한 견해를 달리한다. 사이비란 “기독교도 아니고 종교도 아닌 것이 기독교인 양 거짓 탈을 쓰고 기독교 행세를 하는 것이요, 참된 종교도 아닌 것이 종교인 체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한다. 기독교 이단은 기독교 안에 있으면서 잘못된 교리와 신앙을 주장하는 것이지만, 사이비는 기독교 밖의 집단이 기독교의 탈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이단보다도 더 이질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엄격하게 말하면 ‘사이비’란 기독교로 빙자하거나 기독교와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기독교가 아닌 신앙운동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사용되어야 하리라고 사료된다.

용어문제와 관련해서 좀더 언급할 사안이 있다. ‘사교’라는 말이다. 사교는 ‘옳지 아니한 요사스런 종교’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한국 종교사에 나타났던 백백교가 그 한 실례이다.

종교의 탈을 쓰고 철저한 밀의성을 지니고 많은 사람을 미혹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금품을 빼앗으며, 살해도 서슴지 아니하여, 사회와 가정에 큰 피해를 주는 집단이다.

어떤 선입관념이나 편견없이 단순히 종교현상을 관찰할 때 ‘신흥종교’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종교학자들은 어떤 종교적 혹은 신학적인 가치관이나 법률적인 전제 등을 염두에 두지 않고 가치중립적인 입장에서 ‘신흥종교’라는 용어를 쓴다.

그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새로운 시대에 일어난 종교라는 뜻에 ‘신흥종교’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했다. ‘한국신흥종교’는 하국 땅에서 기성종교를 제외하고 동학운동(1860)을 효시로 하여 발생하고 있는 모든 종교집단을 뜻하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신흥종교’란 가치 중립적인 개념이다.

    ◆  기독교 이단
기독교에서 일반적으로 ‘이단’이라는 말은 당파심, 교회의 통일을 파괴하는 것, 불신앙, 그리도교를 사칭하는 자, 전통적 그리스도교의 교회와 다른 교설 등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교회의 권위에 의하여 거짓으로 거부된 신학적 교리와 신앙적 체계를 뜻한다. 그러나 ‘이단’의 개념을 규정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단’이란 영어로 ‘heresy’라고 하는데, 이는 희랍어의 ‘hairesis’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 단어의 의미가 헬라시대와 그리스도교적 용법으로 곧 ‘교회’, ‘학파’, 또는 ‘수용된 의견’ 등을 뜻하게 되어, 자유로운 결단, 또는 교회나 교회적 권위의 자유로운 선택을 강조함으로써 그리스도교적 용법을 위한 시발점을 마련하여 주었던 것이다.

▲ 귀신론으로 이단 규정당한 이초석.

이렇듯 이 하이레시스(이단)라는 말은 철학적 학파나 당파, 또는 종교적 교회체와 그 추종자들에 대한 술어가 되었다. 이 같은 스토아 철학, 피타고라스 철학, 사두개, 에세네, 바리새,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적용되었던 것이다. 희랍어에 있어서나 헬라적 유대교적 용법에 있어서도 이 말은 부정적이고 가치 손상적인 의미로 사용되지 않았다. 이 말은 전적으로 가치 자유적 곧 가치 중립적인 술어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기독교의 문화활동이 일어남으로써 이 상황은 돌발적으로 극적인 변화를 입게 되었다. 신약 성경에서는 이 ‘하이레시스’는 언제나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고전 11:29, 갈 5:20, 벧후 2:1 참조). 신약에서 이단 분파자들에 대한 명칭이 여러 가지로 나타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서운 이리”, “거짓 예언자”, “적그리스도”, “이단”, “분열과 이단의 음모자”, “거짓 선생”, “다른 교훈으로 남을 분열시키는 것”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신약성경에서는 이단에 대한 엄격한 경고와 교훈이 여러 가지 모양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를테면 고린도 교회의 분쟁, 다른 복음을 전파하는 유대주의자들, 골로새 교회에 나타난 이단의 그릇된 교훈, 이단자가 받을 천벌, 이단자의 멸망 등이 그것인데 이로써 이단 문제가 신약교회에서 얼마나 심각한 문제였는지를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역사에 있어서 신앙, 교리의 갈등이 첨예화될 때에는 언제나 이단 논쟁이 일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초대교회에 있어서 유대종파와 희랍학파와의 대립, 2, 3세기의 영지주의와 동양적 신화와 결합하려고 한 신비주의, 구약의 신과 신약의 신, 의의 신과 선의 신의 이원론적인 신관을 주장하는 마르키온 주의, 그리스도를 완전한 인간이라고 한 네스토리우스파 등등 각양의 이단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타나시우스의 주장을 정통으로 하고, 아리우스를 이단으로 파문한 니케아회의는 역사적 또는 전형적인 이단 논쟁의 하나가 되었다.

‘이단’이라는 개념의 형성은 교회가 하나님의 구원의 제도이며, 구원의 진리의 보위자라는 신학 사상이 확립되면서 틀이 잡혀 갔다. 다른 여러 가지 사상의 침투나, 이들과의 절충의 가능성이 많은 중에서 기독교 신앙의 특성을 보위하려고 하는 고투의 노력이 교리의 엄밀한 검토, 전통을 바르게 계승하는 제도로서의 교회, 여기서 교권과 신조 등의 확립을 필요로 하게 됨으로써 정통성의 계승이 중요시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정통과 이단의 문제는 기독교교회의 중대한 관심사가 되어 왔다.

김영한은 한마디로 “이단이란 ‘거짓 교리’를 주장하는 무리들이다. 사도적 교회가 믿어 온 참신앙과 정통교리를 받지 않고 거짓 신앙과 교리를 주장하는 집단이다”라고 단언한다.
탁명환은 “이단들의 공통된 점은 정통진리와 반대되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정통 진리의 일부를 전부인 것처럼 확대 해석하거나 전부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성경의 일부를 너무 강조하거나 자기들에게 유리한 대로 해석함으로 성경 전체의 뜻을 왜곡하는 일이 허다하다.